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위기서 법적 책임지는 오너경영 의지 표현삼성물산·생명 등 주요 계열사 합류 여부도 관심전자 위기 극복 후 대표이사→회장 절차 밟을 듯
삼성전자는 27일 오전 서울 서초사옥에서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이 부회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원안대로 의결했다. 이로써 삼성전자 이사회에는 지난 2008년 이건희 회장의 사임 이후 8년 만에 삼성 오너 일가 인사가 다시 이사로서 활동하게 됐다.
이 부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은 여러모로 의미하는 바가 크다. 회사가 당면한 각종 경영 현안들을 선두에서 책임 있게 처리해야 하는 입장이 됐다. 그동안의 이 부회장이 ‘뒷선의 리더’였다면 이제는 앞에서 직접 모든 일을 직접 처리하는 자리에 올랐기 때문이다.
재계 안팎에서는 크게 두 가지를 주목하고 있다. 첫째는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 외 다른 계열사에서도 사내이사 겸직 등의 형태로 계열사 경영에 직접 참여해 그룹 안팎의 모든 현안을 장악하느냐고 둘째는 향후 삼성전자 이사회에서의 역할 문제다.
◇JY, 삼성물산 사내이사도 거머쥘까? = 삼성그룹 사업 구조를 볼 때 가장 주력이 되는 계열사는 역시 삼성전자다. 그룹이 벌어들이고 있는 이익 중에 85% 이상을 삼성전자가 점유하고 있다는 점이 그 증거다.
그러나 지배구조 상으로 보면 삼성전자는 차순위로 들어간다. 지배구조 상으로 보면 삼성전자보다 삼성그룹의 지배구조에서 가장 정점에 있는 계열사는 사실상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는 삼성물산이다.
삼성물산은 삼성전자, 삼성전기, 삼성SDI, 삼성생명, 삼성화재 등 주요 계열사들과 복잡하게 얽혀 있는 지분도에서 가장 핵심을 차지하고 있다. 이 회사의 최대주주는 17.1%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이재용 부회장이다.
실제로 지난해 7월 주총에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옛 삼성에버랜드)의 합병이 의결되고 9월 통합 삼성물산이 출범할 당시 최대주주인 이 부회장의 사내이사 선임 가능성이 점쳐졌지만 이는 여러 여건 등을 감안해 현실로 이뤄지지 못했다.
그러나 현재라면 상황이 다르다. 삼성물산은 미래 성장 동력 발굴을 위한 선제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다. 더구나 합병 추진 당시의 계획과는 다르게 모든 사업이 고루 성장하고 있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분위기 전환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최대주주인 이 부회장이 사내이사로 삼성물산 경영에 직접 참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안팎에서 커지고 있다. 무엇보다 회사의 미래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투자 문제야말로 오너의 의지가 없으면 이뤄질 수 없는 일인 만큼 이 부회장의 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또 다른 핵심 계열사인 삼성생명의 사내이사 선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문제다. 삼성생명은 지배구조 상으로 볼 때 삼성그룹의 금융 계열사 중에서 가장 핵심적 위치를 점하고 있다. 삼성증권과 삼성화재, 삼성카드, 삼성자산운용이 모두 삼성생명의 자회사들이다.
무엇보다 이 부회장이 금융 사업에 관심이 많고 그룹 차원에서도 이를 적극 육성하고 있는 만큼 삼성생명 사내이사 선임 가능성도 결코 낮지는 않다. 삼성생명이 훗날 삼성의 중간금융지주사로 발전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를 감안하면 상당한 설득력이 있는 이야기다.
그러나 이들 전망이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이 부회장이 삼성물산과 삼성생명에서 사내이사를 맡으려면 현재 당면하고 있는 삼성전자의 각종 리스크와 현안들을 먼저 처리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것이 비판적 지적의 배경이다.
더불어 삼성생명의 경우 금융 계열사 간 지분 정리가 아직 모두 끝나지 않았고 금융지주사 설립에 대한 대내외의 장벽이 여전히 산재한 만큼 이 부회장의 삼성생명 사내이사 선임 문제도 금융 계열사 안팎의 문제를 먼저 해결한 뒤에 생각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 사내이사 선임은 백척간두에 선 삼성전자를 살려보겠다는 행동”이라며 “삼성전자의 리스크를 모두 해결한 뒤에 다른 삼성 계열사로 영향력을 넓히는 것도 늦지는 않다”고 분석했다.
◇의사봉 잡는 JY, 언제쯤 볼 수 있나 = 삼성전자 이사회 멤버로 진입한 이재용 부회장에게 다음으로 기대해볼 수 있는 부분은 향후 삼성전자 대표이사 선임 내지는 이사회 의장의 선임 여부다. 다시 말해 언제쯤 회사 경영의 최고 정점에 오르느냐가 관심거리다.
일단 이 문제는 단순히 1~2년 내에 실현되기 어렵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이 부회장이 회사의 실질적 오너라고 하지만 오너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햇병아리 이사에게 회사 경영의 전권을 주는 회사는 어디에도 없다.
따라서 이 부회장이 사내이사로서 어느 정도의 성과를 거둘만한 활동을 한 이후에 이사회에서 중책을 맡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대표이사까지는 어렵더라도 이사회 의장까지는 노려볼 수 있다. 삼성전자는 과거 회사 대표이사만이 이사회 의장을 맡을 수 있었지만 올해 3월 정기주총을 통해 이사회 구성원의 동의를 얻으면 대표이사가 아니더라도 이사회 의장이 될 수 있도록 정관을 바꿨다.
현재 삼성 오너 일가 인사 중에서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는 사람은 호텔신라 대표이사로 일하고 있는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유일하다. 과거 이건희 회장이 삼성전자 대표이사로 선임된 적은 있지만 이사회 의장으로서 주총 의사봉을 잡은 적은 없다.
이점 역시 충분히 예측 가능한 대목이지만 역시나 예측으로만 끝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따라서 당분간은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 이사회 내에서 여러 가지 역할을 두루 맡고 소기의 성과를 거둔 이후에 중책을 맡는 모습을 기대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정백현 기자 andrew.j@
뉴스웨이 정백현 기자
andrew.j@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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