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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가족극, 안방극장 돌풍

따뜻한 가족극, 안방극장 돌풍

등록 2015.03.11 00:01

이이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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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KBS2 '파랑새의 집' '착하지 않은 여자들' MBC '전설의 마녀' 포스터 사진 = KBS2 '파랑새의 집' '착하지 않은 여자들' MBC '전설의 마녀' 포스터


안방극장에 지각변동이 생긴다. 고성과 오열이 난무하고 복수와 모함이 판을 치는 드라마가 아니다. 가족으로 또는 가족처럼 엮인 이들이 사람 냄새나는 우리네 인생을 그린 드라마 3편이 여기에 있다. 드라마의 공통점은 ‘가족’이라는 소재를 자극적이지 않고 건강하게 풀어냈지만 시청률과 화제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며 소귀의 성과를 거뒀다는 점이다.

주말 저녁, 시청률이 보장되는 자극적인 대사가 오고가는 막장드라마를 택하지 않고, 또 가장 안정적인 편성이라 불리는 미니시리즈에 멜로가 아닌 가족극을 방송하는 승부수를 띄웠다는 것도 세 드라마의 공통점이다.

◆ 애환과 상처, 가족이 보듬는다

종영을 목전에 둔 MBC 주말드라마 ‘전설의 마녀’(극본 구현숙, 연출 주성우)는 저마다 억울하고 아픈 사연을 갖고 교도소에 수감된 네 여자가 ‘공공의 적’인 신화그룹을 상대로 유쾌 상쾌 통쾌한 전설(?雪, 설욕을 의미)에 나서는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다. 심복녀(고두심 분)를 주축으로 한 4명의 마녀 문수인(한지혜 분), 손풍금(오현경 분), 서미오(하연수 분)가 저마다의 사연을 지니고 교도소에서 만나 서로에게 가족이 되어주는 과정을 그렸다.

심복녀가 신화그룹 마태산(박근형 분) 회장의 계략으로 인해 억울한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가게 되고, 문수인 역시 마 회장으로 인해 억울한 사연을 지닌 터. 여기에 손풍금, 서미오 역시 신화그룹 일가와 엮여있다. 얽힌 인연의 실타래를 네 여자가 한 가족이 되어 정면으로 헤쳐나가고, 서로에게 가족처럼 따뜻한 품이 되어주며 역경을 극복하고 있다.

사진 = MBC '전설의 마녀' 사진 = MBC '전설의 마녀'


여자들이 가족으로 얽혀 상처를 보듬는 구조는 KBS2 수목드라마 ‘착하지 않은 여자들’(극본 김인영, 연출 유현기 한상우)에서도 등장한다. 강순옥(김혜자 분)을 중심으로 3대에 걸친 착하지 않은 여자들이 휘청이는 인생을 버티면서 겪는 사랑과 성공, 행복 찾기를 담은 드라마이다.

강순옥과 딸 김현숙(채시라 분), 그의 딸 정마리(이하나 분)가 펼치는 녹록지 않은 인생살이와 역경을 딛고 성공하는 스토리를 펼친다. 특히 남편의 여자 장모란(장미희 분)와 이들이 한집 살이에 돌입하며 애증을 그려낼 예정. 시한부 판정을 받은 장모란이 강순옥과 만나 죽음을 앞두고 펼치는 스토리가 전개되고 있는 중이다.

40%를 웃도는 시청률을 기록한 KBS2 주말드라마 ‘가족끼리 왜 이래’의 후속으로 방송된 ‘파랑새의 집’(극본 최현경, 연출 지병헌)은 전작인 ‘가족끼리 왜 이래’가 그러했듯이 막장 카드를 버리고 착실한 가족드라마의 형태를 그대로 이어받았다.

코믹한 요소를 적절하게 분배했던 전작과는 달리 취업, 결혼 등 사회성 있는 소재를 버무려 경종을 울리는 의도를 녹여 차별화 했다. ‘파랑새의 집’은 시련을 극복해 나가는 청춘들의 성장과 혈연을 뛰어넘는 가족의 확장을 담아낸 드라마이다. 청춘과 성장 그리고 가족에 주안을 둔 것.

하지만 아쉽게도 방송 4회 만에 작가가 교체됐다. 한 방송관계자는 뉴스웨이에 “일요일 오후 8시라는 시간대의 특성상 중장년층을 모두 흡수할 수 있는 스토리가 중요하다. 하지만 시청자들에게 부담을 안기는 순간 채널은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다소 보수적인 말이지만 고정 시청자들을 외면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는 얘기다.

사진 = KBS2 '착하지 않은 여자들' 사진 = KBS2 '착하지 않은 여자들'


◆ 30~50대 여성, TV 앞에 꽁꽁···고정 시청층 확보

지난달 23일 열린 ‘착하지 않은 여자들’ 제작발표회에서 유현기 PD는 평일 오후 시간대 가족극을 편성한 의도에 대해 묻는 질문에 “시청률을 높이기 위해 가족극을 편성했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이러한 유 PD의 말은 농담 같았지만 뼈가 있었다. 중년 여성을 잡아두기에 가족극의 형태가 안정적이라는 분석이 깔려있는 것.

또 가족극에 큰 줄기를 이루는 어머니, 아버지는 여성과 남성에 모두 어필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폭넓은 연령을 아우를 수 있다는 점 역시 매력적이다.

국내 미니시리즈 시장은 적자를 안은지 오래다. 최근 미니시리즈 드라마 방송 시간대를 평일 오후 10시대에서 다른 시간대로의 이동도 검토해보고 있다는 말이 들릴 정도이다. 이는 방송사 미니시리즈 방송 적자의 구조화가 심화되었다는 방증(傍證)일 터.

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모험으로 승부수를 띄우기에는 불안했을 것이다. 자칫 무리수를 두었다간 언론과 시청자의 뭇매를 맡기 일쑤인데다 한번 외면한 시청자들을 다시 불러 앉히기는 힘들다는 것을 몇 번의 트렌디 드라마 실패 경험을 통해 뼈저리게 느꼈을 것이다.

◆ 잇따른 트렌디 드라마 실패, 가족극 카드 꺼낸 원인

지난해 방송된 ‘내일도 칸타빌레’를 비롯한 다수의 지상파 드라마가 애국가에 맞먹는 시청률을 보이며 고전을 면치 못했고, 탄탄한 준비 없이 흥행작 쫓기에 나섰던 지상파 방송사의 코가 납작해졌다.

‘미생’ ‘응답하라 1994’등 케이블채널이 트렌디 드라마 시장을 점령하고 있고, 안방극장은 자신의 주특기인 가족극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사진 = KBS2 '파랑새의 집'사진 = KBS2 '파랑새의 집'


관건은 재미다. 보수적인 성향의 중견 작가들이 가족극의 집필을 맡으며 일상의 소소한 재미를 그려낼 터지만 보수적인 가족 간의 관계나 상황들이 펼쳐질 수밖에 없다.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드라마는 공감하기 어려운 것. 가족극을 하나의 장르로 발전시키려면 필력 있고 현실성 있는 극에 대한 고민이 필요해보인다. 또 작가진의 후진양성과 새로운 인재 발굴에도 힘써야할 것이다.

이유야 어찌되었건 안방에 몰려온 가족극 덕에 시청자는 즐겁다. 더 이상 따귀를 때리고 오열하거나 이유 없이 누군가 초상을 치르는 장면을 통해 피로감을 느끼지 않아도 되니 말이다.

3월, 따뜻해진 날씨만큼 훈훈한 가족드라마가 안방을 따뜻하게 만들고 있다.

이이슬 기자 ssmoly6@

뉴스웨이 이이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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