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수출 동반부진으로 판매량 급감경쟁업체들 선전하는데 홀로 하락추세내수는 수입차공세·수출은 환율 영향내부문제보단 외부환경탓 경쟁력 약화전문가들 “위기론은 지나친 확대해석”본원적 경쟁력 여전···‘위기는 곧 기회’
다만 당분간 어려움이 예상되는 것은 사실이다. 현대기아차가 위기론에 휩싸일 정도로 어려운 이유는 무엇일까. 글로벌 자동차 업계에서 톱5에 올라 있는 현대기아차가 지금의 위치로 올라설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은 내수시장에서의 절대적인 영향력을 유지하면서 수출 호조를 이어갔기 때문이다.
역설적으로 이는 현대기아차가 위기설에 시달리고 있는 이유가 되고 있다. 내수와 수출이 동반부진을 겪으면서 현대기아차 성장 공식이 무너진 것이다. 실제로 현대기아차의 최근 실적을 살펴보면 내수와 수출 모두 판매량 감소에 눈에 확연히 들어온다.
특히 지난달 현대기아차의 부진은 더욱 두드러졌다. 내수를 살펴보면 현대차는 5만4990대를 판매해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8.2%나 줄어들었다. 기아차는 4만10대를 판매하며 전년 대비 10.4% 늘었다. 그러나 수출은 현대차와 기아차가 모두 감소했다. 현대차는 33만4309대로 전년 동월(35만6115대) 대비 6.1% 줄었고, 기아차는 20만2044대로 전년 동월(21만7349대) 대비 7.0% 깎였다.
올해 1~5월 누적 판매량을 살펴보면 현대차는 국내외 총 200만9409대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3.6% 하락했다. 기아차는 총 126만5522대를 팔면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2.8% 감소했다. 현대기아차 전체로는 총 327만4931대로 지난해(338만5534대)와 비교하면 3.2% 줄었다.
세계 자동차 시장의 경기가 살아나면서 경쟁 기업들의 판매량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현대기아차의 판매량 감소는 더욱 부각된다. 실제로 올해 1분기 세계 주요 11개 업체 가운데 현대기아차의 판매량 감소가 가장 컸다. 이 같은 대조적인 모습이 현대기아차를 위기론에 빠트린 첫번째 원인이다.
하지만 이러한 위기설이 지나치게 과장됐다는 지적도 빠지지 않는다. 이명훈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의 판매부진을 제품 자체의 상품성이나 본원적 경쟁력의 심각한 저하로 확대하는 것은 과도하다”며 “주요시장에서의 판매부진은 추가적으로 악화되기 보다는 꾸준한 신차투입을 통해 완만한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고 관측했다.
현대기아차가 현재 겪고 있는 판매부진이 일시적일 수 있으며 대외 환경 변화에 따라 얼마든지 회복세로 돌아설 수 있다는 의미다.
먼저 내수 시장을 살펴보면 현대기아차에게 가장 큰 위협을 주고 있는 것은 국내 완성차 업체가 아닌 수입차 업계의 공세로 풀이된다. 지난 몇 년간 이어진 수입차 업계의 공세는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수입차가 보편화되는 계기가 됐다.
실제로 수입차의 내수시장 점유율을 꾸준히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1~5월 수입차 신규 등록 대수는 9만5557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0% 늘어났다.
수입차 점유율 증가는 대대적인 할인공세의 힘도 크다. 이는 올해 9월부터 유럽시장에서 배기가스 기준이 유로6로 강화된 것과 무관치 않다. 수입차 업계는 새로운 배기가스 기준을 충족할 수 없는 재고 차량을 국내로 적극 들여와 대대적인 할인공세를 펼쳤다. 수입차 회사들이 할부금융사를 자회사로 설립하고 대대적인 무이자할부 정책을 내세운 것도 수입차 판매 급증에 일조했다.
이에 따라 현대기아차의 내수시장 70%대 점유율 회복은 요원한 상황이다. 현대기아차는 지난 2012년 71.7%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한 이후 2013년 68.2%, 2014년 65.1%로 내수점유율의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올해는 1분기 기준으로 내수 점유율이 63.0%까지 후퇴하면서 60%대 장벽마저 무너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그러나 수입차 업계가 구형 모델을 모두 털어내고 신형 모델의 판매를 시작하면 이전 같은 할인 공세를 이어가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소비자의 다양성이 증가하고 있는 시점에서 현대기아차가 무조건 70%대의 점유율을 유지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따라서 현대기아차도 점유율에 집착하기 보다는 수입차 업계에 절대적으로 밀리고 있는 고급차 시장에 보다 힘을 쏟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내수 시장보다 중요한 것이 결국은 수출이다. 현대기아차의 위기론이 대두된 것도 내수 점유율 하락보다는 수출이 감소한 데서 기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기아차가 지난달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미국과 중국에서 나란히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달 현대차의 미국 판매량은 지난해 5월보다 10.3% 줄어든 6만3610대에 그쳤다. 그나마 기아차가 월간 기준으로 최대 판매량인 6만2433대를 기록하면서 현대기아차 점유율 하락을 조금이나마 막았다. 지난달 현대기아차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전달보다 0.6%p 하락한 7.7%였다.
중국에서는 현대차와 기아차가 모두 힘을 쓰지 못했다. 지난달 중국 시장에서 현대차는 지난해 보다 12.1% 감소한 8만22대를 판매했고, 기아차도 5.9% 줄어든 4만9005대를 판매하는데 그쳤다.
현대기아차의 수출 감소도 외부 환경의 영향이 크다. 특히 불리한 원·엔, 원·유로 환율로 가격 경쟁력이 하락한 것이 뼈아프다. 현대기아차가 강세를 보이고 있는 러시아·브라질 등의 신흥국은 통화가치 하락으로 구매력이 낮아지면서 현대기아차의 실적에 악영향을 줬다. 하지만 일본·유럽의 통화 환율이 안정되고, 신흥 시장이 성장세로 돌아서면 현대기아차의 반등은 언제든지 가능한 상황이다.
그동안 현대기아차는 양적 성장 전략을 추구하며 글로벌 톱5로 올라섰다. 세계 어떤 기업도 현대기아차만큼 단시일 내에 빠르게 성장하지는 못했다. 이는 현대차의 저력이 드러나는 부분이다. 이 같은 저력이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나아가 현대기아차가 글로벌 톱5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지금까지의 양적 성장 전략을 넘어서는 질적 성장을 위한 도약을 시작해야 한다. 현재의 위기설은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과도기적 현상이기도 하다. 다행히 현대기아차는 최근 질적 성장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그 성과가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이러한 질적 성장을 주도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몽구 회장은 현대기아차 글로벌 800만대 판매를 달성하는 양적 성장을 이뤄냈다면 정의선 부회장은 현대기아차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질적 성장을 주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길홍 기자 slize@
뉴스웨이 강길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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