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장은 거셌다. 금융당국은 특별점검반을 구성해 7개 금융공공기관과 5개 유관기관의 채용비리 전수조사에 나섰고, 금융감독원도 시중은행의 인사·채용 시스템 전반을 들여다보고 있다. 이 가운데 감사원으로부터 수사 의뢰를 받은 검찰은 채용비리에 연루된 혐의를 받는 이병삼 전 금감원 부원장보를 구속기소하며 관련 수사에 속도를 높였다.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가자 금융권에서는 공동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등 서둘러 대응에 나서는 모습이다. 블라인드 채용 전형을 확대하는 한편 서류전형 대신 필기시험을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여기에 채점과정에서 심사위원에게 ‘연필’이 아닌 ‘볼펜’을 사용하도록 한다면 채용비리를 근절할 수 있을 것으로 이들은 보고 있다.
하지만 앞서 밝혀진 사례를 되돌아본다면 과연 이 방법만으로 금융권 전반에 스며든 채용비리를 사라지게 할 수 없다. 블라인드와 필기시험 등 어느 하나에서도 쇄신에 대한 의지를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지원자의 출신 지역과 대학 등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블라인드 채용은 전혀 새로운 게 아니다. 각 은행에서는 이미 자신들의 방식대로 블라인드 채용을 실시해왔다. 다만 신원확인을 핑계로 기본적인 신원정보를 기재하도록 하면서 우리은행과 같은 채용비리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이 같은 허점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블라인드 방식을 확대하더라도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회의적인 시선이 적지 않다.
또 필기시험을 거친다고 해서 반드시 채용의 공정성이 확보되는 것도 아니다. 실제 감사원 감사 결과 금감원의 채용비리는 필기시험 합격자를 추리는 과정에서도 발생한 바 있다. 눈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단순한 시늉 만으로는 채용비리를 절대 잠재울 수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금융권에 만연한 특권의식, 이를 자식에게까지 물려주려는 이기심 등 이번 사태의 본질을 외면한다면 편법은 언제든 다시 고개를 들 수밖에 없다. 덧붙여 당사자의 통렬한 자기반성과 합당한 징계가 뒤따르지 않는다면 사람들 역시 진심을 믿어주지 않을 것이다.
뉴스웨이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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