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치명타·재벌개혁 약화 등 소송남용 부작용 우려대안으로 떠오른 사인의 금지청구권, 실효성은 ‘글쎄’전속고발권 대안 의무고발요청제···12차례 행사에 그쳐김상조 “사인의 금지청구권, 피해자 구제에 매우 효과적”
공정위는 최근 가맹점 갑질로 사회적 비난을 받고 있는 미스터피자 정우현 회장에 대해서도 검찰의 고발 요청을 받고서야 고발을 해 ‘뒷북 고발’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그동안 공정위의 전속고발권은 ‘대기업 봐주기’ 제도라는 비난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실제로 지난해 공정위 통계연보에 따르면 최근 3년간 공정위가 가맹본부를 검찰에 고발한 건은 단 한 건도 없었다.
전속고발권은 경제 범죄에 대한 고도의 전문적 심사가 필요하고 무분별한 고발권 남용으로 기업의 경제 활동을 위축시키는 것을 막자는 취지에 도입된 제도다. 전속고발권이 폐지된다면 시민단체와 소액주주 등도 고발권 행사가 가능해져 공정위 권한이 축소된다. 이런 이유에서 공정위는 전속고발권에 목을 매는 것이다.
공정위가 전속고발권 방어에 필사적인 이유는 고유권한 때문만은 아니다. 폐지될 경우 기업들이 계속되는 소송으로 추가적인 경영상 피해를 볼 우려가 있다. 또 공정위가 혐의를 입증하기 전부터 수사당국의 무리한 수사로 기업의 경영 활동이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 특히 중소기업의 경우 검찰 수사 대응 능력이 대기업에 비해 약하기 때문에 더 큰 피해가 나타날 수 있다.
또한 문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세웠던 ‘중소기업 살리기-재벌개혁’ 기조와도 맞지 않는 모양새다. 실제로 불공정행위는 대기업-중소기업 간뿐 아니라 중소기업 간에도 벌어지는데 전속고발권이 폐지돼 고발이 급증하면 변호사 선임 등 법적 대응력이 떨어지는 중소기업에 치명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전속고발권 폐지가 재벌을 향한 공정위의 칼날이 무뎌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들린다.
김상조 공정위원장도 전속고발권 폐지에 대해 “형사·민사·행정규율을 종합적으로 해야 한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대신 김 공정위원장은 전속고발권을 보완하는 수단 중 하나로 ‘사인의 금지청구권 도입’을 제시했다. 사인의 금지청구권이란 피해 기업이 가해 기업의 불공정거래행위를 중단해줄 것을 공정위를 거치지 않고 법원에 직접 청구하도록 하는 제도이다. 즉 공정위만 가능한 불공정거래행위 중단 명령을 법원도 할 수 있도록 허용하겠다는 이야기다.
전속고발권 폐지 목소리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18대 대선 당시 경제민주화 요구 목소리가 커지면서 공정위의 전속고발권 폐지가 논란의 중심이 됐었다. 그러자 19대 국회는 고발권을 갖는 기관을 검찰과 조달청, 감사원, 중소기업청으로 확대하는 의무고발제로 바꾸면서 논란을 잠식시켰다.
그러나 올해 2월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공정위 전속고발권 관련 공청회에 따르면 의무고발제도 시행 후 세 기관에서 고발요청권을 행사한 것은 총 12차례에 그쳤다. 이처럼 의무고발요청제는 유명무실한 제도로 실효성이 전혀 없는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사인의 금지청구권도 의무고발요청제도처럼 같은 절차를 밟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제기된다. 사인의 금지청구권으로 피해기업의 구제창구가 하나 더 늘지만, 실질적으로 효율이 있을지는 의문이라는 반응이다.
김 공정위원장은 “사인의 금지청구권은 피해자에 회복 불가의 피해 우려가 있을 때 가처분 형태로 이를 막는 것으로, 피해자 구제에 매우 효과적인 수단이라고 본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전속고발권을 폐지하는 방향으로 가되, 일시적으로 이를 없애기보다는 부작용을 최소화할 보완장치를 마련해 단계적으로 제도를 개선하겠다는 방침이다.
뉴스웨이 주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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