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김한기 한국주택협회장(대림산업 대표이사)이 기자들과 만나 한 말이다. 주무부처인 국토부가 대형 건설사 등 건설업계 관계자들과 비공개 간담회를 갖고 강남 재건축 등 지나친 재건축 수수전을 자제하라며 이렇게 말했다는 것이다. 그는 "인위적으로 시장을 잡으려 한다면 부작용이 생길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실상은 어떨까. 강남 집값은 올해 들어서도 수직상승하고 있다. 적어도 올해 4월 현재까지는 말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연초 이후 지난 3일까지 서울 강남구가 0.43% 상승했고, 서초구는 0.47%, 송파구는 0.37% 올랐다. 전국 아파트 평균 상승률(0.04%)의 약 10배다. 지난해 11.3부동산대책으로 11주 연속 집값 상승세가 주춤하던 강남 재건축 아파트는 올해 들어 가격 상승세가 더 뚜렷하다. 중도금 대출규제, 미국의 금리 인상, 입주 물량 증가, 조기대선에 따른 정책 불확실성 등 악재가 많은 데다 강남을 비롯한 서울 등 부동산 시장은 우상향하고 있다. 강남 재건축 아파트 등 강남 지역 아파트 가격이 서울 부동산 시장을 이끌고 있는 것이다. 이유가 뭘까.
아이러니하게도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부활이 도화선이 되고 있다. 올해 말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유예 종료가 예고되면서 이 규제를 피하기 위한 단지들이 대거 재건축 사업에 가속 페달을 밟다보니 강남 재건축 등 강남 집값이 튀어 오르고 있는 것이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는 재건축으로 얻는 이익이 주변의 평균 시세와 비교해 조합원 1인당 3000만원을 넘으면 초과금액에 대해 최고 50%를 세금으로 내도록 한 제도다. 사실상 과열된 강남 집값을 잡는 것이 주목적이다. 이런 강남 집값 잡기를 정부가 주도하고 있다. 건설업계에서는 부동산 시장 활성화를 위해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 유예기간 3년 추가 연장을 요구하고 있지만 주무부처인 국토부는 어림없다는 입장이다. 되레 대형건설사들을 모아 놓고 재건축 수주전 자제를 요구하며 내년부터 제도 시행을 공언하고 있다.
이는 우선 실효성 문제가 앞선다. 초과이익금을 부여하더라도 가격이 떨어질 가능성이 적다. 이 제도가 적용돼 부과금을 내더라도 남는 장사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S은행의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서초구 한 재건축 아파트의 경우 조합원 1인당 재건축 초과이익은 19억4986만원으로 추산되며 부담금으로 9억3993만원을 내더라도 10억원이 남는다.
되레 강남 집값을 밀어올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 제도가 실시된 기간 동안 전국 아파트 가격은 무려 25.2% 올라 오히려 시장에 기름을 부었다. 무엇보다 강남 지역은 규제로 누르면 짓누를수록 가격이 튀어오르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노무현 정부시절 강남 3구 등 버블세븐(강남·서초·송파·목동·분당·평촌·용인)지정이 대표적이다. 지난 2006년 버블세븐 지정을 비롯해 보유세·6억원 제한 종합부동산세·양도 소득세 강화 등 강남 지역에 대해 정부가 융단폭격 했으나, 그해 강남 등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24%까지 치솟았다. 강남 필패를 외쳤으나, 강남 불패를 키운 셈이다. 이후 강남 불패는 지속돼 최근 강남 재건축 아파트 가격은 역대 최고수준이다.
강남 집값은 누른다고 쉽게 잡히지 않는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가 부작용만 양산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인위적으로 강남 등 시장 잡기에 나서면 특히나 교육 등 수요가 많은 강남은 희소성이 높아져 되레 가격이 튀어오를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기자도 정부의 강남 재건축 투기 잡기를 이해 못하는 바가 아니다. 하지만 이런 초과이익환수와 같은 반시장적, 위헌적 규제로는 시장이 코웃음 칠 수가 있다. 버블세븐이 지정 오히려 강남 광풍이 되는 등 여러 차례 부작용을 경험하지 않았나. 강남은 교육이나 주거환경 등 가치적인 측면이 강하게 작동하고 있다. 강남 시장 잡기 위해선 자금출처 조사나 세무조사 등 정공법만이 답이라는 얘기가 그래서 나온다. 이런 정공법이 아니라면 어설픈 시장 개입은 안하는게 낫다. 5월 차기 정부라도 이같은 이치를 꿰뚫어주길 바랄 뿐이다.
뉴스웨이 김성배 기자
ksb@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