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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뚜기?···일감몰아주기 해소라지만

[중견그룹 보스상륙작전-오뚜기①]갓뚜기?···일감몰아주기 해소라지만

등록 2018.05.29 08:51

수정 2018.05.29 09:36

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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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거래 매출만 32% 차지···1兆 넘어서 논란일자 계열사 지분정리···이득만 500억현금 챙기고 논란까지 해소 ‘꿩먹고 알먹고’

오뚜기 지분구조. 그래픽=박현정 기자오뚜기 지분구조. 그래픽=박현정 기자

‘갓뚜기’로 불리며 착한 기업의 대명사가 된 오뚜기의 일감 몰아주기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결국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 지난해 문제가 된 계열사들의 오너 일가 지분을 낮췄지만, 이를 통해 함영준 회장 일가족이 또다시 500억원에 달하는 돈을 벌어 들이는 결과를 낳았다. 오너 일가가 일감몰아주기로 계열사를 키운 뒤 지분을 팔아 이익을 챙겼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오뚜기 분기보고서등에 따르면 지난해 오뚜기는 총 487억원 규모의 비상장 계열사 지분을 함 회장과 그의 아들 함윤식 씨 등 회장 일가로부터 사들였다. 지분 매입 대상이 된 비상장 계열사는 시스템통합(SI)업체 알디에스, 수산물가공업체 오뚜기물류서비스 등으로 매출액 대부분을 오뚜기에 의존해 일감 몰아주기 논란이 된 기업이다.

오뚜기는 함 회장과 그의 사촌동생 함영제 씨가 보유하고 있던 알디에스 지분(80%)을 208억 8000만원에 매입했고, 함 회장과 함 회장 자녀가 보유하고 있던 그룹 광고대행사 애드리치의 주식 4만주(66.6%)를 119억 4000만원에 사들였다.

오뚜기는 오뚜기물류서비스와 풍림피앤피지주의 주식도 100억원 이상 매입했다. 이 또한 함 회장 일가로부터 매입한 것이다. 111억원 규모의 상미식품지주 주식도 매입했다.

오뚜기가 대규모로 주식을 매입한 이유는 일감 몰아주기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서다. 그동안 비상장 계열사들이 오뚜기와의 거래를 통해 돈을 벌고, 그렇게 번 돈이 배당 등을 통해 해당 비상장사 대주주인 회장 일가에 돌아간다는 점에서 일감몰아주기로 대주주가 이익을 챙기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아왔다.

오뚜기는 대규모 내부 거래에 대해 효율적이라는 이유를 제시하고 있다. 해당 계열사들은 라면과 빵, 제과, 조미료, 물류, 소프트웨어 등 각 분야의 전문 업체들이다. 모기업인 오뚜기는 각 기업들이 유기적으로 협업할 수 있도록 제어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최종 판매 창구도 오뚜기로 일원화했다. 분업 효율을 극대화한 수직 계열화 시스템의 전형이다.

지난해 오뚜기는 ESG(환경·사회책임·지배구조) 평가에서 지배구조 부문 D등급을 받았다. 2011년 이후 내리 C등급을 받아오다 작년부터 D등급으로 하향 조정됐다. 지배구조 평가는 주주권리보호, 이사회, 공시, 배당 등과 관련된 제도가 갖춰져 있을 경우 플러스 점수를 받고 계열사간 일감 몰아주기 등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경우에는 점수가 깎이는 방식이다. 오뚜기는 계열사간 내부거래 비중이 높아 지배구조 등급에서 최하점을 받았다.

CEO스코어에 따르면 지난해 오뚜기 그룹이 계열사간 내부거래를 통해 얻은 매출액은 1조399억원으로 전체 매출(3조2499억원)의 32.0%에 달했다. 오너 일가 지분이 있는 오뚜기 그룹 9개 계열사 중 내부거래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은 오뚜기라면이었다. 오뚜기라면 총 매출액(5913억원)의 99.5%(5883억1900만원)가 계열사 내부거래를 통해 이뤄졌다. 상미식품(98.9%), 오뚜기물류서비스(76.56%), 오뚜기SF(75.30%), 오뚜기제유(76.56%) 등도 내부거래 비중이 상당히 높았다. 특히 오뚜기SF는 고(故) 함태호 명예회장-함영준 회장-함윤식(장남) 씨로 이어지는 경영 승계에도 상당한 역할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3세 경영 승계 후계자로 꼽히는 함윤식 씨는 오뚜기SF의 지분 38% 가량을 보유해 최대주주에 올라있다.

지난해 오너일가의 계열사 지분을 줄이면서 함 회장은 4개 비상장 계열사 지분을 정리해 268억원을 받았고, 함 회장의 자녀 함윤식씨와 함연지씨가 애드리치 지분을 팔아 각각 30억원을 받았다. 함 회장의 사촌동생 함영제씨는 알디에스로 52억원을 받았고, 밝혀지지 않은 함 회장 일가족 한명도 100억원 이상을 받았다.

그동안 계열 비상장사들이 오뚜기와의 거래를 통해 꾸준히 성장해온 만큼 회사 주식 가치도 높게 평가돼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에 주식을 팔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함 회장 입장에선 현금도 챙기고 일감몰아주기도 해소하는 일석이조의 결과이지만 여론의 시선은 따갑다. 오뚜기가 ‘착한 기업’ 이미지를 갖고 있는 만큼 오너 역시 이에 걸 맞는 행동을 보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함 회장이 비상장계열사 보유지분 매각을 통해 챙긴 이익을 자신의 배를 불리는 데 쓰지않고 지난해 한진그룹 오너일가가 갖고 있던 유니컨버스 등 계열사 지분을 대한항공에 무상으로 증여하는 방식으로 회사나 직원에 나눠줬더라면 더욱 값졌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행 공정거래법상 오뚜기는 일감 몰아주기 규제대상이 아니다. 자산총액 5조원 이상 기업집단에 속한 회사가 오너 일가 지분이 일정비율(상장회사 30%, 비상장회사 20%)을 넘는 계열사와 거래하면 일감 몰아주기로 규제를 받으나 오뚜기그룹은 자산 총액이 1조6000억원 수준이라 공정거래법상 규제를 받지 않는다.

오뚜기는 전체 사원 3099명 중 비정규직이 36명으로 1.16%(3월말 기준)에 불과해 청와대 모범기업으로 꼽혔으나 근로자, 협력사, 소비자 등과의 관계를 살펴보는 사회책임 부문의 평가에서도 B+ 정도의 등급밖에는 받지 못했다. 사회책임 평가에는 비정규직 비율도 고려되지만 근로자의 복리후생, 안전, 인권, 소비자 만족, 개인정보보호, 사회공헌 등이 광범위하게 포함되다보니 세간의 인식과는 차이가 났다는 평가다.

오뚜기 관계자는 “오뚜기그룹은 자산규모가 5조원을 밑도는 만큼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받지 않는다”면서도 “하지만 중견기업 일감 몰아주기를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데 대응해 지난해부터 오너일가 지분을 정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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