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 지연으로 불확실성 증가 해외 매출↓·신규 거래선 확보 난항투자금 보존위해 무리한 매각 추진 논란
관련 업계에선 채권단이 투자금 보존을 위해 무리하게 매각을 진행한 결과 금호타이어의 기업 가치만 훼손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지난 20일 KDB산업은행 등 금호타이어 채권단은 상표권 문제 등으로 금호타이어 매각이 무산된다면 추가 지원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채권단은 “지난 2010년 워크아웃 이후 3조9000억원에 달하는 금융지원을 실행하고 채권 회수조치 없이 신규자금 및 회사가 벌어들인 수익 전액을 중국사업 정상화와 중앙연구소 및 美조지아 공장 건설 등 경쟁력 향상에 투입토록 조치했다”며 “지난 8년 여간 채권단은 금호타이어 정상화를 위해 가능한 모든 지원을 실행했다”고 말했다.
채권단에서는 금호그룹 구조조정 과정에서 본 손실에 5조원을 넘어섰으며 금번 매각이 성사돼야 자금을 회수 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때문에 채권단은 매각 불발 시 현 경영진에 부실경영에 대한 책임을 추궁하는 것은 물론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박세창 금호아시아나그룹 사장이 보유 중인 우선매수권도 박탈하겠다고 강조했다. 산은을 비롯해 주주협의회에 소속된 8개 은행들은 향후 금호그룹과의 거래관계 유지도 전면 재검토할 것이란 강수를 두기도 했다.
이러한 채권단의 행태에 재계에선 월권행위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금호’ 상표권은 금호산업과 금호석유화학이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금호타이어 매각 과정에서 산업은행은 금호산업과 구체적인 협의 없이 더블스타와 상표권 사용 조건을 확정지었다. 산업은행이 더블스타와 주식매매계약(SPA)을 맺으며 합의한 조건은 ▲5+15년 사용 ▲매출액 대비 0.2% 고정 사용요율 ▲독점적 사용 ▲더블스타의 일방적 해지 가능 등이다.
이에 금호산업은 두 차례 이사회를 열고 상표권 허용 안에 대해 논의를 진행했으며 채권단에 ▲사용기간 20년 보장 ▲매출액 대비 0.5% 사용 요율 ▲독점적 사용 ▲해지 불가 등을 조건으로 금호타이어 상표권을 허용하겠다고 회신했다. 하지만 채권단은 이를 수용할 수 없다며 기존 조건을 되풀이 했다. 이에 금호산업은 ‘금호’ 브랜드 및 기업 가치 훼손을 방지하는 최소한의 조건으로 산정된 원안을 아무런 근거 없이 변경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금호산업 입장에서 제 3자가 정한 조건을 그대로 수용할 순 없다. 회사 입장에선 이해득실을 따지는 것이 당연하다”며 “금호산업이 새로운 안을 제안했음에도 채권단이 기존 조건을 수용하라며 이사회를 압박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금호타이어의 매각 불발 책임을 금호아시아나그룹 계열사에 지우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앞서 채권단은 박삼구 회장이 금호타이어 인수를 위해 전략적투자자(SI)와의 컨소시엄 형성을 요청하자 계열사 자금 유입을 우려해 사실상 불가 결정을 내린 바 있다.
21일 서울 본사에서 기자와 만난 박삼구 회장은 이와 관련해 “앞뒤가 맞는 건가?”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다.
채권단 입장에선 이번 매각이 무산될 경우 금호타이어 경영정상화는 물론 투자금 회수도 어렵다고 보고 있다. 때문에 법정관리, 현 경영진 퇴진, 우선매수권 박탈에 이어 여신 카드 까지 꺼내들며 금호산업을 압박하고 있다. 하지만 재계에선 지나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재계 관계자는 “금호타이어는 미국 조지아 공장과 남경 공장의 가동률이 증가하면 실적 개선은 물론 투자금 회수도 어렵지 않을 것인데 채권단이 왜 현 시점에서 매각을 추진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아직 매각 결과가 나오지 않았음에도 ‘만약’이라는 가정 하에 여신을 쥐고 기업을 흔드는 행태는 실망스럽기 그지없다”며 “채권단의 오판으로 인해 금호타이어의 기업 가치만 훼손돼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뉴스웨이 임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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