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조선사들 연이어 대규모 유상증자물량 부담에 장 중 주가하락률 20% ↑“단기간 주가 약세···긴 호흡으로 접근”
27일 현대중공업은 전일 보다 3만9100원(28.75%) 급락한 9만69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개인 매수세에도 기관과 외국인투자자가 대규모 물량을 장에 내놓으며 주가 하락을 견인했다. 지난 6일 1조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결정 후 40% 이상 주가가 빠진 삼성중공업에 이어 두 번째 시장 충격이다.
현대중공업은 차입금 상환과 R&D(연구개발) 등을 이유로 1조3000억원의 유상증자 계획을 밝혔다. 이번 유상증자로 현 주가의 22%에 달하는 1250만주가 신규 상장된다. 주가 희석률은 18.1% 가량이다. 4분기 적자 전망을 내놓은 현대미포조선도 14%대 주가 급락세를 보였다.
투자업계에서는 이번 선제적 유상증자로 인해 조선업 전반의 투자심리가 악화될 것으로 판단했다. 한국투자증권 이경자 연구원은 “업계의 연이은 유상증자로 산업재 섹터의 센티멘트(투자심리) 침체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NH투자증권 유재훈 연구원 역시 “잇따른 유상증자 발표로 조선업에 대한 단기 투자심리 악화는 불가피할 것”으로 진단했다.
이와 같은 우려는 주가에 고스란히 반영돼, 이날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 외 삼성중공업 역시 160원(2.23%) 떨어진 7000원으로 거래 마감했다. 삼성중공업은 장 중 한때 6940원까지 내리며 52주 신저가를 경신하기도 했다. 대우조선해양도 950원(6.33%) 급락한 1만4050원으로 마무리했다. 한진중공업(3.44%), 두산중공업(2.52%) 등도 주가가 곤두박질 쳤다.
시장점유율 선두권을 달리는 대형사들의 업황 악화 우려에 따른 선제적 유상증자로 내년 전망도 어두워졌다. 실제 삼성중공업의 대규모 적자 전망 공시 전까지만 하더라도 업계에서는 내년 선박 발주량 증가로 인한 선박 마진 개선으로 실적 개선이 이어질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 선박 건조에 쓰이는 후판 가격 상승과 원화 강세 등 대내외 변수로 인해 내년도 조선업황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해석이 분분하다. 금융권의 조선업에 대한 부정적 시각도 주가에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SK증권 유승우 연구원은 “최근 현대제철은 내년도 비조선용 후판 가격 인상을 확정지은 상황이기 때문에 조만간 조선용 후판 가격의 추가 인상 압력이 가해질 것으로 보인다”며 “양사 모두 상선 부분에서 적자 폭이 예상보다 클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고 설명했다.
후판의 경우 선박건조 비용의 20% 내외를 차지하고 있어 가격 인상 때는 조선사들의 원가 부담이 커진다.
한국투자증권 이경자 연구원은 “큰 틀에서 증자 원인은 시황 회복기에 원활한 RG(선수금 환급보증)발급과 차입금 상환 압력에 대한 선제적 대비로 삼성중공업의 내용과 동일했다”며 “현재 금융권이 RG와 차입금을 합산해 총량적 risk(위험)로 간주함에 따라 RG를 받기 위해서는 차입금을 상환해야 하는 조선업계의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뉴스웨이 장가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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