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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트상품’으로 소비절벽 뚫어라

[2017 벽을 넘어라/식음료·주류]‘히트상품’으로 소비절벽 뚫어라

등록 2017.01.03 09:56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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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 불황에 소비재 위기지속가격 인상은 임시방편에 불과힘들어도 연구개발 투자 늘려소비자 마음 잡을 상품 내놔야

농심 라면값 인상. 사진=최신혜 기자 shchoi@newsway.co.kr농심 라면값 인상. 사진=최신혜 기자 shchoi@newsway.co.kr

국내 식품업계는 지난 2016년 소비침체에 직면해 힘겨운 여정을 보냈다. 각 업체가 다양한 신제품을 쏟아내며 고군분투했지만 장기불황이 불러온 ‘소비절벽’을 이겨내기는 역부족이었다. 소비심리가 지속 위축되면서 새해에도 전망이 밝지 않은 만큼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 마련이 요구된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6년 12월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12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전달보다 1.6p 떨어진 94.2로 집계됐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4월(94.2)과 같은 수치다. 소비자 사이에 현 경제 상황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음을 의미한다.

복수의 전문가들은 경기와 생활형편이 악화됐다고 판단한 소비자들이 추후에도 지갑을 굳게 닫을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내년 상반기까지 소비절벽이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경우 식품업계는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경기 불황 우려에 허리띠를 졸라매는 사람들이 식재료나 제과, 음료, 주류 등 품목에 대한 지출을 가장 먼저 줄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추세는 이미 식품업계의 실적에서 확인된 바 있다. 지난해 상당수 업체는 해외에서는 꾸준히 성장하는 반면 국내 사업에서 만큼은 부진한 성적표를 내밀었다. 경기 불황으로 소비심리가 위축되는데다 출산율 저하로 주소비층까지 줄어들면서 국내 시장에서는 판매가 좀처럼 늘어나지 않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여기에 소비 트렌드의 잦은 변화와 함께 대체재 성장에 따른 경쟁 심화도 식품업계에 부담을 가중키는 모양새다. 각 업체가 신제품 판매로부터 연구개발에 투자한 비용을 거둬들이지 못하면서 경영악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는 것이다. 신제품을 출시하면 마케팅과 판촉비용으로 인해 영업이익이 줄어드는 부작용이 있다.

특히 지난 1년간 식품업체들이 지난 2014년의 약 2배에 가까운 신제품을 내놨음에도 뚜렷한 히트상품이 없다는 점은 업계의 이 같은 어려움을 방증한다.

지난해 3월 오리온이 출시한 ‘초코파이 바나나’의 경우 출시 3주 만에 누적판매량 1000만개를 돌파하고 업계 내 바나나맛 열풍을 불러일으켰지만 불과 3개월여 만에 상승세가 꺾였다. 유행에 편승해 경쟁사에서 내놓은 ‘칸초 바나나’와 ‘월드콘 바나나’ 등 미투(me too) 제품의 매출도 덩달아 하락했다.

2015년 등장한 과일소주 역시 한때 품귀현상이 일어날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지만 지난해에는 판매가 크게 줄어들었다. 2014년 하반기 출시돼 신드롬을 이끈 해태제과의 ‘허니버터칩’도 최근들어 판매량이 급감하면서 인기가 시들해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렇다보니 일각에서는 소비 침체로 인해 더이상 새로운 장수제품이 나오기 어려운 환경이 됐다고 평가하는 한편 각 업체가 신제품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를 꺼려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흘러나온다.

농심과 롯데제과, 크라운제과 등 일부 업체는 ‘제품가격 인상’이라는 초강수로 수익성 회복에 나섰지만 소비가 침체된 마당에 가격을 올린다면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올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지난해말 주요 맥주 제품의 출고가를 약 6%씩 올린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 등 주류업계도 비슷한 고민에 빠졌다. 가격 인상으로 당장의 실적 개선 효과를 기대할 수는 있겠지만 장기적인 관점으로 보면 가격경쟁력이 떨어지면서 경쟁사 제품의 소비 증대를 불러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증권가에서도 이들 업체의 가격인상 효과가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수입 맥주 시장이 커짐에 따라 국산 맥주는 가격을 올려도 판매량이 줄어 전체 매출액 증가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각 업체가 광고선전비를 늘려야한다는 점도 눈여겨볼 부분으로 꼽힌다.

실제 이마트에서는 전체 맥주 중 수입맥주의 매출 비중이 2012년 25.1%에서 2016년 43.2%로 20% 가량 증가했다. 수입맥주를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해지면서 올해는 대형마트의 수입맥주 매출 비중이 50%를 넘어설 것이라는 기대감도 높다.

이와 함께 술자리에서 대중화된 ‘소맥 폭탄주’ 문화에도 변화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맥주 가격 인상에 대한 부담으로 소주와 맥주를 섞어마시는 소비자가 점차 줄어들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분석 결과 맥주 출고가 5.5% 인상시 음식점 가격이 15.4% 오른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일반 음식점과 주점에서 판매하는 맥주 가격은 기존 3000~4000원에서 5000원 안팎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결국 각 업체는 가격인상으로 수익성을 챙겼지만 매출이 떨어질 수 있다는 위험 요인도 함께 떠안게 된 셈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내수경기 악화와 급변하는 소비 트렌드로 인해 식품업계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면서 “각 업체가 ‘가격인상’이라는 임시방편보다 소비를 진작시킬 수 있는 근본적인 방안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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