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두산重·두산엔진·현대로템 소송선 사측 승리“경영상 어려움 초래할 것” 신의성실의 원칙 적용한국GM·아시아나항공 역시 경영상 위기 받아들여져기아차, 패소시 3조 추가부담··· 상반기 영업이익의 4배
8일 업계에 따르면 가장 최근 열린 대기업 통상임금 소송은 두산중공업·두산엔진·현대로템 등 3곳 노동조합이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 소송이다.
지난 2월 창원지법 제4민사부는 3곳 노조가 제기한 임금소송에 대해 두산중공업 임금 소송은 원고(노조) 측 청구를 기각하고 두산엔진과 현대로템은 원고 주장 일부(10%)만 인정한다고 판결했다.
해당 소송에서는 정기상여금과 성과급, 연차조정수당 등 각종 수당이 통상임금에 해당하는지 여부와 3급 이상 근로자들의 시간 외 근로수당 계산 방법, 신의성실의 원칙(신의칙) 위반 여부 등이 주요 쟁점으로 떠오른 바 있다.
재판부는 “상여금이 통상임금이기는 하나 통상임금에 포함된다고 주장하는 것은 신의칙에 반하므로 상여금을 반영해 재산정한 각종 법정수당과 기지급 법정수당과의 차액 지급 청구는 이유가 없다”고 판시했다.
신의칙은 대법원이 지난 2013년 12월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제시한 근로자의 통상임금 확대 청구를 제한하는 법리다. 신의칙을 적용할 수 있는 주요 요건은 ▲정기상여금일 것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하기로 노사가 합의하고 이를 토대로 임금 등을 정할 것 ▲근로자의 청구를 인용할 경우 기업에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초래할 것 등이다.
이는 최근 진행 중인 다른 통상임금 소송에서도 비슷하게 반영되고 있다. 지난해 1월 현대중공업과 한진중공업의 통상임금 소송 2심에서 재판부는 예측하지 못한 재정적 부담과 누적순손실로 인해 신의칙이 인정된다고 결정했고 2015년 한국GM과 아시아나항공 또한 경영상 위기를 중시해 신의칙을 적용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
기아차 역시 이번 소송에서 신의칙이 적용되기를 기대하는 모양새다. 실제로 지난 달 20일 최종변론에 나선 기아차 변호인 측은 “노사 간 통상임금 합의가 되지 않아 추가 소송이 계속 발생할 여지가 크다”며 “통상임금이 맞다고 하더라도 신의칙 적용 문제가 가진 사회적 파장이나 자동차 산업 등 다양한 측면을 고려해 검토해달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최근 실적이 꾸준히 하락한 것이 역설적으로 기아차에게 호재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통상임금 소송에서 패소할 경우 약 3조원의 추가 부담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기아차의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7868억원에 불과하다. 결국 하반기 비슷한 이익을 시현한다 하더라도 적자가 불가피한 만큼 기업에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신의칙 적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결정은 기아차 뿐 아니라 협력업체에도 엄청난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며 “노조 승소시 경영상 어려움을 명백히 초래할 것이라는 점에서 다른 소송에도 큰 파장을 불러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지난 달 20일 최종변론을 마무리한 서울지방법원은 오는 17일 1심 판결을 내릴 예정이다. 1심 판결과 함께 지난 2011년 10월 노조의 집단소송으로 시작된 기아차 통상임금 소송은 2014년 3월 정기상여금 포함 여부를 놓고 청구취지가 변경되는 등 우여곡절 끝에 6여년의 법정다툼을 마무리하게 된다.
뉴스웨이 김민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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