청년실업·성장잠재력 하락속도 OECD중 가장 빨라‘3포’에서 이제는 ‘5포’시대···도전보다 포기에 익숙꿈을 잃은 니트?프리터족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추세
김씨는 박사학위를 받더라도 딱히 계획이 있지는 않다. 김씨는 “부모님에게 죄송하지만 취업을 준비하면서 힘들어 하는 것보다 차라리 공부를 더 하는 것이 낳겠다 싶었다”며 “지금은 박사 학위를 마치더라도 취업을 하거나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통계청이 지난 10일 발표한 ‘2014년 11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11월 구직단념자는 42만7000명이다. 취업준비자 56만4000명을 포함하면 100만명에 육박한다. 구직단념자는 매달 줄고는 있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27만4000명이 늘었다.
#2. 정순호(36 가명)씨는 결혼한지 3년이 지났지만 아기를 가지지 않고 있다. 매달 주택구입자금대출과 부인의 학자금대출, 생활자금 대출 등 은행에 매달 갚아야 할 돈이 200여만원에 달한다. 부인과는 내년에 아이를 가질려는 계획은 세웠지만 포기할 예정이다.
정씨는 “맞벌이를 하지 않고는 현재 상황을 이겨낼 수 없다”며 “아이를 가지려면 부인이 육아휴직을 해야 하는데 회사에서는 인정하지 않아 그만들 수 밖에 없다”며 “ 무엇보다 육아비용을 현재로서는 감당하기 힘들어 아이 낳기는 내 후년에 다시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임신과 출산, 육아, 자녀교육, 병간호 등을 이유로 직장을 그만둔 경력단절 여성은 213만9000명이다. 전체 기혼 여성 956만1000명 중 22.4%에 달하는 수치다. 정씨 처럼 맞벌이 부부는 자녀를 가질 경우 부인이 직장을 그만둘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출산을 미루거나 포기하는 사례는 계속 늘고 있다.
#3. 중견기업에서 디자이너 일을 하고 있는 박지희(33 가명)씨는 결혼을 포기 했다. 2년전 결혼 기회가 있었지만 자신의 꿈을 위해서 결혼을 미루다 결국 상대남과 헤어졌다.
박씨는 “아직은 디자이너 초년생이고 유학도 생각하고 있는데 결혼을 하게 되면 포기할 수 밖에 없는 것 아니냐”며 “그냥 결혼을 포기하고 내일에 만족감을 찾겠다”고 말했다. 박씨는 최근 자신과 비슷한 생각을 가진 심민수(40)씨를 만난다.
웹프로그래머인 그는 박씨와는 다른 가치관으로 결혼을 포기했다. 심씨는 “결혼한 친구들을 보면 자신에 대해 포기하는 것들이 너무 많다”며 “난 좀 더 여유로운 생활을 하고 나한테 투자하면서 살고 싶다”고 말했다.
2.1지속가능연구소가 최근 전국 대학생 236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여대생 47%가 결혼에 대해 부정적인 반을 보였다. 결혼을 해야 한다는 응답은 34.5% 였다. 설문조사에서 ‘결혼은 꼭 해야 하는 것이냐’는 설문에 응답자 46.5%가 그렇다고 답했다. 긍정도 부정도 아닌 ‘보통’에 답한 사람도 17.2%나 됐다. 대학생 10명 중 4명은 꼭 결혼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고 한국사회보장학회가 최근 개최한 ‘한국 사회 저출산 해법을 찾는다’ 세미나에서 ‘연애, 결혼, 출산, 내집마련, 인간관계’ 등을 놓고 20~30대 남녀 120명을 대상으로 즉석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하나를 포기한 사람은 25.2%, 2개는 29.0%, 5개 모두를 포기한 사람은은 3.7%였다.
이번 조사 결과 계속되는 불황과 구직난, 불안정해지는 일자리는 결국 취업, 결혼, 출산을 포기한데 이어 인간관계까지 단절할 수 있다는 의미다.
◇꿈 꾸지 않는 청년들=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장은 지난해 11월 기자간담회에서 뼈 있는 말을 던졌다. 권 원장은 한국경제 ‘동력’을 꼽히는 청년들이 구직을 포기하는 사례를 설명하면서 “청년실업자가 늘면서 한국 경제 성장잠재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권 원장이 말한 청년실업자는 이른바 니트(NEET, Not in Employment, Education or Training)족 증가를 말한다. 니트족은 15~29세 청년층이 취업을 하지 않고 직업 훈련도 받지 않는 사람들을 말한다.
니트족 비중은 2012년을 기준으로 18.5%다. 10명 가운데 2명은 취업 준비조차도 하지 않고 있다는 소리다. 수로 환산하면 100만명에 달한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15%보다 높으며 독일(9.9%)보다 두배나 높은 수준이다. OECD 33개국 중 5위다.
권 원장은 “한국경제 상황은 고장난 자동차”라며 “당장 수리를 맡기건 아니면 새 차로 갈아타야 한다”고 위기 상황을 강조했다.
청년들은 젊은 시기에 직업을 가지지 못하면 중장년층에 된 이후 경제 기초단위인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곧 국가의 잠재 경쟁력이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청년들은 이른바 ‘꿈’도 사라졌다. 직장을 얻지 못하면서 자신을 설계할 기회를 잃은 셈이다. 이 때문에 직장을 구하지 못한 구직자들의 아르바이트 생계도 늘었다. 프리터는 프리(Free)와 아르바이터(Arbeiter)의 합성어다.
고용노동부가 최근 조사한 결과 임금근로자는 2014년 1877만6000명으로 이 가운데 비정규직(아르바이트 등) 근로자 비중은 203만2000명이다. 2001년 임금근로자(1354만명)와 비교하면 87만명(6.5%)에서 4.3%나 늘어났다.
◇청년실업, 성장잠재력에 직격탄=권 원장은 ‘성장잠재력’에 대해 많은 우려를 나타냈다. 성장잠재력은 1980년대 10%에서 최근에는 3%까지 떨어졌다. 연구원은 20~30년 뒤에는 1%에 머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최근 3년간 한국 성장잠재력은 2011년 2.3분기를 제외하고는 0%대다. OECD 가입국가 중 한국이 하락 속도가 빠르다는 평가다.
권 원장은 “심각한 것은 잠재성장 기여도에서 인적자원 활용도가 떨어지고 있는 것”이라며 “청년실업률 증가로 구직을 포기하는 청년실업자가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청년실업이 성장잠재력에 직격탄을 줄 수 있는 문제는 2010년부터 제기돼 왔던 문제다. 최근에는 청년실업이 계속해서 늘면서 이제는 한국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전문가들의 지적은 계속해서 늘고 있다.
지난해 LG경제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청년실업, 저출산 등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에 영향을 끼친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우리나라는 노동기여도는 2000년에서 2010년까지 0으로 낮아진 것으로 평가됐다. 앞으로 2020년까지 0.4% 포인트, 2020년에서 2030년까지는 1% 포인트 가량 성장률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추정했다. 최근 청년실업률과 저출산 등을 감안하면서 이보다더 낮아질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가장 큰 문제는 생산가능 인구가 계속 감소하고 근로시간이 축소되면서 노동 성장기여도에도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물론 이같은 문제는 현재 수준에서도 감내할 수 있지만 청년실업이 계속되면서 인적자본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LG연구원의 설명이다.
한국은행과 국제통화기금(IMF)도 올해 7월 각각 보고서를 통해 한국 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청년실업과 여성 경제활동 참가율을 높이도록 적극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청년들이 일자리를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일을 할 수 있도록 하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한 경제전문가는 “청년들이 취업을 스스로 포기하는 것도 문제지만 이같은 상황에서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주지 못하는 정부에게도 책임 크다”며 “청년들이 스스로 일자리를 만들 수 있도록 역동성을 키워주는 방안을 일자리 찾기와 함께 마련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최재영 기자 sometimes@
뉴스웨이 최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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