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산 계란 판매 돌입···호주산도 곧 풀릴 듯소비자 반응 ‘시큰둥’···“비싸고 흰색에 이질감”식품업계‧대형마트도 신선도 우려에 도입 소극적“수입산 계란 관리체계 확립 시급” 지적도
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롯데마트는 미국산 ‘하얀 계란’을 매장에 진열하고 판매에 돌입했다. 이와 함께 국내 한 유통업체도 호주산 갈색 계란을 들여와 검사를 받고 있어 이달 안에는 수입산 계란이 대거 시장에 풀릴 것으로 전망된다.
롯데마트는 계란 유통업체가 항공기로 수입한 미국산 계란 총 100톤(5만판, 15만개)을 확보해 지난 23일부터 판매 중이다. 일단 가격은 계란 1판(30알)당 8490원으로 1만원이 넘는 국내산보다 저렴한 편이다.
계란을 수입·유통하는 제주미인도 이달 20일 호주산 갈색 계란 1만9800개를 수입했으며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검사를 받고 있다. 오는 27일에는 국내 유통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며 식자재 업체나 식품관련 소매점에 납품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수입산 계란이 유통되면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으로부터 촉발된 ‘계란파동’이 어느 정도 잠잠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수입산 계란을 향한 소비자의 반응은 엇갈린다. ‘맛이 좋다’는 소문을 듣고 호기심을 보이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불신을 거두지 못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가격이 여전히 높은 수준인데다 그간 국내에서 흔히 보던 계란과 달리 ‘흰색’을 띠고 있어 이질적이라는 이유에서다. 수입산 계란의 신선도 역시 논쟁거리다.
이번에 미국에서 수입한 계란은 해외 업체가 제시한 원가에 현지 운송비 그리고 수입업체가 부담하는 항공운송비, 국내유통비 등을 더해 가격을 책정한다. 정부가 항공운송비 일부를 지원하고는 있지만 국내산 제품보다 많은 비용이 발생해 가격경쟁력을 갖추기 어려운 실정이다.
또 30일과 45일, 60일 등으로 제각각인 ‘제품별 유통기한’에 대한 문제의식도 높다. 현행법상 계란 유통기한은 제조업자가 자체적으로 결정하도록 돼 있어 업체가 약 30일로 정해 관리해왔지만 미국산 계란에 대해서는 아직 이 같은 체계가 확립되지 않았다.
여기에 수입된 계란이 흰색이라는 점 또한 소비자가 구입을 주저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과거 흰색 계란이 시중에 판매되던 때도 있었지만 80~90년대 ‘갈색 계란이 토종란’이라는 오해가 퍼진 이후에는 ‘계란은 갈색’이라는 인식이 강해졌다. 수입 직전까지 국내에 유통된 계란의 대부분이 갈색인 만큼 ‘흰색 계란’은 소비자에게 생소할 수밖에 없다.
식품업체도 수입산 계란 사용에 유보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앞서 계란 부족으로 제품 생산 차질을 빚기도 했던 제빵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추이를 지켜본 뒤 도입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수급에 큰 문제가 없을뿐더러 굳이 신선도가 우려되는 계란을 사용해 품질을 떨어뜨릴 필요가 없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이다.
대형마트에서도 수입계란 유통에 조심스런 모습이다. 이미 판매에 돌입한 롯데마트를 제외하고 이마트와 홈플러스 등은 국내산 계란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는 상황이라 미국산 계란의 취급을 검토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미국산 계란 유통이 공급난 해소에 도움이되기는 하겠지만 판매가 원활해지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며 “당장 제기되고 있는 신선도와 높은 가격 등 현안의 해결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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