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4일까지 5일간 하계휴가 돌입파업투표 가결됐지만 여전히 협상 여지 남겨상반기 실적 부진·대외여건 악화 부담“파업 대신 사측과 교섭 지속” 전망도
하지만 휴가에 돌입하는 현대·기아차 임직원들의 마음은 편치 못한게 사실이다. 작년 대비 실적 감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되긴 했지만 지난 주 공개된 상반기 성적표는 예상치를 더욱 밑돌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예년처럼 하계휴가 전 임금 단일화 협상에 또다시 실패한 것 역시 적지 않은 부담이다. 현대·기아차 노사 모두 일찌감치 협상에 돌입했음에도 임금인상분과 성과급 지급, 통상임금 적용 부분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파업이 임박한 상황이다.
앞서 현대차 노조는 지난 13일과 14일 이틀간 진행된 올해 임단협 교섭과 관련한 파업 투표에서 총 투표수 4만4751명 가운데 3만3145명(65.93%)의 찬성으로 파업을 가결했다. 기아차 노조도 17일과 18일 열린 투표에서 72.1%의 찬성으로 파업을 결정했다.
하지만 일찌감치 임단협 결렬을 선언한 현대·기아차 노조는 정작 조합원 찬반투표 이후 속도조절에 나선 모양새다.
현대차 노조는 즉각적인 파업 대신 집중교섭에 들어간다는 내부 방침을 정하고 교섭을 재개했다. 노조 측은 임금 15만4883원(호봉승급분 제외) 인상, 순이익 30%(우리사주포함) 성과급 지급, 해고자 원직복직, 4차 산업혁명과 자동차산업 발전에 대비한 ‘총고용 보장 합의서’ 체결 등을 요구하고 있다.
기아차 노조 또한 파업 돌입에 앞서 사측 제시안을 받아보고 신중한 검토를 거쳐 파업여부 및 시기와 수위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기아차의 경우 다음 달 판결을 앞둔 통상임금과 관련해 상여금 포함 여부를 놓고 첨예하기 대립 중이다.
이처럼 예상과 달리 노조 측이 협상의 여지를 남겨둔 데는 파업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부담을 느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실제로 업계 안팎에서는 국내 자동차업계가 전방위적인 위기에 봉착한 상황에서 또 다른 구성원인 노조가 경영환경을 무시한 채 ‘밥그릇 챙기기’에만 몰두한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일반적인 기본급 인상 뿐 아니라 산업발전에 대비한 고용 보장, 정년 연장 등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고용 확대라는 사회적 요구에도 역행하는 주장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조정에 나섰던 중앙노동위원회가 노사 양측의 사회적 책임을 당부한 것도 이 때문이다. 장시간 회의 끝에 조정 중지 결정을 내린 중앙노동위는 노사 모두에게 글로벌 기업으로서 결정사항에 대한 파급력이 큰 만큼 ‘부여된 재의권’을 소중하게 사용해달라“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하계휴가 전까지 파업을 유보한 노조가 휴가 이후에도 협상 테이블을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최근 노조 측이 “조합원들의 유구에 부응하기 위해 필요하다면 휴가기간에도 실무교섭을 진행할 수 있다”고 밝힌 것 역시 이 같은 기조가 반영된 것 아니냐는 설명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다른 완성차업체인 쌍용자동차가 임단협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고 파업을 결정한 한국GM도 회사 발전을 위한 미래발전방안을 요구하는 등 현대·기아차와는 상황이 다른 게 사실”이라며 “미국과 중국시장 악화, 한미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등 대외 사정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의 대규모 파업은 노조 입장에서도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스웨이 김민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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