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집단 제외되며 당국 제재대상서 빠져오너가 회사 경동원 내부거래로 사세확장해현금배당도 해마다 늘려···지난해 2배 ‘껑충’자산도 불리고 지배력도 강화하고 ‘일석이조’
공정거래위원회의 서슬퍼런 칼날을 피하며 내부거래를 통해 오너가의 배를 불릴 수 있는 것은 경동원그룹이 대기업집단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은 자산총액 5조원 이상 대기업으로 총수일가 지분이 상장사 30%, 비상장사 20% 이상인 계열사인 경우다. 경동원의 경우 총수일가 지분이 80% 이상, 내부거래금액이 연간 1200억원, 60% 이상임에도 대기업집단이 아니라는 단순한 이유로 아무런 규제도 받지 않는다.
지난해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코스피 상장사 733곳의 환경경영(E), 사회책임경영(S), 지배구조(G)를 각각 평가해 ESG 등급을 매긴 결과 경동나비엔은 지배구조 항목에서 가장 낮은 점수인 D등급을 받았다. 대기업집단에서 제외되면서 제재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계열사간 내부거래로 오너가의 배를 불리고 있는 셈이다.
현재 경동나비엔의 최대주주는 경동원이다. 경동원은 비상장사로 손도익 경동그룹 창업주의 차남인 손연호 회장과 친족, 특수관계법인이 93.72%를 보유했다. 손 회장은 경동원을 통해 그룹을 사실상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손연호 회장→경동원→경동나비엔→경동에버런·경동TS·북경경동나비엔·Navien Ltd·Navien Inc’로 비교적 간단한 지배구조를 갖추고 있다. 경동나비엔은 산하 5개 계열사 지분 100%씩 소유했다.
공정위의 일감몰아주기 제재 대상에서 제외된 경동나비엔은 경동원과의 거래를 통해 수천억원의 수익을 챙기고 있으며, 그 규모는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경동원은 경동나비엔 등 계열사로부터 1688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전년(1472억원) 동기 대비 15%나 증가한 수치다.
경동나비엔은 1978년 설립된 보일러 전문 기업으로 가스·기름 보일러, 가스온수기 등을 제조해 판매한다. 귀뚜라미, 린나이 등 국내 굴지의 보일러 기업과 경쟁관계에 있다. 경동원은 친환경소재를 활용한 건축·산업용 자재를 만들고 홈네트워크 시스템을 개발하는 회사다.
경동나비엔에 보일러의 두뇌에 해당하는 컨트롤러를 개발해 납품하는데 지난 10년간 계열사와의 내부 거래를 통해 올린 매출액은 무려 8000억원에 달한다. 오너소유 비상장사에 대한 일감몰아주기인 셈이다. 이 기간 동안 오너 일가의 지분 가치는 크게 상승했다.
특히 2013년부터 2017년까지 5년동안 경동나비엔과의 거래는 매년 1000억원 이상을 기록했다. 2013년에는 경동원 매출의 60%인 1050억원을, 2014년에는 전체 매출의 61%인 1047억원을, 2015년에는 전체 매출의 63%인 1219억원을 올렸다. 2016년의 경우 경동원 매출 2160억원 중 68% 수준인 1472억원을 올리는 등 시간이 갈수록 규모나 의존도가 높아지는 추세다.
경동원은 경동나비엔으로부터 엄청난 액수의 배당도 챙기고 있다. 2012년~2015년까지 4년 동안 경동원이 경동나비엔으로부터 받은 배당금은 24억8000만원에 달한다. 2016년에는 줄곧 100원을 유지하던 주당 현금배당금을 150원으로 올렸다. 지난해에는 주당 배당금을 다시 200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불과 2년 만에 배당금을 100%나 증가한 것이다. 계열사로부터 일감과 배당을 받아 매년 자산을 증식하고, 계열사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는 일석이조의 경영을 하고 있는 셈이다.
경동나비엔 측은 “보일러 업계 특성상 내부 거래가 불가피하다”고 해명했다.
회사 관계자는 “특히 수출을 위해서는 국내에 비해 높은 내구성과 안전성을 요구하는 세계 표준인 유럽의 EN규격에 맞춰야만 하는데, 그렇다고 값 비싼 유럽 부품을 수입할 수도 없기 때문에 독자적 노력을 진행해서라도 부품을 국산화하는 것이 유일한 해법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시 국내에서는 KS 인증에 맞춰 일반 가스보일러 부품을 생산했을 뿐, 콘덴싱보일러·온수기 부품을 생산할 수 있는 업체가 전무한 상황이었다”며 “국내 콘덴싱보일러의 물량이 뒷받침 되지 않은 상황에서 수출 시장만을 타깃으로 외부 업체에 부품 개발을 위한 투자를 요구할 수도 없어 전문 기술력을 가진 관계사와의 협업을 통해 활로를 모색한 것”이라고 밝혔다.
뉴스웨이 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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