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종의 핸디캡 제도인 셈이다. 이세돌 9단이 알파고와의 대국 1차전과 5차전에서 백중세 속에서 결국 돌을 던져 불계패한 것도 덤을 극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바둑 문외한인 기자가 볼 때 ‘덤’이라는 게 참 ‘페어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바둑계에서는 오히려 이 ‘덤’ 제도가 바둑경기를 더 ‘페어(fair)’하게 만든다고 믿는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3일 발표한 2016년판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현황을 두고 말이 많다.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명단에 이름을 올라갔다는 것은 곧 그 기업이 이 나라에서 ‘재벌’이라는 이름으로 불릴 위치가 됐음을 의미한다.
올해 발표된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명단에는 새로운 기업의 이름이 등장했다. 특히 청년 벤처로 시작해 초대형 IT 포털 기업으로 성장한 카카오는 총 보유 자산이 5조원을 넘어가면서 재벌 대열에 합류했다.
기업이 그만큼 성장했다는 점에서 환영받아야 맞는데 어찌된 일인지 우려의 카카오에 대한 우려의 시선만 늘어났다. 앞으로 카카오가 받아야 할 규제가 카카오의 성장을 막을 수 있다는 우려다.
정부가 정한 규정대로라면 자산 총액 5조1000억원의 카카오와 자산 총액 348조2000억원의 삼성그룹은 같은 규 제를 받는다. M&A와 금융·보험업 계열사 주식에 대한 의결권도 제한되는 등 여러 가지 규제가 기다리고 있다. 카카오는 당장 인터넷은행 사업이 차질을 빚게 된다. 이 제도는 카카오에만 불편한 게 아니다. 삼성이나 현대차그룹 등 기존의 초대형 재벌에게도 불편하기는 매한가지다.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제도는 대기업의 시장 지배력 남용과 과도한 경제력 집중, 문어발식 계열사 확장 등을 막겠다는 취지로 지난 1987년에 생겼다. 그러나 현재의 제도는 기업들을 줄 세우듯 서열화하고 기업 경영의 자율성까지 해치는 굴레로 변질되고 말았다.
일부에서는 재벌 대열 합류의 기준이 되는 자산의 한도를 문제 삼고 있지만 핵심은 이게 아니다. 진짜 문제는 제도의 실효성에 있다. 과거 대기업이 덩치 경쟁을 펼치던 시절에는 어느 그룹이 재계 순위 몇 위에 올라 있느냐가 관심거리였다. 그러나 이제는 기업의 순위를 두고 경쟁하는 시절이 아니다. 재계 순위에 관심을 두기보다는 각 기업 이 어떻게 생존할 것인가가 현재의 관심거리다. 이런 과정에서 M&A도 하고 새로운 사업도 하고 투자도 한다.
대기업이라는 이유로 경영 역량 강화를 위한 M&A의 길이 막히고 계열사에 대한 출자에 방해가 돼 경영에 손해가 가해진다면 이는 누가 책임져야 하는가. 대기업이 시장 지배력을 자기 멋대로 남용하고 싶어도 그러지 못 하는 게 현실이다. 문어발식 계열사 확장은 자멸의 길로 직결된다는 것을 19년 전 외환위기를 통해 뼈저리게 느꼈다.
‘덤’도 없이 대기업집단으로 묶어 규제만 한다면 어떤 기업이 무한성장을 목표로 달려가겠는가. 5조, 7조, 10조라는 선 앞에 멈춰설 것이 뻔하다.
기준을 몇조 올리는 게 중요한게 아니라 기업의 자율적이고 건강한 성장 측면에서 대기업집단에 대한 인위적 편성 자체를 없애는 걸 고민해봐야 한다.
황의신 산업부장 philla@
뉴스웨이 황의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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