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중심 現 체제로는 低성장 국면 해결 어려워정치권, ‘좀비기업 양산’ 시국 안다면 스스로 도와야政-財 합심해 산업구조 재편 기반 마련한 日 배우자
현재 대한민국 산업계의 핵심은 제조업이다. 자동차와 반도체, 조선과 석유화학업종이 제조업 전체를 이끌어가는 형상을 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들 사업은 그동안 대한민국의 수출을 견인하며 국부를 쌓는 1등공신의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 문제점이 드러났다. 이들 핵심 제조업의 성장이 멈추거나 정체될 경우 대한민국 경제 전반의 성장까지도 함께 멈춘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재계 안팎에서는 국가 경제 전체의 회생을 위해 산업구조의 개편이 절실하다는 점이 강조되고 있다.
◇산업구조 개편, 왜 절실한가? = 경제계 다수의 관계자들은 현재의 우리 경제 환경을 감안할 때 기존의 산업구조로는 추가적인 성장을 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가장 큰 원인은 우리 경제가 구조적 저성장에 빠졌다는 점이 문제다. 한국은행이 간접적으로 공개한 지난해 우리 경제의 실질 성장률은 2.7%에 불과하다. 실질 경제 성장률이 3%에도 못 미치는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고착화된 현실이다.
실질 성장률이 침체를 걷고 있는 것에는 여러 배경이 있다. 여기에는 주력 업종이 내수와 수출 가릴 것 없이 함께 부진한 것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기존의 산업구조로는 저성장을 탈피하기 어렵다는 구조적 단점이 작용한 셈이다.
무엇보다 저성장 국면이 당장 몇 년 내에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점도 문제다. 오는 2018년부터 2030년까지 전망되는 잠재 GDP 성장률은 3.3%에 불과하며 2031년 이후에는 1%에도 채 미치지 못하는 초저성장 국면으로 접어들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기에 경제활동인구, 특히 생산가능인구가 갈수록 감소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지속적인 출산율의 저하와 고령 인구의 증가로 실질적 생산가능인구는 몇 년째 늘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제조업은 다수의 인력이 필요한 산업이다. 그러나 그 인력이 뒷받침되지 못한다면 적시 성장을 이루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때문에 이러한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제조업 중심의 산업구조를 서비스업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더 늦어지면 진짜 재앙 온다 = 우리의 이웃인 일본은 이미 몇 년 전부터 산업구조 개편에 대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 이는 결국 나라 바깥의 위험요소에도 안정적인 대응을 할 수 있는 환경으로 발전했다.
일본은 지난 1999년 ‘산업활력법’을 제정해 기업이 선제적으로 사업구조 재편에 나설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 기반을 마련했다. 이 법은 2012년 12월 아베 정권이 ‘산업경쟁력강화법’으로 확대 개편했고 지난 2014년 1월부터 시행되고 있다.
산업경쟁력강화법은 민간투자를 촉진하는 성장 전략의 일환으로 과잉규제·과소투자·과당경쟁의 고민을 해소하는 것에 목적을 뒀다.
이후 일본 경제는 활력을 되찾기 시작했다. 미쓰비시중공업과 히타치제작소 화력발전 부문이 서로 통합한 것이 자발적 산업구조 재편의 대표적 사례로 볼 수 있다. 이를 통해 미쓰비시와 히타치는 비용 감축을 통한 효율성 강화 효과를 봤다.
우리도 이와 비슷한 법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른바 ‘원샷법’으로 불리는 기업 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이다. 이 법안은 지난해 7월 이현재 새누리당 의원이 대표로 발의했지만 정치적인 이념 대립에 휘말려 여전히 국회 논의 과정에서 멈춰있다.
원샷법은 재무상태나 신용등급이 정상적인 기업이라고 해도 자체적으로 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사업구조 재편을 추진하면 이를 신속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5년 한시적으로 특례를 주는 내용을 중심으로 하고 있다.
올해 2월 이후부터는 정치권이 20대 총선 준비모드로 들어간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19대 국회 임기 내 원샷법 통과를 바라기는 힘든 상황이다.
이 때문에 재계에서는 노동관계법과 더불어 원샷법도 국회가 경제를 생각하는 초당적인 자세로 조속히 통과시켜달라며 연거푸 호소했지만 ‘우이독경’ 수준에 불과하고 말았다.
◇정치권이 먼저 나서야 한다 = 실제로 원샷법이 조속히 통과되지 못할 경우 우리 경제에 불어 닥칠 악영향은 매우 큰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지난 2014년 한국은행이 발표한 대기업 내 한계기업 비중은 2009년 9.3%에서 지난 2014년 14.8%로 늘었다. 한계기업이 늘었다는 것은 부실한 재무 상태 탓에 영업이익으로도 이자를 못 갚는 기업이 많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재계의 좀비화’가 뚜렷해진 것이다.
한계기업의 비중이 큰 업종에는 조선과 운수, 철강, 섬유 등 우리 경제의 기반을 지탱했던 업종이 꼽히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이들 업종의 업황이 여전히 나쁘고 재무 상태마저도 쉽게 좋아지지 못하다 보니 ‘좀비화’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는 점에 있다.
재계와 학계에서는 정치권이 그동안의 이념 대립을 접고 나라 경제 전체를 생각하는 마음으로 초당적인 움직임을 나서야 산업구조 개편이 탄력을 받을 수 있다고 충고하고 있다. 정치권이 더딘 움직임을 보일수록 우리 경제는 동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송재용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새해에도 정치권이 경제 관련 법령이나 제도에서 발목을 잡는다면 우리도 일본식 장기불황에 빠지지 말라는 법이 없다”며 “제조업 중심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는 만큼 구조 개편 대안 마련을 위해 힘을 모아야 할 때”라고 말했다.
정백현 기자 andrew.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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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정백현 기자
andrew.j@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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