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업계, ‘개소세 면제’ 논란에 전전긍긍스마트폰 시장, 단통법 시행 후 수익악화10년 이상 생각하고 경제 정책 펴야
익명을 요구한 한 자동차제조사 관계자의 말이다. 내수 시장의 상황에 따라 완성차에 붙는 개별소비세를 마음대로 매겼다가 없앴다가 하는 통에 회사의 매출이 상황에 따라 들쭉날쭉 변한 것에 따른 일종의 푸념이다.
재계 곳곳에서 정부의 ‘원칙 없는 정책 변덕’으로 인해 앓는 소리를 하는 곳이 많다. 정부가 시장 전체의 균형을 보지 않고 근시안적인 태도로 경제 정책을 운영하는 탓에 회사 실적이 들쭉날쭉 변하고 있어 미래 경영 밑그림 그리기에 차질이 생기기 때문이다.
세금 정책의 변화로 경영에 대한 갈피를 제대로 잡지 못하는 대표적인 업종은 바로 자동차업계다. 정부는 오는 6월 말까지 승용차에 부과됐던 개별소비세를 일시적으로 면제하겠다는 정책을 지난 2월 발표했다. 침체된 내수 자동차 시장을 살려보기 위해 마련한 정책이다.
개소세 면제는 분명 자동차업체에 호재가 될 수 있다. 세금이 면제되면 그만큼 자동차의 가격이 내려가고 신차를 구매하는 고객의 입장에서는 새 차 구입에 대한 부담이 어느 정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업체들이 불만을 갖는 것은 세금 면제 정책 적용기한 종료 이후의 일이다. 당국에서 어느 정도 시장이 회복됐다고 판단하고 세금을 원래대로 매기면 업체에 돌아오는 매출과 이익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연초에는 세금이 없었다가 갑자기 세금이 부활할 경우 이 상황을 예측하지 못한 상태에서 수립한 경영 계획이 시장의 혼란과 침체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업계 한 관계자는 “당장의 세금 면제는 자동차 시장 부흥에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매년 이런 일이 반복되다 보니 어떤 식으로 경영 계획을 짜야 할이지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부의 일방적 정책 변덕으로 기업이 상처를 받는 사례는 자동차업계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전자업계에서는 휴대전화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의 시행 이후 국내 스마트폰 산업의 동력이 과거에 비해 떨어졌다고 말하고 있다.
단통법 시행 후 국산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은 사실상 냉각기를 맞았다. 법 시행 이후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이 활성화돼 전반적으로는 단말기 판매가 늘었다고는 하지만 업계가 실제로 챙기는 수익은 상당량이 줄어들었다.
그 사이 글로벌 업체들의 국내 시장 장악은 더욱 강화되고 있다. 국내 제조사들이 법의 올가미에서 질척이던 사이 애플과 화웨이 등 해외 제조사들의 국내 영향력은 더 커지고 있다. 국내에서 힘을 못 쓰다 보니 국내 제조사들은 해외에서도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반도체업계 역시 정책의 지원을 제때 받지 못해 더 발전하고 싶어도 발전하지 못하는 슬픈 현실을 맞고 있다.
정부가 공장 설립이나 운영 등에 대해서 전폭적으로 지원하지 못하다보니 국내 인력들이 중국이나 대만 등 해외로 이전되는 경우도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다. 중화권 기업들이 거대 자본의 힘을 앞세워서 한국 기술 인력들을 데려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첨단 반도체 사업에서 큰 격차를 유지했던 우리나라와 중화권 기업들의 기술 차이가 현격하게 좁혀졌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말로만 수출을 늘리고 내수 활성화를 꾀한다면서 원칙 없이 경제 정책을 펴게 되면 결국 피해를 보는 것은 우리 기업”이라며 “10년 뒤 우리 경제가 무엇으로 먹고 살 것인가를 면밀히 파악하고 경제 정책을 세워야 우리 기업이 더 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백현 기자 andrew.j@
뉴스웨이 정백현 기자
andrew.j@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