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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해운 사태, 정부 ‘비상식’의 종합판

[한진해운 법정관리]한진해운 사태, 정부 ‘비상식’의 종합판

등록 2016.09.08 17:38

임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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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금융논리·구조조정 원칙 오판정부, 한진해운發 물류대란 준비 미흡사실상 조양호 회장에게 책임 전가하며 국가적 사태 해결 손 놓고 책임회피만

사진=이수길 기자사진=이수길 기자

금융당국이 국가 기간산업인 해운업에 대한 이해 없이 ‘금융논리’만을 내세운 결과 한진해운은 결국 법정관리를 선택했다.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신청으로 발생한 물류대란의 피해는 고스란히 국내외 해운업과 관련업계에 파장을 미치고 있다.

지난 7일 기준 한진해운이 운항중인 141척 중 87척(컨테이너선 70척, 벌크선 16척)이 비정상운항을 하고 있다. 화주와 선주 등 구체적인 피해현황은 파악되지 못하고 있다. 해운업계는 한진해운 사태에 대해 상식적으로 일어날 수 없는 일이 발생했다며 울분을 토했다.

◇몇천억 때문에 수백조 무형자산 날릴판=한진해운 채권단은 지난달 31일 한진해운 추가자구안 수용과 추가 신규 지원 거부 결정을 내렸다. 당초 해운업계에선 채권단이 한진해운의 상황을 판단하고 부족자금 6000억원보단 무형 자산의 가치를 염려해 지원을 결정할 것이라 전망했다. 당일 채권단 긴급회의가 열리기 전까지도 분위기는 긍정적으로 흘러갔다. 하지만 긴급 회의 시작 후 약 30분이 지난 후 산업은행 등 한진해운 채권단은 불가 결정을 내렸다.

결과 발표 후 한진해운엔 비상이 걸렸다. 관련 업계도 마찬가지다. 수백조원으로 평가되는 한진해운의 네트워크와 노선의 가치는 채권단의 결정으로 회생 불능상태에 빠졌다. 선박이 가압류됐고 한진해운과의 공동운항을 거부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금융논리와 구조조정 원칙을 앞세워 해운업을 이해하지 않은 채 비상식적으로 내렸다는 비난은 여기에서 비롯된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해운업을 조금이라도 이해했다면 이런 말도 안되는 결정을 내리진 않았을 것”이라며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다른 은행들을 설득하지 않은 채 이런 결과를 초래했다는 점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법정관리 대비 방안 전무=비상식적인 상황은 이후에도 이어졌다. 한진해운 규모의 회사가 법정관리에 들어갈 것이 예상됐다면 피해 최소화를 위해 금융당국은 정부와 최선의 방안을 마련했어야 한다. 채권단이 결단을 내리기 전 정부와 논의하고 법정관리 신청과 동시에 주요 상대국가와 법원에 선박압류금지신청을 곧바로 제기해 선박이 묶이는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했다. 공탁금 등 필요 긴급자금도 준비했어야 한다.

한진해운이 법정관리를 신청해도 도선료와 하역비 등 화물을 배에서 내리기 위한 비용은 발생한다. 하지만 정부와 금융당국 어느 곳도 이에 대한 준비를 하지 못했다. 결국 아무 준비 없이 한진해운을 궁지로 내몰고 대주주 책임론만 내세우고 있는 것이다.

한진해운 법정관리 신청 후 정부와 금융당국의 발언도 문제다. 해운업은 국내에만 한정된 사업이 아니다. 안전하게 화물을 하역하기 위해선 국내외 선주와 터미널, 화주, 포워딩 업체 등과 협상을 벌여야 한다.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선 불확실성보다는 한진해운이 회생 가능성이 있으며 정부가 살릴 의지가 있다는 것을 내비춰야 한다.

◇법원은 회생시키겠다는 데 정부는 청산 고집=하지만 정부와 금융당국은 한진해운의 네트워크와 인력 등을 현대상선에서 인수토록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청산에 무게를 둔 것이다. 때문에 국내외 화주들의 불만은 극에 달했다. 결국 한 푼이라도 돈을 회수하기 위해 화주와 선주들이 움직이자 한진해운 선박들은 가압류를 피하기 위해 공해상을 떠돌고 있다. 사태 해결을 위한 협상은 아직 시작도 못한 상황이다.

앞서 채권단은 한진해운에서 제시한 추가 자구안을 미흡하다는 이유로 거부했다. 한진그룹 차원의 지원과 조양호 회장의 사재출연을 요구했지만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미 한진그룹은 한진해운을 살리기 위해 1조가 넘는 자금을 지원했다. 금융권에 고금리로 돈을 빌려 한진해운 정상화를 위해 노력했지만 업황이 따라주지 않았다. 외국 선사들의 치킨게임도 한진해운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한진해운은 최대한의 자금을 마련할 테니 채권단에도 도움을 요청했다.

이러한 요청을 채권단은 구조조정 원칙을 지키지 않을 경우 향후 기업구조 조정에 부정적인 영향이 우려된다며 지원을 거부했다. 또한 대내외 변수에 따라 한진해운 부족자금 규모가 증가될 가능성이 있으며 이 경우 채권단이 추가적인 리스크를 부담해야 한다며 지원을 하지 않겠다고 통보했다.

뒤집어 생각하면 돈을 빌려줄 경우 받지 못할 가능성이 있으며 자신들이 빌려준 돈이 해외 채권단에게 돌아간다는 판단에 빌려주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한진해운에 그룹차원의 지원을 더 할 경우 조양호 회장은 배임으로 돈도 잃고 형사 처벌도 받아야 하는 상황에 처하지만 금융권은 이는 고려하지 않은 채 무리한 요구를 지속했다. 금융권이 돈을 더 빌려줄 경우 배임에 해당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해운법 관계자들은 금융권이 당초 한진해운을 살릴 의지가 없었다고 입을 모았다. 선박의 가치는 향후 변동된다. 가치가 떨어질 수 있다면 오를수도 있는 것이다. 선박의 가치가 오른다는 전제하에 후순휘 담보를 잡아 돈을 빌려줄 수 있지만 채권단은 이를 고려하지 않았다. 오히려 채권단은 그동안 한진해운에 많은 기회를 줬으며 손해를 봤다는 입장이다. 실상은 고금리에 이자를 챙기고 충당금을 쌓아 손실을 최소화했지만 이는 드러내지 않은 채 한진해운 탓만 하고 있는 것이다.

국내 1위 선사를 침몰 시킨 채권단은 현대상선 밀어주기를 결정했다. 한진해운이 법정관리를 선택한 후 현대상선에 무형의 한진해운의 자산을 인수케 한다며 추가 지원 가능성을 내비치는 모순적 발언을 했다. 이미 한진해운에 추가 지원을 거절할 당시에도 현대상선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최대한의 노력을 경주할 것이라 밝힌 바 있다.

물류대란이 발생한 상황에서도 금융당국은 조양호 회장을 탓하고 있다. 정부도 제대로 된 대응책은 마련하지 않은 채 한진그룹에 책임을 돌리고 있다.

한진해운 사태, 정부 ‘비상식’의 종합판 기사의 사진

◇정상화 강구하는 회사에 법정관리 전제 대책 내놔라=8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와 정무위원회 연석으로 개최된 ‘조선·해운산업 구조조정 연석청문회’에서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물류대란에 대응하지 못한 이유로 한진해운이 화주와 운송 계획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심지어 경쟁사인 현대상선과 함께 협의해달라고 했지만 정보를 얻을 수 없었다며 궁색한 변명을 늘어놨다.

상식적으로 선사에게 화주와 선박의 운송 계획은 영업 비밀에 해당한다. 아직 회사가 문을 닫은 것도 아닌데 관련 자료를 내놓으라는 것은 한진해운 경영진에게 무리한 요구이다. 게다가 경영정상화를 위해 다앙한 방안을 강구하는 있는 회사에 실패 이후의 시나리오를 내놓으라고 하는 것도 상식 밖의 처사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도 금융당국의 원칙을 넘지 못하는 실정이다. 한진해운 물류대란의 1차 책임자로 대주주를 지목해 자금을 마련하라는 입장을 바꾸지 않고 있다.

이미 한진해운은 법정관리를 택했다. 채권단에 제출한 최종 자구안은 위험을 감수해서라도 한진해운을 살리겠다는 의도이지 법정관리에 들어갔을 때 내놓을 수 있는 돈이 있다라는 의미가 아니다.

정부는 기획재정부 1차관, 해양수산부 차관을 공동팀장으로 관계부처 합동 TF를 지난 4일 구성해 피해 최소화를 위해 총력 대응을 했다지만 협의만 할뿐 실질적인 안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각 항만별로 재외공관을 중심으로 현지대응팀을 구성해 상대국 정부 등과 협의하는 등 적극 대응하고 회사와 대주주 책임(우량자산 담보제공)을 전제로 채권단 협의하에 기선적화물 처리에 필요한 지원 방안 강구할 계획이나 이는 모두 한진해운 발 물류대란이 발생하기 전 준비를 마쳤어야 하는 문제다.

◇법정관리 수개월 준비했다며 실효성 없는 대책만=화주와 포워딩 업체들은 일시적인 유동성 위기를 겪는 것이 아닌 존폐위기에 처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실효성 있는 대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그나마 해수부에서는 거점항만 지정이라는 대안을 제시했다. 문제는 실효성이 없다는 것이다. 거점항만 지정은 오히려 더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지난 7일 열린 ‘한진해운 물류대란 법적 쟁점 긴급 좌담회’에선 거점항구 하역이 무료가 아닌데다 오히려 약점을 잡혀 한진해운이 무리한 요구를 받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또한 항로이탈로 인한 화물 또는 선박의 멸실시 국가배상책임이 발생할 수 있으며 항로이탈시 선박보험의 중단 또는 적하보험자 면책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해수부가 지정한 독일 함부르크항의 경우 스테이오더가 가능한 국가가 아니기 때문에 해당 항구가 안전한 항구라고 볼 수 없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지난 6일 당정협의에서 한진그룹이나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한진해운이 담보 제공시 정부가 나서 장기저리자금 1000억원±a를 지원하도록 촉구한 것도 문제다. 채권단은 돈을 빌려줄 경우 그 동인 해외 채권자들의 배를 불린다며 거부했었다. 헌데 지금 와서 긴급자금을 저금리로 지원을 해줄 경우 자기모순에 빠지게 된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이런 비상식적인 일이 있을 수 있나. 해외에서는 우리나라 정부와 금융당국을 바보라고 한다. 외국 선사들이 가장 바라는 시나리오는 한진해운이 망하는 것인데 그걸 원하는 대로 해준 꼴”이라며 “한진해운만 망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관련 업체가 줄도산 하는 건 시간문제”라고 말했다.

임주희 기자 lj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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