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WACA는 오전 9시 종로구 통의동 한 카페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같이 밝혔다.
WACA는 지난해 초부터 문화체육관광부에 문화예술계 특성을 고려한 성폭력 실태조사, 문체부 내 성폭력 전담 기구 설립, 가해자에 대한 징계성 조치, 피해자 지원 등을 포함한 정책을 수립할 것을 건의했다는 입장이다.
당시 문체부는 해당 건의를 ‘예산이 없다’거나 ‘우리 부서 업무가 아니’라는 이유로 묵살했다고 주장됐다.
문화예술계 성폭력 사건을 전담할 신고·상담 창구가 필요하다는 건의에는 여성가족부와 연계하겠다고만 답했다고 전해졌다. 여성가족부가 운영하는 여성긴급전화, 해바라기센터 등을 이용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WACA는 이런 창구가 문화예술계 성폭력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못해 제대로 된 신고나 상담이 이뤄질 수 없다고 주장한다. 해당 기구가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됐다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미디어를 통한 ‘미투’ 고발이 나올 일도 없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이 위험과 고통을 무릅쓰고 고발해도 가해자들이 시간이 지난 뒤 다시 업계로 복귀할 가능성도 지적됐다. 문화예술계는 일반 직장과 달리 가시적인 틀이 있는 조직이 아니어서 가해자들이 사법적인 형벌 외에 업계에 복귀하지 못하도록 제재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투 가해자로 지목된 예술계 권력자들은 국가 지원금을 받아왔다. 공공 기관장, 대학교수 자리에도 재직했다.
WACA 관계자는 “문체부는 1년 동안 많은 일을 해왔고 앞으로 실효성 있는 정책이 결정된 것처럼 언론에 발표하는 기만적인 태도를 중단해야 한다”며 “언론에 보도된 기사만 보면 문체부는 필요한 정책들을 잘 실행할 것처럼 보이지만 지난 1년 간은 그렇지 않았다”고 밝혔다.
WACA 대표를 맡고 있는 이성미 시인은 “문화예술계 성폭력 피해자들이 기존의 여성가족부 산하 기관에 피해 사실을 얘기해도 그쪽에서 문화예술계 권력 구조를 잘 이해하지 못해 ‘그게 무슨 성폭력이냐’는 식의 얘기만 듣고 만다”며 “문체부 내 전담 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문체부가 할 수 있는 강력한 가해자 징계 조치는 공적 지원금에서 영구 배제하는 것, 공공 예술기관장이나 교수직에 임명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며 “그럼에도 문체부는 지난 1년간 법률 등 근거가 없다며 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WACA는 지난해 1월 각계의 여성 문화예술인들이 문화예술계 성폭력 문제 해결에 힘을 모으고 연대하기 위해 조직했다. 미술·문학·사진·출판·디자인·전시 기획·영화계 등 7개 예술 분야 9개 단체가 연합했다.
문학계에서 결성된 모임인 ‘참고문헌없음’은 미성년 제자들에게 성폭력을 가한 배용제 시인 사건을 공론화했다. 모금을 통해 피해자들의 소송도 지원했다.
뉴스웨이 전규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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