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타이어, 통상임금 소송서 원심 뒤집고 승소‘신의성실의 원칙’ 사측 주장 그대로 수용기아차 1심 판결 앞두고 또 다시 쟁점 부각
특히 이달 말 예정된 기아자동차의 통상임금 소송에서도 재판부가 쟁점이 되는 ‘신의성실의 원칙(신의칙)’을 적용할지에도 관심이 모아지는 분위기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광주지방법원 제1민사부는 이날 조모씨 등 5명이 금호타이어를 상대로 제기한 임금소송 항소심에서 원심 판결을 뒤집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앞서 조씨 등은 단체협약에 기해 지급하는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함에도 회사 측이 상여금을 제외한 채로 산정한 통상임금을 기준으로 지급했다며 상여금을 포함해 산정한 통상임금을 기준으로 산출한 수당 등을 지급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1심 재판부는 원고 측의 의견을 받아들여 일부 승소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통상임금이 산입될 경우 예측하지 못한 재정적 부담으로 기업 존립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며 사측이 주장한 신의칙을 적용했다.
신의칙은 대법원이 지난 2013년 12월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제시한 근로자의 통상임금 확대 청구를 제한하는 법린다.
신의칙을 적용할 수 있는 주요 요건은 ▲정기상여금일 것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하기로 노사가 합의하고 이를 토대로 임금 등을 정할 것 ▲근로자의 청구를 인용할 경우 기업에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초래할 것 등이다.
이 달 말로 예정된 기아차 통상임금 소송 역시 비슷한 쟁점을 놓고 법정다툼이 진행 중이다.
기아차 생산직 근로자 2만7400여명은 지난 2011년 10월 “2008년 8월부터 2011년 10월까지 3년간 받았던 연 750% 상당의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되어야 한다”며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청구액은 이자까지 포함할 경우 1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며 소송을 제기하지 않은 직원까지 포함하면 기아차가 추가 부담할 금액은 약 3조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이에 회사 측은 원고의 주장대로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될 경우 중대한 경영상 위기에 처하게 되는 점을 법원이 감안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지난 달 20일 변론에 나선 기아차 변호인들은 “노사 간 통상임금 합의가 되지 않아 추가 소송이 계속 발생할 여지가 크다”며 “통상임금이 맞다 하더라도 신의칙 적용 문제가 가진 사회적 파장이나 자동차 산업 등 다양한 측면을 고려해달라”고 밝혔다.
일단 업계에서는 최근 법원의 판결이 잇따라 신의칙 주장을 받아들이는 데 기대하고 있다.
금호타이어를 제외하고 가장 최근 열린 두산중공업·두산엔진·현대로템 등 3곳의 임금소송에서도 재판부는 “상여금이 통상임금이기는 하나 통상임금에 포함된다고 주장하는 것은 신의칙에 반하므로 상여금을 반영해 재산정한 각종 법정수당에 대한 차액 지급 청구는 이유가 없다”고 판시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전체 통상임금 관련 소송 가운데 여전히 신의칙이 적용되지 않은 사례도 다수 있어 결과를 예단할 수 없다는 신중론도 나온다.
실제로 과거 현대위아, 한온시스템, 현대다이모스 등의 소송에서는 신의칙이 적용되지 않았다.
특히 전 계열사를 통틀어 13개의 통상임금 소송에 걸린 현대차그룹의 경우 판결이 난 7곳 가운데 사측은 3곳, 노조 측은 4곳에서 승리하는 등 팽팽한 결과가 나왔다.
때문에 조만간 결정될 기아차 통상임금 판결이 향후 전개될 나머지 통상임금 소송의 방향성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만약 법원이 회사 측 주장을 받아들일 경우 ‘신의칙’의 중요성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통상임금 문제는 기아차 뿐 아니라 국내 산업 전체에 큰 파장을 가져올 이슈”라며 “법원이 어떤 결정을 내리던 다른 소송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스웨이 김민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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