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에서 가계대출 증가세 한 자리수 증가율로 목표은행들 가계대출 막히니 자영업자 대출로 우회 대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KB국민·신한·KEB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약 289조원으로 1년 전보다 28조원가량 증가했다. 이들 은행의 자영업자 대출 증가 규모는 지난해 11월 2조2760억원에서 12월 8950억원으로 감소했다가 올 1월 1조260억원으로 다시 늘어났다. 지난 1월 말 기준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290조3000억원으로 300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자영업자 대출규모가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는 것은 자영업자 대출이 정부의 부동산 대출 규제 사각지대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자영업자는 사업자등록을 한 뒤에 개인사업자 대출을 받거나 개인 자격으로 가계대출을 받을 수 있으며, 두 종류의 대출을 동시에 받을 수도 있다. 정부가 가계대출 증가세를 잡기 위해 부동산대출과 개인대출을 규제하자 은행들은 사업자 대출을 통해 자영업자 대출을 늘려온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지난해 가계 빚은 전년보다 8.1% 증가했다. 가계신용 증가율이 한 자릿수로 떨어진 것은 2014년 이후 3년 만에 처음이다. 지난해 부동산 대책과 가계부채 대책을 연이어 쏟아내고 지난해 11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며 가계부채 증가세는 한풀 꺾인 모습이다. 그러나 지난해 10·24 가계부채 종합대책 발표에서 개인사업자 대출 차주 가운데 가계대출을 동시에 받았다는 경우는 81%에 달해 자영업자 대출 풍선효과가 나타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문제는 자영업자 대출액의 절반가량이 경기에 민감하거나 저신용 차주들이 많은 부동산임대업, 음식업, 소매업 등에 몰려 있다는 점이다. 게다가 자영업자 대출을 전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데이터베이스가 없어 얼마만큼의 부실대출이 우려되는지조차 정확하기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자영업자의 경우 가계자금과 사업운영자금을 혼합해서 운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개인의 모든 자산을 뒤져보지 않는 한, 자금의 용처를 사후적으로 발라내기가 상당히 어렵다는 게 은행권의 설명이다.
금융권에서는 자영업자대출이 금융안정을 헤칠 수 있다고 지적하며 생계형 자영업자만이라도 따로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정호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자영업자 대출의 효과적 관리를 위한 선결과제' 보고서를 통해 “현재 개인사업자 대출을 받는 차주 가운데 사실상 중소기업에 해당하는 기업형 사업자도 있으므로 이들을 자영업자 분류에서 제외하고 생계형 자영업자만 따로 관리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 그는 “최근 자영업자 대출 증가세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자영업자의 부채 상환 능력을 제대로 평가하기 위해 신용카드 매출 정보 활용 등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른 한편에서는 목표수준의 가계부채 증가율을 정해놓고 규제 한 것이 가계부채 관리를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목표수준의 가계부채 증가율을 정해놓고 돈이 필요한 사람에게 돈을 빌려주지 않은 것이 자영업자 대출로 옮겨가는
풍선효과를 나타내게 한 것이다”며 “가계부채 관리를 위한 정책을 만들기 위해서는 통계가 우선 돼야 하는데 자영업자 대출은 개인대출과 섞여 있어 용처파악이 힘들어 부채 질이 악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신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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