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업계 수수료 인하 후폭풍···“밴 수수료 30% 깎는다”

밴사 강력반발 “카드사들이 부담 떠넘기려 한다”

정부가 카드사 가맹점 수수료를 인하키로 한 가운데 카드업계가 수익감소를 최소화 하기 위헤 밴(VAN) 업체에 주는 수수료를 30% 가량 깎기로 했다. 정부의 카드 수수료 인하 방침으로 6700억원 가량 수익 감소가 예상되자 밴사와 고통분담을 나눠 수익감소를 최소화 시키겠다는 의미다. 밴 업체들은 카드사가 짊어져야 할 부담을 영세업체인 밴사로 떠넘기려 한다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KB국민카드와 BC카드는 이미 밴사들과 수수료 책정방식 변경 협상에 돌입했다. 다른 카드사들도 연내 줄줄이 재협상을 준비하고 있다.

카드사들은 이제껏 밴사에 정액제(승인 한건당 수수료 책정)로 수수료를 줬지만 앞으로는 정률제(결제 금액에 비례해 수수료 책정)로 지급방식을 전환하는 등 다양한 개편안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밴사는 가맹점과 카드사를 연결해 주는 부가통신산업자로 카드사로부터 수수료를 받아 사업을 영위한다. 나이스정보통신, 한국정보통신, 한국사이버결제 등이 대표적인 밴 업체다. 카드업계는 밴사의 수수료를 30% 내리면 3000억원가량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에 금융당국이 밴사의 대형가맹점 대상 리베이트를 금지한 만큼, 해당 리베이트 비용만큼 밴사도 여력이 생긴 것 아니냐”며 “정부의 이번 카드 수수료 인하조치는 영세사업자들의 부담을 줄이자는 취지인 만큼 밴사들도 어느 정도 고통분담에 동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밴 업체들은 카드사들이 지나친 부담을 떠넘기려 한다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카드업계 요구를 수용할 경우 밴사에 지급되는 수수료 수익이 30%(3000억원)까지 줄어든다. 카드업계에 따르면 현재 카드사가 밴사에 지급하는 연간 수수료는 1조원을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밴 협회 관계자는 “카드사들이 요구하는 수수료율 인하 폭은 30%지만 5만원 이하 무서명 결제 등이 도입되면서 전표수거 수익이 줄어드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며 “결국 밴사의 손실은 4000억원 이상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현재 카드사들은 밴사에 돈을 주고 매출전표를 수거하고 있지만, 무서명 결제가 확대되면 카드사들이 사들이는 전표 역시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밴사는 카드사와 비교하면 매출규모는 100분의 1이고, 이익규모는 10분의 1”이라며 “어느 정도 밴사가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고 하더라도 지금 카드사의 요구는 지나치게 많은 희생을 강요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제는 밴 수수료가 줄어들 경우 밴사들 역시 비용부담을 줄이기 위한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영세가맹점을 대상으로 한 무료 단말기 보급을 중단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밴사가 영세가맹점에 무료로 지원하던 카드결제 단말기를 유료로 판매한다고 나설 경우, 카드수수료 인하에 따른 카드사 수익감소 효과는 돌고 돌아 다시 영세사업자까지 악영향을 미치게 되는 셈이다.

밴 업계 관계자는 “카드사들이 밴사에 지급하던 수수료를 낮출 경우, 밴사도 그 수익감소분을 메우기 위해 여러가지 방안을 찾을 수밖에 없다”며 “결국 밴 사업자의 수수료 하락은 영세가맹점에 불이익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영 기자 dw03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