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런 1조2875억 유증···제대로된 설명 없어4분기·내년 적자 투자자들에게 전가한 것으로 풀이
현대중공업은 지난 26일 공시를 통해 1조2875억원의 규모의 유상증자 계획을 밝혔다.
운영자금 8690억원과 기타자금 4185억원을 확보하기 위함이라는 게 사측 설명이다. 하지만 일부 투자자들은 현대중공업이 올해 4분기 적자와 내년도 업황 악화를 투자자들에게 전가하려는 꼼수라고 지적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같은 날 올해 및 내년 연결실적 전망 공시도 냈다. 이 회사는 공시를 통해 실적 전망 공시를 내고 4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이 469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문제는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 약 4086억원을 거둔 회사가 왜 갑자기 누적 영업이익이 469억으로 쪼그라들었는지에 대한 설명이 없었다는 점이다. 공시대로라면 현대중공업은 연결기준으로 4분기에만 3617억원 규모의 영업손실을 낼 수밖에 없다.
현대중공업은 또 같은 공시에서 내년 실적전망을 통해 매출액만 추정했을뿐 영업이익 전망은 비워뒀다. 삼성중공업이 지난 6일 실적전망 공시에서 매출과 함께 적자규모를 구체적인 이유와 함께 설명한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특히 지난달까지만 해도 현대중공업의 4분기 실적이 업종 내 비교적 긍정적으로 전망됐기 때문에 손해를 투자자들에게 전가하기 위해 고의적으로 적자를 숨기고 유상증자와 동시에 발표한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유상증자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무차입 경영구조를 갖추게 된다고 하면서 순차입율을 들었는데 이 역시 통상적으로 사용하는 얘긴 아니다. 순차입율을 마이너스로 가져간다고 해서 실제로 부채가 없어지는 것도 아니다. 실제로 투자자들 사이에 선 1조2900억이나 되는 유상증자를 통해 들어온 자금으로 차입금 상환에 쓰는 것과 관련 “영업활동이 아닌 유증을 통한 무차입경영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의문”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여기에 같은날 현대오일뱅크가 기업공개(IPO)에 나선다는 것을 밝힌 것도 ‘눈가리고 아웅’식의 행태라는 쓴 소리도 나오고 있다. 대형 악재를 터트리면서 오래전부터 언급됐던 현대오일뱅크 상장 이슈를 꺼내 어느정도 무마해보겠다는 심산으로 풀이돼서다.
실제 현대오일뱅크 상장 이슈는 이미 지난해부터 수차례 언급돼 온 재료로 앞서 증권사들도 리포트에 내용을 실으면서 주가에 이미 일부가 반영된 상태다.
주가도 즉각 반응하고 있다. 공시가 나온 26일 시간외에서 하한가를 기록한 현대중공업은 27일에는 28.75%나 급락한 채 장을 마감했다. 하루만에 시총의 30%가까운 자금이 허공에 날라간 셈이다.
현대중공업 한 투자자는 “1조4000억원을 만들려고 시가총액 약 2조2000억원을 날렸다. 책임을 투자자들에게 전가한 꼴”이라며 “외국인과 기관은 이미 엄청 나갔다. 아까워서 들고 있는 개미투자자들만 죽어나고 있다”고 울분을 토했다.
뉴스웨이 서승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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