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호텔롯데가 중국 최대 온라인 여행사인 씨트립과 상품 판매 재개 실무협약을 진행한 것이다. 호텔롯데 관계자는 “씨트립의 제안으로 호텔 숙박 등 상품 판매를 재개하자는 실무협약을 벌이고 있다”고 확인했다. 이에 따라 중국인 관광객 급감으로 영업 타격을 받았다고 주장하는 국내 면세점 사이에서도 ‘사드 보복’ 조치가 해결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 싹트고 있다.
◇분위기 변화만으로도 긍정적···단체 비자 허용 기대 = 27일 한 면세점 관계자는 “중국인 관광객이 급작스레 빠져나갔듯 언제든 정치적인 문제만 해결된다면 금방 또 한국을 찾을 것이란 기대감이 있다”면서 “가장 좋은 건 중국 당국이 단체 비자를 허용하는 것이지만 지금과 같은 분위기 변화만으로도 긍정적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면세점 관계자는 “사드 보복 조치 이후 중국 동향 체크가 업무에서 더 중요해졌다”며 “분위기 변화를 느끼고 있고 기대하곤 있지만 아직 예단하긴 이르다”고 말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올해 1~9월 중국인 관광객은 319만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633만명에서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업계 1위를 자랑하는 롯데면세점은 올 상반기 매출이 2조553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3% 줄었으며 동시에 영업이익은 74억원으로 96.8%의 감소세를 보였다.
신라면세점 또한 상반기 매출은 1조718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431억원에서 249억원으로 42.1% 줄며 사드 보복 조치의 악영향을 피하진 못했다.
그 가운데 한화갤러리아면세점은 영업 악화에 따른 임대료 부담 등을 이유로 제주공항 면세점 사업권을 반납해 오는 12월까지 운영한 뒤 철수한다.
◇롯데면세점 vs 인천공항공사 임대료 줄다리기 영향은? = 다만 이러한 변화에 따라 현재 롯데면세점과 인천공항공사가 벌이고 있는 인천국제공항 내 임대료 조정에도 일정 부분 영향이 있을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양측의 협상이 성과 없이 장기화하고 있는 가운데 롯데면세점에게 자칫 불리하게 작용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롯데면세점과 인천공항공사는 인천국제공항 내 임대료 조정안을 두고 세 차례 마주 앉은 결과 구체적인 성과 없이 네 번째 만남을 앞두고 있다.
롯데면세점은 중국 정부의 사드 보복 조치에 따른 타격으로 최소보장액이 아닌 품목별 영업료율에 따라 금액을 책정하는 방식으로 임대료 구조를 변경해달라고 요구했다. 만약 임대료 조정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면세점 사업권을 포기하겠다고까지 했다. 임대료가 조정되지 않으면 올해만 2000억원 이상의 적자가 있을 것으로 롯데면세점은 보고 있다.
반면 인천공항공사는 임대료를 세수의 한 틀로 보고 롯데면세점의 입장을 듣고는 있지만 적극적으로 호응하진 않는 선에서 협상에 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일각에서는 “면세점 업계 전체가 힘든 것은 사실이지만 주인한테 내 월급이 깎였으니 월세 계약 다시 하자고 하는 꼴로 보일 수도 있다”고 롯데면세점의 무리수를 지적하는 얘기도 나온다. 달라진 중국의 기조가 실체적인 변화로 이어질 경우 롯데면세점의 협상 테이블엔 불리할 것이란 예상이다.
◇제주공항 면세점 사업자 경쟁 치열할 듯 = 한화갤러리아가 철수하면서 새 사업자를 선정해야 하는 제주국제공항 국제선 출국장 면세점에도 관심이 쏠린다. 지난 20일 한국공항공사 제주지역본부에서 열린 ‘제주국제공항 국제선 출국장면세점 운영자 선정 설명회’에 대한 반응이 기대 이상으로 나온 가운데 중국과의 해빙 분위기가 경쟁을 가속화 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날 설명회에는 대기업 3사로 꼽히는 롯데면세점, 신라면세점, 신세계면세점이 참여했으며 현대백화점, 두산, 스위스 듀프리, 시티플러스, 부산면세점, 에스엠면세점 또한 참가해 입찰을 위한 주판알을 튕기고 있다.
특히 한국공항공사는 이번 입찰에서 기존 최소보장금액을 기준으로 사업자를 선정하던 것을 기본임대료를 포함해 매출 연동 방식으로 임대료를 내는 최소영업요율(20.4%) 방식으로 바꾸겠다고 밝혔다. 이 방식에 따르면 매출 규모에 따라 임대료가 올라가거나 내려갈 수 있어 면세점 업계에서는 긍정적인 변화로 받아들이고 있다.
면세점 관계자는 “제주공항 면세점 수익은 사실상 중국인 장사가 절반이었다”며 “한국공항공사가 임대료 부분에서 노력한 부분이 있는 만큼 중국의 태도 변화가 실질적인 성과로 나타난다면 매력적인 곳”이라고 평했다.
증권가에서도 발 빠르게 관련 전망을 하고 있다. 박성호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한중 양국이 다음 달 정상회담을 예정하고 있다. 향후 한중 관계 해빙 가능성에 대비해야 할 필요성이 존재한다”며 “2018년 중국인 방한 관광이 재개되면서 일반 외국인들의 면세품 구매액이 2016년 수준으로 회복되고 2018년 중국 보따리상 매출도 전년 수준을 유지한다고 가정할 경우 2018년 서울 면세점 시장 매출액은 101억 달러로 26% 증가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한중 정상은 지난 7월 독일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차 개최된 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방중을 합의한 바 있다.
뉴스웨이 임정혁 기자
dori@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