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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많던 개그맨은 다 어디로 갔을까?

[칼럼] 그 많던 개그맨은 다 어디로 갔을까?

등록 2015.05.19 06:00

홍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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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방송인겸 개그맨 최형만사진=방송인겸 개그맨 최형만


나는 콩트 코미디의 마지막 세대다.

임하룡, 심형래, 장두석, 이성미, 임미숙, 김학래, 최양락, 이상운, 이봉원, 김정렬. 이들은 한 세대를 주름잡던 최고의 웃음꾼들이었다. 지금은 tv가 아닌 각자의 또 다른 위치에서 새로운 인생을 살고 있다. 개그맨들은 방송에서 스스로 자리를 잡지 못하면 존재감이 없어진다. 현재 나의 동기들 중 99%가 방송에서 사라졌다.

전국민을 웃음짓게 만들었던 그들의 몰락을 짐 콜린스의 책을 통해 짚어봤다. 짐 콜린스는 '위대한 기업은 다 어디로 갔을까'를 통해 기업의 몰락을 몇 단계로 분석했다. 그는 기업의 첫 번째 몰락으로 '성공으로부터 자만심이 생겨난 단계'를 꼬집었다.

나는 오랜 무명끝에 '랄랄라 선생님' 코너를 통해 인기의 꿀맛을 맛봤다. 내 말 한마디 한 마디가 유행어가 되고 거리에서 나를 알아봐 주는 사람들로 걸음조차 뗄 수 없었다. 방송과 행사 그리고 각종 광고가 쏟아졌다.

그런 인기에 취해 오만방자한 시간을 보냈다. 한 번은 새차를 뽑고 들뜬 마음에 술을 마시고 운전을 해서 음주 단속에 걸렸다. 이 사건으로 방송 출연이 없어지면서 스트레스로 인해 다시 술을 마셨다. '자만, 교만, 오만' 삼총사는 내가 어렵게 만난 기회를 단숨에 사라지게 했다.

짐 콜린그가 말하는 기업의 두 번째 몰락의 단계는 '원칙 없이 더 많은 욕심을 내는 단계'다.

개그맨 선배중에 B는 대단한 열정을 가진 개그맨이었다. 생활력 강하고 모든 일에 열정적이었다. 노래도 음반을 낼 정도로 수준급으로 잘 했다. 선배는 청소년기 공장에서 미싱 보조로 생활하며 또래 학생들을 부러워 하던 불우한 학창시절을 보내기도 했다. 그 때문인지 성공에 대한 강한 열망과 승부욕이 강했다.

그런 B선배는 IMF가 불어닥치고 방송일이 줄어들자 강원도를 들락거리다가 전재산을 잃게 되었다. 그동안 힘써 일군 명예와 부가 물거품이 되었다. 삶의 원칙을 지키지 않고 욕심을 내다가 한 순간에 몰락하게 된 것이다.

우리 사회의 곳곳에 활약했던 잘나갔던 사람들은 지금 다 어디로 갔을까? 모든 업적은 그전의 다른 성과들로 이루어진 기반 위에 쌓인다. 많은 사라짐은 이전의 원칙 없는 행동에서 비롯된 것이다. 작은 성공에 취해 더 큰것을 잃어버리는 것은 토끼를 잡으려고 쟁기를 던지고 농사를 포기한 수주대토(守株待?) 속 농부의 모습과 같다.

나 역시 자만과 교만, 오만에 빠져 원칙 없는 삶을 살았다. 그때 나를 일깨웠던 회초리가 바로 '독서'였다. 독서는 바른 삶으로 향하는 표지판이고 안내판이다. 독서는 원칙을 무시하면 빨간불을 켜주는 경고등이다.

성공이란 눈에 보이는 외형만은 아니다. 내적인 성숙도 얼마든지 성공의 영역에 넣을 수 있다. 순간의 자만과 욕심으로 인한 '사라짐'을 차에서 내려 지속적인 겸손과 원칙을 통한 '살아짐'의 차로 반드시 갈아타야 한다. 그 많은 개그맨, 성공가도를 달리던 사람들이 지금 어지로 살아졌는지 되돌아볼 대목이다.

한편 '독서'를 통해 인생2막2장을 새롭게 연 최형만은 지난 4월 28일 출간한 인문서 '북세통'이 2쇄에 돌입했다. 방송생활을 하면서 깨닫고 느낀 점을 솔직하게 녹아낸 것이 읽은 이들의 공감을 끌어냈다는 평이다.

글 / 방송인겸 개그맨 최형만

홍미경 기자 mkh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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