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 상표권 조건 고수에서 절충안 검토로 선회 사용요율 올리고 더블스타에 초과분 보전 방안 모색금호산업 제시한 상표건 조건 수정안 수용 가능성↑
하지만 KDB산업은행 등 금호타이어 채권단이 조기 매각 성사를 위해 새로운 방안들을 검토함에 따라 박 회장의 운신의 폭은 매우 좁아졌다. 금호타이어의 매각을 막을 수 있는 카드도 더 이상 없는 상황이다.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KDB산업은행 등 금호타이어 채권단은 이번 주 내 주주협의회를 열고 더블스타의 ‘금호’ 상표권 사용 조건에 대한 입장을 최종 조율할 계획이다.
상표권 허용은 박삼구 회장의 히든카드였다. 더블스타의 ‘금호’ 상표권 사용은 산업은행과 더블스타가 맺은 주식매매계약(SPA)의 선결 조건 중 하나이다. 채권단과 더블스타는 매출액의 0.2% 사용료, 상표권 5년 사용 후 15년 추가 사용, 자유로운 해지 등을 상표권 조건으로 합의했다.
채권단은 더블스타와 맺은 조건을 그대로 ‘금호’ 상표권을 보유한 금호산업에 제시했다. 하지만 금호산업은 매출액 0.5% 사용료, 20년 사용, 해지 불가라는 수정안을 채권단에 제시하며 사실상 수용 불가 입장을 밝혔다. 이에 채권단은 한 차례 더 금호산업에 기존 조건을 수용할 것을 강권했으나 금호산업은 명분이 없다며 이를 거절했다.
결국 금호산업과 상표권 조건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권단은 전방위로 금호아시아나그룹을 압박했다. 먼저 금호타이어 경영 악화를 이유로 현 경영진인 박삼구 회장의 경영권을 박탈하겠다는 강수를 뒀다. 이어 상표권 문제로 더블스타와의 매각이 성사되지 않을 경우 금호그룹과의 거래를 전면 재검토하겠다며 박삼구 회장을 벼랑 끝으로 몰기도 했다.
그럼에도 금호산업이 입장에 변화가 없자 채권단은 절충안을 제시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꿨다. 채권단은 요율을 인상하는 대신 초과된 부분에 대해 채권단이 보전해주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현재 채권단이 검토 중인 사용요율은 양측이 제시한 중간선인 0.35%와 금호산업이 제시한 0.5%이다. 채권단이 금호산업의 수정안인 0.5%를 제시할 경우 금호아시아나그룹 입장에서는 이를 거절할 수 있는 명분은 없는 셈이다.
상표권 문제가 해결될 경우 채권단과 더블스타의 거래 성사 가능성은 매우 높다. 이 경우 거래 무산으로 우선매수청구권 부활을 노렸던 박삼구 회장은 금호타이어 인수 기회를 완전히 잃게 된다.
박삼구 회장이 기댈 수 있는 곳은 산업통상자원부의 승인 여부다. 방위사업법 3조7항에 따르면 방위물자 생산에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을 경우 외국인 투자를 제한할 수 있다. 금호타이어의 경우 방산 사업을 영위하고 있기 때문에 매각 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업계에선 방위 사업이 매각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승인을 받기 위해 필요한 약 3개월 시간도 채권단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 분석했다. 이에 채권단 금호타이어 전체 사업 중 방산 부분은 1%에 불과하기 때문에 승인을 받는데 무리가 없다는 입장이다. 채권단은 승인을 받기 위해 분리매각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 완료 시기가 9월 중순이기 때문에 시간적 제약도 없다고 강조했다.
더블스타로 매각될 경우 금호타이어 공장이 있는 광주 등 지역 경기 침체와 국내 공장 폐쇄 등이 거론되지만 매각을 막을 수 있을 만큼의 파급력을 일으키진 못하고 있다.
더블스타는 “금호타이어 인수가 성공적으로 마무리 되면 주식매매계약(SPA)에 명시된 금호타이어 근로자의 고용보장조항을 철저히 준수하고 금호타이어의 이익을 지킨다는 전제하에 금호타이어 국내 사업의 안정적인 발전을 보장할 것”이라며 “국내 시장 주문량 증가, 특히 신차용 타이어(OE)의 주문량이 늘어날 경우 우선적으로 금호타이어 국내생산시설의 생산력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라고 여론 다독이기에 나섰다.
정치권도 금호타이어 매각에 관여할 가능성이 낮다. 지난달 국민의당이 금호타이어 광주공장을 방문해 더블스타로의 매각을 반대했으나 최근 ‘문용진 의혹제보 조작’ 파문으로 위기에 처한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상표권 문제가 해결될 경우 더블스타와 채권단 간의 거래가 무산돼 박삼구 회장에게 금호타이어 인수 기회가 올 가능성은 매우 낮다”며 “금호타이어 인수를 통해 그룹을 재건하겠다는 의지가 큰 만큼 박삼구 회장도 고민이 깊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임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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