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공 정권 당시에는 정부에 돈을 바치지 않은 일부 기업들이 통째로 날아갔고 김영삼 정부에서는 노태우 정권에 돈을 바쳤던 기업총수들이 줄줄이 검찰에 불려갔다. 노무현 정부에서는 당시 한나라당에 정치자금을 댔던 기업들이 검찰 수사를 받았다.
그리고 2016년 가을에는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된 기업들에 대한 검찰의 수사 속도가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박근혜 대통령과 독대했던 대기업 총수들에 대한 직접 소환 가능성도 대두되고 있다.
지난 30여년간 지도자가 숱하게 바뀌고 나라 전체의 역사는 변화하고 있지만 정경유착이라는 더러운 역사는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바뀌지 않았다.
세월의 변화에도 정경유착의 고리가 여전히 끊어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권력자들의 욕심과 이권에 눈 먼 기업인들의 야욕이 없어지지 않아서라는 분석도 있지만 기자는 조금 다르게 생각한다.
정경유착의 고리를 과감히 끊고 관련된 이들을 따끔히 단죄해야 할 사법부부터 문제가 있기 때문에 이처럼 더럽고 슬픈 역사가 되풀이되고 있다고 본다.
매번 기업에 대한 수사가 이뤄질 때면 돈을 받은 정치인이나 돈을 준 기업 모두에게 솜방망이식 처벌이 이뤄졌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가면 기업과 권력자 사이의 거래가 유야무야 묻히는 일이 벌어졌던 것이 사실이다.
이제는 더 이상 이런 과오가 되풀이돼서는 안 된다. 검찰은 기업의 정상적 경영이 방해되지 않는 선에서 성역 없이 기업에 대한 수사를 단행해야 한다. 그동안의 관례는 일절 생각하지 말고 오로지 원칙에 따라 과감하게 수사해야 한다.
기업 역시 검찰의 수사에 최대한 협조하고 단죄 받을 부분이 있다면 통절히 반성하는 마음으로 죗값을 톡톡히 치러야 한다.
기업이 더 이상 권력자의 눈치를 보지 않고 경영에만 매진할 수 있게 하려면 기업 스스로 오늘의 수사를 따끔한 회초리라고 생각하고 겸허히 맞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것이 기업에게도 좋은 일이다.
오늘 우리가 이 상처를 도려내지 못하고 간다면 사법부와 기업 모두의 가슴에 씻을 수 없는 흠집을 내게 될 것이다. 아프더라도 이제는 더러운 역사의 고리를 과감히 끊어야 우리 후손에게 당당한 나라를 선물해줄 수 있다.
부디 이번 수사를 계기로 국민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사회, 더 이상 기업이 권력자의 눈치를 보지 않고 열심히 경영에 매진하는 사회가 만들어지길 바란다.
뉴스웨이 정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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