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산·생명 양대 지주사 유력 엘리엇 제안으로 명분 얻어 경제민주화 법안 통과 전에 진행해야
삼성전자의 경우 삼성그룹의 핵심계열사로 시가총액 225조원(27일 오전 11시 기준)으로, 2위인 한전과 7배나 크다. 국내 코스닥 시장 전체 상장사를 합쳐도 삼성전자보다 작을뿐더러 아시아에서도 시총 규모로 1위를 수성 중이다. 매출액과 영업이익도 지난해 연결 기준으로 각각 200조, 26조에 달하는 공룡기업이지만 오너일가의 지분이 극히 작다는 점에서 지속적해서 잡음이 일었다. 5%도 채 되지 않는 지분으로 어떻게 ‘오너(사주)’라는 말을 붙일 수 있냐는 지적이다.
실제 지난 14일 기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지분율은 3.62%(583만8265주) 정도다. 여기에 이건희 회장의 부인인 홍라희 씨의 지분 0.67%를 합친다 해도 지분은 4%대에 머문다. 단일 주주로는 오히려 국민연금이 8.69%를 보유해 가장 비중이 크다. 이 때문에 이재용 부회장이 대주주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계열사를 이용한 지배구조 개편에 나설 것이라 분석이었다.
현재 삼성전자의 지배구조는 오너일가 → 삼성물산 → 삼성생명 → 삼성전자 → 삼성전기·삼성SDI·삼성SDS로 이뤄져 있다. 오너일가가 총수를 맡을 수 있는 이유기도 하다. 단일주주로는 국민연금이 가장 비중이 높지만 삼성물산(4.25%), 삼성생명(7.87%), 삼성화재(1.32%) 등 삼성그룹 계열사들과 특수관계인 등을 포함할 경우 지분율이 16.15%로 껑충 뛰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이 직접 장내 매수를 통해 지분율을 높이는 방법도 있지만 삼성전자의 지분 1%가 약 2조2500억으로 사실상 불가능하다. 약 8조원대로 추정되는 사재를 전부 털어도 3~4% 확보에 그친다. 오너 일가 및 특수관계인이 39% 가량을 보유하고 있는 삼성물산을 지주회사로 전환, 이용하는 방법이 가장 현실성 있다는 평이다. 삼성물산의 경우 이재용 부회장이 17.1%로 최대주주다.
설명하자면, 삼성전자를 삼성전자 홀딩스와 삼성전자 사업회사로 분리해 삼성전자 홀딩스와 삼성물산을 합병한다. 합병된 삼성물산이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보유한 삼성전자의 지분을 매입해 합병 삼성물산 → 삼성전자 사업부 → 삼성전기·삼성SDI·삼성SDS의 지배구조로 만든다. 나머지 삼성 계열 금융회사는 삼성생명을 중간금융지주사로 만들어 카드와 자산운용, 화재, 증권 등을 지배선상에 두는 것이다.
이날 등기이사 선임을 통해 이 부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선 만큼, 지배구조 개편이 곧 이뤄질 전망이다. 지배구조 개편은 이건희 회장 병환 전에도 꾸준히 제기됐지만 요즘 다시 주목받는 건, 야권에서 지주회사 전환 때 자사주를 활용하는 방법을 막는 ‘경제민주화’ 법안을 발의한 탓이다.
현행 지금까지 지주회사는 지주회사 전환에 앞서 자사주를 적극 확보한 뒤, 인적분할 방식으로 자회사를 설립했다. 지주회사는 자사주를 그대로 보유해, 자사주에 대한 자회사 신주를 배정받아 자회사의 지분요건을 충족했던 것. 매입 자금 부담 없이 대주주의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었던 셈이다.
하지만 이 방법은 지배주주는 손쉽게 지배권을 강화할 수 있지만 소수주주들의 지배력은 축소되는 문제점 꾸준히 제기됐다. 이에 야권에서 회사 분할 때 분할하는 회사가 부유한 자사주에 대해 분할된 신설회사의 신주 배정을 금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경제민주화 법’을 현재 발의한 상태다. 야권은 이 법안을 통해 대기업으로 쏠린 부의 편중 현상을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 중이다.
이에 대해 시장 전문가는 “앞서 경제 민주화 법안 발의된 만큼, 삼성전자는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 곧 착수해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법안이 통과돼 자사주 의결권이 제한될 경우 이재용 부회장의 지배력 강화는 난관에 빠져, 새로운 방안을 찾아야 한다”라며 “엘리엇이 주주가치 제고의 이유를 들며 지배구조 개편의 명분을 제공한 만큼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진단했다.
장가람 기자 jay@
뉴스웨이 장가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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