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엇 반대는 가증스러워···알박기 행태와 비슷”반재벌 정서에 기댄 편향적 논의 우려스러워
1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 심리로 열린 제40차 이재용 부회장 등 5명의 뇌물공여 혐의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신장섭 싱가포르 국립대 경제학과 교수가 이 같은 취지의 주장을 펼쳤다.
신장섭 교수는 이른바 ‘엘리엇 저격수’로 불리며 지난 14일 증인으로 법정에 나온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과 반대되는 견해를 털어놨다.
신 교수는 “삼성물산 합병이 문제가 되는 것은 합병이 삼성물산 주주들에게 나쁜 것이었고, 국민연금공단은 합병에 찬성해 큰 손실을 끼쳤다는 전제가 깔려있다”면서 “합병은 당시 주주들에게 좋은 것이었고 공단에도 나쁘다고 할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 근거로 합병 당시 외국인 투자자들의 주식 거래 행태를 들었다. 신 교수는 “특검이 주장하는 논리라면 합병에 반대했던 외국인 투자자들이 삼성물산 주식을 팔았어야 하는데 별로 팔지 않았다”며 “삼성물산 주식이 15% 가량 상승하면서 주주들이 이익을 본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신 교수는 삼성물산 합병에 반대했던 엘리엇에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그는 “엘리엇의 행태는 가증스러운 부분이 많았다”며 “알박기와 같은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엘리엇이 삼성물산의 경영상태와 미래 성장을 보고 반대를 한 것이 아니라 원하는 만큼의 수익을 얻지 못했기 때문에 합병에 반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개발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더 큰 이익을 위해 땅을 차지하고 있는 부동산 ‘알박기’와 비슷하다는 뜻이다.
이어 “(당시)엘리엇의 실체를 잘 모르면서 국내에서 엘리엇이 원하는 구조대로 논의가 진행되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의 찬성 역시 청와대의 개입이 있었다고 보는 특검의 주장과 달리 합리적 판단에 근거했다고 주장했다.
신 교수는 “국민연금공단은 투자 수익률과 국익을 함께 고려해야 하는 입장”이라면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에 모두 투자했던 국민연금은 두 회사의 합병으로 주가가 상승하는 등 투자 수익을 거뒀다”고 말했다.
또 “누구의 손을 들어야 국익에 좋겠냐”면서 “삼성이 우리나라에 기여한 것이 많은 만큼 국익 판단에서 엘리엇 손을 들어주는 게 훨씬 리스크가 큰 상황이어서 삼성 손을 들어 주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그는 “경영권 승계 계획의 일환으로 무리하게 추진됐다고 보는 것은 당시 상황을 객관적이고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한쪽 의견 차용한 것이라고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은 반재벌 정서가 아닌 냉철한 이성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신 교수는 “최순실 씨 사태 이후 합병 건이 정서에 의해 논의된 것 같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기본적으로 재벌 비판의 전제는 재벌이 규범에서 이탈한 정상이 아닌 조직이라고 생각하는데 국제적으로 보면 재벌은 굉장히 보편적인 조직”이라면서 “재벌 문제에 보편성을 받아들이고 문제를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특검은 “신 교수는 친재벌 성향의 경제학자”라며 “보건복지부 장관이 국민연금공단에 합병 찬성을 지시한 것도 국익 차원이라면 무방하다는 편향적 견해를 피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삼성경제연구소 객원기자의 경력이 있고, 삼성 미래전략실 임원과 친분이 있다”면서 합병 당시 삼성에서 여론을 유리한 방향으로 몰고 가려는 시기에 삼성 입장을 옹호하는 인터뷰를 하는 등 미래전략실이 여론을 조성할 때 동원되는 교수가 아닌지 생각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신 교수)증언의 가치가 없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한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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