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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출점경쟁에 가맹점주 고통만 커져

[편의점 ‘갑질’ 도마위]③출점경쟁에 가맹점주 고통만 커져

등록 2017.08.12 08:03

수정 2017.08.17 16:26

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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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모의 경제’ 점포 수 늘려 본사 이익 키우지만가맹점은 인근 경쟁 점포 늘어나며 수익성 악화온가족 총출동 인건비 줄여도 남는건 최저임금 뿐

사진=연합뉴스사진=연합뉴스

# 3년전 직장을 퇴직하고 경기도 분당에 A편의점을 오픈한 김 씨(53)는 갈수록 줄어드는 수익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 오픈당시만 해도 인근엔 B편의점 하나 뿐이었는데 지난해 2개 편의점이 한달 간격으로 문을 열어 4개편의점이 한데 모이게 됐다. 경쟁사가 늘면서 매출은 40% 이상이 떨어졌다. 아르바이트는 밤 12시에서 오전 8시까지만 쓰고 나머지 16시간은 부부가 번갈아가면서 일하고 있다. 본사에 35% 수익을 떼주고 임대료 폐기료 전기세 등을 지불하고 나면 350만원 정도가 남는데 여기서 인건비를 최대한 줄여야 겨우 200만원 수익을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아르바이트생보다 적은 수익이다. 하루 18시간 부부가 알바를 하면 288만원의 월급을 받을 수 있다. 앞으로 1만원까지 최저시급이 인상된다는 소식에 막막해진 김 씨 부부는 본사와의 5년 계약만료 기간까지만 어떻게든 버텨보고 편의점 장사를 접기로 했다.


김 씨의 사례처럼 편의점이 제시하는 예상 수익에 부푼 꿈을 안고 창업을 시작했지만, 부부가 번갈아 일을 해도 수익을 내기 버거운 점주들의 이야기는 이제 우리 주위에서 쉽게 들을 수 있다.

실제로 많은 편의점 가맹점주들은 낮은 수익에 허덕이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015년 편의점의 가맹점당 영업이익은 편의점 수 급증으로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약국 프랜차이즈는 가맹점당 영업이익이 8800만원에 달했다. 그러나 편의점은 가장 적은 1860만 원으로 5분의 1 수준에 그쳤다. 편의점 영업이익을 월 소득으로 환산하면 155만원 수준으로 내년 최저임금을 월급으로 환산한 157만 3770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국내 편의점 점포 수는 지난 5월 3만5000개를 뛰어 넘었고 전체매출은 여전히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반면, 점포당 매출액은 5개월째 하락세를 타나내고 있다.

가맹점들 수익성 악화의 가장 큰 원인은 편의점 본사들의 과도한 출점경쟁이다. 편의점 업계 특성상 가맹점포를 늘려야 본사의 수익이 늘어나는 규모의 경제가 작용한다. 수년간 편의점들은 급속도로 가맹점을 늘려 메출과 수익성을 끌어올리는데 주력했다. 국내 4대 편의점(CU, GS25, 세븐일레븐, 미니스톱)의 매출액은 2010~2015년 5년간 6조7621억원에서 14조5953억원으로 116%(7조8332억원) 증가했다. 2% 장벽을 넘지 못하던 영업이익률은 이제 5%를 바라보게 됐다.

하지만 본사들의 출점경쟁은 가맹점주들의 수익성 악화에 직격탄이 된다. 이미 주요상권에 자리잡은 기존 편의점 주변에 각 브랜드의 편의점이 건물마다 하나씩 들어서니 점포 매출이 줄어드는 것이 당연하다. 주위를 둘러보면 국내 4~5개 편의점 브랜드가 하나의 상권에 한데 모여 있는 모습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편의점 포화론이 처음 제기됐던 건 2004년이다. 당시 전국의 편의점 점포 수는 5000여개 정도였다. 지난 2013년 전국의 편의점 점포 수 2만5000여개였을 때 포화론이 다시 점화됐다. 당시 가맹점주의 잇따른 자살로 편의점에 대한 부정 여론이 확산되기도 했다.

문제는 이렇게 포화도가 높은데도 편의점 출점 속도는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편의점 5사(CU, GS25, 세븐일레븐, 미니스톱, 위드미)의 총 가맹점 수는 2015년 말 2만9588개에서 지난해 9월 말 3만2687개로, 지난 5월 말에는 3만6042개로 증가했다. 앞서 9개월간 3099개, 일평균 11.3개씩 늘었는데, 최근 8개월간은 3355개, 일평균 13.8개씩 늘어났다.

가맹점이 수익성 악화에 폐점을 하고 싶어도 여러 특약에 의해 불이익을 받을 수 밖에 없는 것이 본사와의 계약 구조다. 폐점을 하려면 본사가 지불했던 초기비용 뿐 만 아니라 남은 계약기간 동안의 본사 기대수익까지 모두 토해내야 한다. 위약금은 편의점 오픈하는데 들인 창업비용을 훨씬 넘어선다. 때문에 대부분의 가맹점주들은 폐점보다는 5년의 계약기간을 버티는 쪽을 선택한다.

경기 수원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C씨는 “가게에 나와 하루꼬박 12시간을 일해도 본사와 35% 수익배분에 이것저것 비용을 지불하고 아르바이트 인건비를 제하고 나면 150만원 밖에 남질 않았다”며 “그나마 나오던 수익도 옆 건물에 경쟁 편의점이 오픈하면서 반토막 난 지 오래”라고 토로했다.

그는 “인건비를 아끼려고 폐기로 끼니를 떼우면서 일하는 시간을 늘리니 건강에 이상이 와서 본사에 폐점을 요청했지만, 본사에서 계약위반으로 인한 비용청구 서류를 보는 순간 폐점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며 “폐점을 하려면 본사에서 초기 인테리어비용 잔존가를 5년 60개월로 나눈 금액에 영업을 지속했을 시 본사에서 얻게될 기대수익+폐점철거비용+제고조사비용까지 내야할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계약위반으로 청구하겠다는 금액이 창업비용을 훨씬 뛰어넘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라 5년 계약만료까지 버틸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덧붙였다.

내년 최저임금이 7530원으로 16.4% 인상되면 가맹점주들의 수익성 피해는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보인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가맹점의 순이익은 최대 27%까지 하락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인건비 부담을 이기지 못한 가맹점들의 도미노 폐점 우려도 커진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편의점 출점 경쟁으로 점주들의 수익성이 줄어든 상황에서 ‘최저임금 인상’이라는 고비까지 맞아 이들의 불안감은 극도로 치닫은 상태'라며 "점주들의 부담 완화를 위한 본사의 방안책이 나오지 않으면 도미노 폐점 사태가 연출 될 수도 있다 "고 지적했다.

뉴스웨이 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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