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투자한 카풀앱 ‘풀러스’ 경찰고발CJ헬로비전 인수, SK엔카 매각도 규제탓멜론 매각은 1조원 이상 수익기회 날려공유경제 주목하는 최 회장 고민 깊어져
SK그룹은 SK하이닉스를 인수한 뒤 급성장했다. 재계 순위는 아직 3위지만 그룹 시가총액은 현대차그룹을 따돌리고 2위로 올라섰다. 그러나 최 회장은 잘나가고 있을 때도 생존을 위한 혁신을 강조한다. 지난해에는 ‘딥체인지’를 경영화두로 제시하며 계열사들의 근본적인 변화를 재촉했다.
SK그룹 계열사들은 기존에 잘하는 사업 외에도 새로운 성장동력 찾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특히 SK그룹 지주회사인 SK㈜는 투자전문지주회사를 표방하며 다양한 기업들에 지분투자 등을 진행하고 있다. 주력 사업은 경쟁력을 높이고 신사업에 대해서는 해당 사업 분야를 자세히 들여다보기 위해서다.
특히 SK㈜는 쏘카·투로·풀러스 등 공유경제를 바탕으로 한 기업들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최 회장이 올해 새로운 경영화두로 ‘공유인프라’를 제시한 것도 공유경제에 대한 사회적가치가 향후 더욱 높아질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최 회장은 “사회적 가치가 포함된 경제적 가치는 선택이 아니라 기업 생존의 필수요건”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공유경제가 세계적인 흐름으로 등장했음은 물론이다. 지난해 전세계 ‘10억달러 이상 스타트업’은 13개였는데 이중 12개가 공유경제 관련 기업인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공유경제를 바탕으로 한 우버·에어비앤비는 이미 세계적인 기업이 됐다.
최 회장은 이러한 공유경제의 흐름을 눈여겨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SK가 투자한 풀러스에 대해서 서울시가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하면서 최 회장의 공유경제 실험은 제동이 걸렸다.
풀러스는 지난 6일 ‘출퇴근시간 선택제 시범서비스’를 시작했다. 이용자가 본인의 출근과 퇴근 시간대(각 4시간)를 직접 설정하고 해당 시간에만 출퇴근 경로의 카풀을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출퇴근시간 선택제’가 유상운송 알선으로 불법이라며 서비스 개시 이틀만에 고발 조치했다.
풀러스 측은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81조에는 출퇴근 시간대 및 요일, 횟수 등에 대해 별도로 규정돼 있지 않다”며 “풀러스의 출퇴근시간 선택제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에서 허용하는 ‘출퇴근 카풀’ 범위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풀러스 측은 사법기관의 판단을 받겠다는 입장이지만 당분간 사업 확장에 제약이 불가피해 보인다.
SK그룹의 신사업 추진이 규제에 막혀 무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 무산이 대표적이다. SK텔레콤은 CJ헬로비전을 인수해 미디어 플랫폼 경쟁력을 높이고 CJ그룹과의 콘텐츠 동맹도 기대됐지만 공정거래위원회는 기업 결합을 불허했다. 세계적인 콘텐츠·플랫폼의 대형화 흐름에 역행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SK㈜가 SK엔카 매각을 추진하기 시작한 것도 새로운 규제가 만들어지면서부터다. SK엔카는 지난 1999년 최 회장의 지시로 사내벤처로 설립된 이후 중고차 판매업계 1위로 올라선 기업이다. 하지만 지난 2013년 중고차 매매업이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되면서 성장이 정체되기 시작했고 결국 SK그룹이 매각에 나서게 만들었다.
멜론을 서비스하는 로엔 매각은 최 회장에게 뼈아픈 기억이다. 지난 2011년 SK플래닛이 SK텔레콤으로부터 분사해 손자회사가 되면서 SK플래닛이 보유한 로엔은 지주회사인 SK㈜의 증손회사가 됐다. 지주회사 규정에 따라 증손회사는 지분 100% 갖고 있지 않으면 경영권을 가질 수 없다.
SK는 로엔 잔여 지분(약 30%)을 매입할지, 경영권을 매각할지를 두고 고민하다가 결국 외국계 사모펀드에 약 3000억원에 매각한다. 당시 최 회장이 구속 수감된 상황이었다. 지난해 초 카카오는 로엔 지분 76%를 1조87000억원에 인수했다. 당시 SK텔레콤도 남아 있던 로엔 지분 15%를 매각해 추가 수익을 올리기는 했지만 1조원 이상의 수익기회를 잃었다.
최 회장이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신사업들이 번번이 규제에 가로막혔던 셈이다. 특히 공유경제에 주목하고 있는 최 회장에게 풀러스에 대한 서울시의 경찰고발은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혁신창업 생태계 조성방안’을 발표하는 상황에서 서울시가 정책 방향에 역주행하고 있다는 비판을 제기한다. 풀러스 측도 “서울시의 이번 고발 조치가 정부가 역점을 기울이고 있는 4차산업혁명에 대한 대비와 혁신성장의 동력이 될 ICT산업 육성에 매우 부정적 영향을 주는 사례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뉴스웨이 강길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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