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式 혁신, 1등 쟁취했지만 곳곳 상처갤노트7 리스크 계기 혁신 모델 개선 필요업계 상생·완벽주의 중시로 삼성을 바꿔야
삼성전자는 지난 12일 3분기 영업이익을 바로 잡았다. 당초 7조8000억원 안팎으로 추산됐던 잠정 영업이익은 갤럭시노트7 단종에 대한 손실 선반영 조치로 인해 2조6000억원이 증발된 5조2000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매도 먼저 맞는 것이 낫다’는 심정의 손실 반영이지만 2년여 만에 받아든 최악의 경영 성적표이기에 속이 쓰린 것은 매한가지다.
삼성전자는 결국 갤럭시노트7을 단종시키고 타 제품 교환과 환불 조치를 단행했다. 더불어 조직 내부적으로는 무선사업부에 대한 고강도 경영진단과 경영진에 대한 감사를 단행하면서 어느 부분에서 어떤 문제가 발생했는지를 날카롭게 뜯어보고 있다.
‘관리의 삼성’이라고 일컬어지던 조직에서 발생한 초유의 실책이기에 삼성전자에게는 큰 상처로 남게 됐다.
이전에도 삼성에는 비슷한 악재가 더러 있었다. 그러나 이번처럼 대대적으로 변화를 꾀한 것은 과거의 삼성과 비교해볼 때 꽤나 많이 달라진 모습이라고 볼 수 있다. 쉽게 말해 ‘이건희 시대’와의 단절이 실질적으로 시작됐다는 움직임이다.
1987년 이건희 회장이 삼성 회장으로 취임한 이후 삼성 안팎에서 가장 중시되던 슬로건은 ‘세계 초일류 기업’이었다. 그 슬로건의 기반에는 ‘무조건 1등이 돼야 한다’는 ‘1등주의’가 있었다. 어떤 방식으로든 삼성 브랜드가 1등을 빠르게 쟁취해야 한다는 정신이었다.
그 결과 휴대전화 ‘애니콜’을 비롯해 반도체와 TV 등 삼성의 다양한 제품들이 세계 1위 상품으로 발돋움할 수 있었고 삼성의 브랜드 가치는 세계 10위권 내에 진입할 정도로 성장하는 성과를 기록했다. 이 회장의 의중대로 ‘세계 일류’ 대열에 드는 것은 성공했다.
그러나 ‘1등주의’를 기반으로 한 ‘이건희식 혁신’이 장점만 만들어낸 것은 아니었다. 경쟁자를 물리치고 누구보다 빨리 1등 자리를 선점하기 위해 ‘완벽함’이라는 중요한 가치를 간과한 탓에 곳곳에서 크고 작은 과오가 발생했다.
이 때문에 재계 일각에서는 갤럭시노트7 리스크를 ‘이건희식 혁신’이 만든 최대의 과오라고 꼽는 이들이 많다. 애플과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촉박한 시일 내에 갤럭시노트7의 개발을 서둘렀고 그 과정에서 초대형 결함이 발생했다는 것이 다수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만약 지나치게 1등에 집착하지 않고 스마트폰 시장 전체의 생존을 위하는 정신을 앞세웠다면 오늘의 과오는 없었을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쉽게 말해 과거의 혁신 모델을 따라갈 것이 아니라 시대의 변화에 맞게 실용적인 혁신 모델에 따라 새로운 도전을 해야 삼성이 오늘의 위기를 슬기롭게 타개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이제는 회사, 조직, 사람도 모두 ‘이건희식 혁신’을 버리고 이재용 부회장이 추구하는 새로운 혁신과 도전에 나서야 할 당위성이 생겼다고 보는 이들도 많다.
이미 삼성은 대한민국 1등 기업이자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일류급 기업이다. 세계 일류 기업이라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만큼 이제는 경쟁 대신 협력으로, 1등주의 대신 완벽주의로 혁신의 기반을 바꿀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공교롭게도 이재용 부회장은 이달 말부터 회사의 혁신을 전체적으로 총괄할 수 있는 등기임원의 자리에 오른다. 오는 27일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이 부회장이 등기임원으로 선임된 이후에는 이 부회장 중심의 고강도 혁신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재용 부회장이 혁신을 주관할 수 있는 진짜 자리에 오르게 된 만큼 이제는 이 부회장 스스로 혁신의 비전을 설정하고 실천해야 한다”며 “과거에 진행됐던 낡은 혁신 모델과 완전히 결별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삼성이 새롭게 거듭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백현 기자 andrew.j@
뉴스웨이 정백현 기자
andrew.j@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