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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감다살' 삼성전자, 메모리 반도체도 반격 시작?

산업 전기·전자

'감다살' 삼성전자, 메모리 반도체도 반격 시작?

등록 2025.08.13 06:00

정단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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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애플 대규모 수주 성공, 파운드리 경쟁력 입증글로벌 빅테크 고객사 유치로 실적 회복 기대감 커져HBM4·D램 시장에서 주도권 다시 가져올지 주목

그래픽=박혜수 기자그래픽=박혜수 기자

암흑기를 걷던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이 부활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중에서도 수조 원대 적자로 가장 골칫거리로 여겨졌던 파운드리가 꿈틀대고 있다. 연이은 대형 고객사 수주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가 비메모리에 이어 메모리에서도 왕좌를 되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에서 반도체 부문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은 올해 2분기 매출액 27조 9000억원, 영업이익 4000억원을 거뒀다. 이는 1년 전과 비교하면 매출액은 2% 줄었고 영업이익은 6.1% 줄었다.

삼성전자는 DS부문에서 메모리, 비메모리를 구분해 영업이익을 공개하지 않는다. 다만 파운드리, 시스템 LSI 등 삼성전자의 비메모리 부문의 영업이익에 대한 시장의 추정치는 -2조3000억원이다. 또한 시장에서는 삼성전자 파운드리가 작년 한 해 동안 5조원의 적자를 냈고 올해 상반기에도 5조원대 영업손실을 냈을 것이라 보고 있다.

그럼에도 시장에서는 오히려 삼성전자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수년간 몇 조 원대 적자를 내며 아픈 손가락 취급을 받던 파운드리가 글로벌 대형 고객사들을 연달아 유치하며 경쟁력을 회복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다.

첫 타자는 미국의 전기차 회사인 테슬라였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통해 글로벌 대형 기업과의 반도체 위탁생산 계약 소식을 전했다. 무려 약 23조 원대 규모의 계약이었다. 곧 '글로벌 대형 기업'의 정체는 테슬라로 밝혀졌다.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인 일론 머스크가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엑스(X, 옛 트위터)'를 통해 공개하면서다.

이번 계약은 테슬라 차세대 칩인 AI6를 생산하는 것으로, 미국 텍사스주에 위치한 삼성전자 테일러 공장에서 만들어질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뒤이어 또 다른 글로벌 대형 고객사를 확보했다. 미국의 빅테크 기업인 애플이었다. 구체적인 금액이나 제품 등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업계에서는 이번에 삼성전자에서 만드는 칩이 차세대 아이폰 등에 탑재되는 이미지센서로 추정하고 있다. 애플 차세대 칩의 경우 미국 텍사스주에 위치한 오스틴 공장에서 만들어질 예정이다.

삼성전자 파운드리가 테슬라와 애플을 고객사로 확보한 것은 실적 회복에 대한 기대감뿐만 아니라, 추가적인 미국 빅테크 고객사를 확보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남다른 의미를 갖는다. 퀄컴이 추가 고객사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메이드 인 아메리카' 기조도 삼성전자에는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 삼성전자가 확보하고자 하는 빅테크 기업들은 미국에 위치한 데다 삼성전자는 이미 미국에 공장을 보유 중이라는 점에서 관세에 보다 자유로울 수 있다. 삼성전자는 오스틴 공장을 가동 중이며 테일러 공장은 내년부터 가동을 시작할 예정이다. 관세를 피해야 하는 고객사나 삼성전자 모두 미국 공장을 활용해 제품을 생산하게 되면 윈윈(win-win)이 될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관세를 무기로 미국으로의 투자를 유도해 왔다. 최근에도 트럼프 행정부는 '트럼프 대통령 임기 중 미국에 공장을 짓고 있는 동안 관세를 부과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더구나 삼성전자의 미 테일러 공장이 최선단 2나노미터(2㎚·10억분의 1m) 공정을 적용한다는 점에서 고객사 확보에 더 유리할 것으로 분석된다. 글로벌 파운드리 1위 기업인 대만 TSMC도 미국 내 공장을 보유 중이지만 작년 4분기부터 가동 중인 미국 애리조나주 1공장은 4나노 공정이다. 오는 2028년 양산을 목표로 하는 애리조나 2공장은 3나노 공정이고 올해 4월 착공해 2020년대 말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는 3공장은 2나노 공정 기술을 적용할 예정이다.

미국 내 공장에서는 삼성전자가 보다 최선단 공정을 적용 중인 셈이다. 특히 테슬라 칩이 생산되는 테일러 공장은 2나노가 적용될 예정이라는 점에서 삼성전자의 2나노 기술력을 인정받았다는 반증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세계 최초로 GAA(Gate-All-Around) 기술을 적용한 3나노 파운드리 공정 기반의 초도 양산을 시작했지만 수율 부진으로 인해 고객사 확보도 어려움을 겪었던 바 있다. 그러나 삼성전자가 이번에 테슬라를 고객으로 확보한 것을 비추어봤을 때 2나노 기술 경쟁력은 끌어올린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TSMC의 대만산 칩보다 미국산 칩 가격이 더욱 비싼 것으로 알려진다. 이에 고객사 입장에서는 이미 물량이 꽉 차 있고 대만에서 생산한 것보다 비싼 TSMC의 미국 공장을 택하는 대신 최선단 공정을 적용하는 삼성전자가 더 매력적일 수도 있다는 뜻이다.

파운드리를 기점으로 점차 감을 찾기 시작한 삼성전자가 메모리에서도 반격을 시작할 수 있을지 시선이 쏠린다. 삼성전자는 그간 비메모리보다 메모리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내왔다. 그러다 인공지능(AI)이 야기한 변화의 흐름에 제때 대처하지 못했고, 그중에서도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 선두를 놓치며 D램 왕좌 자리를 SK하이닉스에 내줘야 했다.

새로운 격전지가 될 HBM4는 파운드리 역할이 중요해져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다고 여겨진다. 기존에는 메모리 기업들이 로직다이를 만들어왔지만 HBM4부터는 로직다이를 파운드리 공정을 활용해 만든다. SK하이닉스도 이에 TSMC와 맞손을 잡은 바 있다.

반면 삼성전자는 파운드리까지 보유하고 있는 만큼 설계, 제조, 메모리, 패키징까지 이어지는 '턴키 솔루션'이 강점으로 꼽힌다. 만약 메모리 제조부터 파운드리, 패키징까지 모든 기술력을 끌어올린다면 '턴키 솔루션'이 강력한 무기로 활용될 수 있다는 얘기다.

HBM의 큰손인 엔비디아가 공급사 다변화 전략을 펼칠 것이라는 점도 삼성전자에게는 반격의 기회로 이어질 수 있다. 안정적인 제품 공급을 위한 공급사 다변화는 당연한 수순이다.

다만 그간에는 삼성전자의 HBM 제품이 고객사 엔비디아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하면서 퀄 테스트(품질검증) 문턱조차 통과하지 못했다. 그러나 삼성전자가 HBM4에서 성능 등을 끌어올린다면 D램 왕좌 자리를 되찾아오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또한 HBM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SK하이닉스가 HBM4 제품의 가격을 인상해 엔비디아와 협상 줄다리기를 진행 중이라고 알려진다. 만약 둘 사이에 협상이 접점을 찾지 못한 채 장기화된다면 삼성전자에게는 오히려 기회가 될 수도 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3분기 초 삼성전자는 엔비디아, AMD, 브로드컴, 구글, 아마존 등 모든 빅테크 업체들에 1c nm 기반의 HBM4 샘플 공급을 완료했다"며 "빅테크 업체들의 HBM4 초기 평가는 양호한 것으로 판단되고 스펙 측면에서 기대 이상의 반응을 나타낸 것으로 파악되어 이르면 4분기 샘플 인증 절차가 완료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이는 1c nm HBM4의 경우 전작(HBM3E) 대비 성능은 80%, 전력 소모는 40% 향상된 것으로 추정된다"며 "따라서 향후 삼성전자가 HBM4 양산 전환을 위한 안정적 생산 단계에 진입한다면 마이크론 생산 수율 개선과 더불어 2026년부터 HBM 시장은 공급자 중심에서 수요자 시장으로 변화가 예상되어 전 세계 D램 생산능력 1위인 삼성전자의 최대 수혜가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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