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소비패턴 변화, 글로벌 사업자와 대등경쟁 필요
방송영역 성급한 접근 안 된다는 ‘신중론’도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을 허용, 콘텐츠 유통망의 혁신을 꾀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특히 미디어 소비 패턴이 변화하고 글로벌 사업자들이 잇달아 한국에 진출하고 있는 만큼 국내 산업 활성화를 위해 인수합병을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반면 이를 비판하는 전문가들은, 방송 영역을 산업적 측면만 고려해서 성급하게 추진해서는 안 된다는 신중론으로 맞서고 있다.
3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는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 인수합병과 관련 전문가 토론회가 진행됐다. 미래창조과학부가 승인 여부를 판가름하기 앞서 전문가들의 의견들을 청취하는 자리였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남재현 고려대 교수는 미디어 유통망이 급변하고 있다며 변화의 흐름에 맞춰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을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남 교수는 “10년전을 떠올리면, 만화방 등에서 만화책을 빌려 저녁 시간 즐겨 읽곤 했다. 요즘엔 만화방을 찾기 어렵다. 20여년 전에는 CD 판매점들이 많았다. 하지만 요샌 큰 대형서점에서 판매하는 거 외엔 찾아보기 어렵다”며 “음악, 영화, 만화 등은 모두 콘텐츠다. 유통망은 지속 변화하고 변화 속도는 엄청나다”고 밝혔다.
이어 “유통망 변화의 핵심은 융합과 대형화다. 이전에는 CD 상점 하나 차려서 팔려면 팔 수 있었지만, 이젠 네이버 뮤직, 애플 뮤직 등 크게 대형화됐고 추천 서비스 등도 도입됐다. 문화콘텐츠가 융합되고 대형화되면서 규모의 경제화 됐다. 그런 측면에서 (인수합병을)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남 교수는 인수합병 시 기존 이용자들의 후생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소비자들 입장에서 요금인하 등의 가능성이 있다면 인수합병이 경쟁 촉진을 유발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남 교수는 “경쟁제한성의 핵심은 기업결합을 통해 기존 서비스 이용하는 사람들이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할지 여부다. 후생이 감소하는지가 결합심사 판단의 핵심”이라며 “기업결합을 통해 어느 업체가 유리해지는지 불리해지는지가 판단 기준이 아닌, 소비자들이 좋아진다면 경쟁 촉진”이라고 밝혔다.
글로벌 업체들과의 경쟁을 위해서 인수합병을 용인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넷플릭스 등 해외 콘텐츠 유통업체들이 국내 진출을 가속화하는 상황에서 혁신적인 서비스를 출시하기 위해서 불가피한 조치라는 설명이다.
곽규태 호남대 교수는 “국내 모바일 동영상 시장에서 유튜브는 80%를 잠식했다. 구글의 국내 매출이 1조원에 달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넷플릭스는 글로벌 7500만명의 가입자를 유치했다”며 “국내 유료방송시장은 내수라 주장한다고 내수시장이 되는 것이 아닌, 이미 글로벌 경쟁 환경 속에 있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과 중국 기업들이 국내에 진출할 수 밖에 없는 환경이다. 한미, 한중 FTA 이후 유료방송은 이들 사이에 끼인 상황”이라며 “이번 기회에 유료방송이 세계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체질 개선, 체질 강화 측면에서 인수합병을 바라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성철 고려대 교수도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 인수합병이 유료방송 산업 재편의 좋은 기회라며 규모의 경제를 통해 글로벌 사업자와 경쟁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은 유료방송 산업 재편의 좋은 기회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재편이 어렵다”며 “유료방송 게임의 룰, 규제 틀을 전환할 수 있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부분이 크다”고 밝혔다.
이어 “인수합병 이후엔 유료방송시장이 양강구도가 된다. 범위, 규모의 경제가 실현 가능해져 경쟁력이 높아질 것”이라며 “OTT 분야에서 방어 능력도 생길 수 있으며 유통도 세계로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을 반대하는 전문가들은 전형적 내수 산업인 유료방송산업이 글로벌로 나간다는 점에 의구심을 표명하며 산업적 측면이 아닌 방송 측면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는 인수합병 이후 사후 규제가 소용이 없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일단 허가해주자는 주장이 있는데 (이미 장악된 이후) 방송시장을 다시 뺏을 수 있는가”라고 반문하며 “방송의 공적 기능을 고려하지 않고 일단 허가하면 사회적 부작용을 어떻게 처리할 건가”라고 비판했다.
이어 “제조업도 아니고 방송은 사회의 공적 기능을 하는 중요한 산업인데 제조업처럼 인수합병을 하려는 것이 맞는가”라고 덧붙였다.
김경환 상지대 교수는 케이블이 지역 사업자인데 글로벌 경쟁을 운운하는 것이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케이블은 지역 사업자다. 글로벌과 무슨 관계가 있는지 모르겠다. 글로벌 경쟁력을 논하는 것이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이어 “지상파의 소유 겸영을 두고는 다양한 규제가 있었지만, IPTV 사업자와 방송사업자 간 소유 겸영에 대해서는 논의된 바 없다. 두고두고 후유증을 남길 수 있는 부분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어진 기자 lej@
뉴스웨이 이어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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