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에 이은 확고한 2위 굳혀훙하이 등 경쟁업체 진출 막아내애플·델 등 장기적인 고객사 확보인수가 치솟아 승자의저주 우려돼
20일 로이터·교도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도시바는 이날 오전 이사회에서 반도체 자회사인 도시바메모리를 한국 SK하이닉스가 포함된 한미일연합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도시바는 지난주 열린 이사회에서 한미일연합과 매각 양해각서를 체결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한미일연합의 인수총액은 약 2조4000억엔(약 24조원)으로 알려졌다. 한미일연합에는 미국 베인캐피털의 주도로 SK하이닉스, 애플, 델 등이 포함됐으며 일본 정부계 펀드인 산업혁신기구와 일본정책투자은행도 참여했다.
SK하이닉스는 컨소시엄 참여 회사 중 유일한 메모리 반도체 업체로 D램에 편중된 포트폴리오를 낸드플래시로 확장시키는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올해 1분기 기준으로 SK하이닉스의 D램 시장 점유율은 27.9%로 삼성전자(43.5%)의 뒤를 잇는다. 반면 낸드플래시에서는 삼성전자(36.7%), 도시바(17.2%), 웨스턴디지털(15.5%)에 이은 4위(11.4%)에 머물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낸드플래시의 비중은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낸드플래시는 전원이 끊겨도 데이터를 보존하는 비휘발성 메모리로 최근 IT기기 등에 폭넓게 쓰이면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SK하이닉스는 도시바와 손을 잡으면서 낸드플래시 시장에서도 삼성전자를 견제할 수 있는 힘을 갖게 된 셈이다.
또한 SK하이닉스는 도시바 인수에 성공하면서 새로운 경쟁 업체의 등장을 막아냈다는 점도 의미가 크다.
도시바가 대만 훙하이를 비롯해 중국 업체들에게 인수됐다면 SK하이닉스는 새로운 경쟁업체를 상대로 힘겨운 싸움을 벌이게 될 가능성이 높았다.
SK하이닉스와 함께 한미일연합에 참여하고 있는 애플·델 등의 기업들을 장기적인 고객사로 확보할 수 있게 된 것도 이점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도시바 인수를 추진하면서 “단순히 기업을 돈 주고 산다는 개념이 아니라 협업할 수 있는 여러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SK하이닉스가 도시바 인수에 참여하면서 탄생한 한미일연합과 인수를 통해 SK하이닉스가 얻게 되는 이점을 보면 최 회장의 이같은 전략이 그대로 드러난다.
다만 SK하이닉스가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는 지분을 직접 인수하는 형태가 아니기 때문에 실익이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한 도시바가 지난해부터 진행된 매각 작업 탓에 3D 낸드 등 차세대 제품군에 대한 투자가 늦어졌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인수전이 과열되면서 치솟은 인수가격도 부담이다. 반도체 업계의 특성상 대규모 투자가 지속돼야하기 때문에 한미일연합이 승자의저주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나이스신용평가는 “SK하이닉스 컨소시엄이 도시바 반도체를 인수할 경우 SK하이닉스의 낸드 경쟁지위 개선 가능성 등 사업상 긍정적인 영향이 있지만 자금유출 등 재무상 부정적인 영향도 존재한다”고 평가했다.
뉴스웨이 강길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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