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경영, 투명 경영에 힘쓸 것”“정책금융은 국가경제 더 생각해야”“구조조정은 ‘원칙’을 최우선으로”
은성수 신임 수출입은행장의 말이다. 그는 15일 오후 취임식을 갖고 공식적인 업무에 돌입했다. 지난 11일 임명장을 받은 후 닷새 만이다.
은 신임 행장은 지난 4일간 꾸준히 출근을 시도했지만 수은 노조의 거듭된 출근 저지로 본관에 발을 들이지 못하고 다른 장소에서 사안을 보고 받는 것으로 업무를 대신해야 했다. 노조 측이 그가 한국투자공사(KIC) 사장 시절 성과연봉제를 추진했다는 것과 ‘낙하산 인사’라는 점을 지적하며 이번 인사에 강한 불만을 표시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은 신임 행장이 전날 노조와 면담에 나서면서 극적으로 타협이 이뤄졌고 곧바로 정상 출근을 할 수 있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은 신임 행장의 표정도 한결 가벼워 보였다. 10여분에 걸쳐 진행된 취임식에서 그는 정책금융의 역할에 대한 견해를 드러내는 한편 ▲열린 경영 ▲미래 지향 경영 ▲스마트 경영 등 철학을 임직원과 공유했다. “너무 긴장해서 인사를 잊었다”는 그는 취임사를 끝까지 읽어내려간 후 멋쩍은 웃음과 함께 다시 목례를 하면서 직원들로부터 박수를 받기도 했다.
취임식 직후 은 신임 행장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그간 업무보고도 받고 곳곳에 인사도 다녔기 때문에 시간을 낭비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면서 “오늘 취임사는 노조 측이 들어줬으면 하는 내용을 담았고 이를 실천해 나갈 계획”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또한 은 신임 행장은 산업 구조조정과 정책금융기관으로서의 역할 강화 등 임기 중 중점적으로 추진할 방향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은 신임 행장은 “공무원으로 생활하면서 관련 업무를 맡아본 경험이 있는데 정책금융기관은 정부가 보증하는 은행인 만큼 일반은행보다 국가경제를 더 생각해야 하는 입장이라고 본다”면서 “이에 걸맞은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피력했다.
아울러 산업 구조조정과 관련해서는 “정부 당국, 채권단과 협의해 원칙에 맞게 처리하겠다”면서 “살아남을 기업은 살리고 죽일 곳은 죽이는 게 바로 그 원칙”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를 명확하게 구분할 수는 없는 만큼 원칙은 지탱하되 정책당국, 채권금융기관, 국민 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을 면밀히 따져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부연했다. 상황과 기업에 따라 휘둘리지는 않겠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이밖에 은 신임 행장은 성동조선 문제에 대해서는 “사안을 아직 완전히 숙지하지 못했다”면서 “자세하게 들여다본 뒤 개별 안건에 대한 토론도 진행하기로 했으니 조금 더 시간을 달라”고 전했다.
1961년생인 은성수 신임 행장은 군산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하와이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은 인물이다. 행정고시 27회로 공직에 입문해 1998년엔 대통령비서실에서 경제구조조정기획단 금융과장으로 일했다. 이어 2005년 대통령비서실 경제보좌관 선임행정관, 2014년 UN산하 국제부흥개발은행 IBRD 상임이사, 2016년 KIC 사장을 거쳐 이달 제20대 수출입은행장에 취임했다.
뉴스웨이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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