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 추천 이사제·삼성바이오 제재 두고 이견금감원 초강경 모드에 금융위 불편 기색 드러내소통 사라진 崔-尹···‘불통’이 기관 갈등 더 키워
윤석헌 원장은 지난 9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금융 현안에 대한 의견을 피력했다. 윤 원장은 금융위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요구한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회계 감리 조치안의 보완을 사실상 거부했고 금융기관의 근로자 추천 이사제의 도입도 추진하겠다고 나섰다.
아울러 파생금융상품 관련 피해가 발생했던 이른바 ‘키코 사태’에 대해 전면 재조사 의지도 나타냈다. 공교롭게도 이날 윤 원장이 밝힌 대부분의 주장들은 지난해 금융위 산하 민간 위원회였던 금융행정혁신위원회 위원장 시절 금융위에 권고했던 내용들이기도 하다.
이미 두 사람은 윤 원장의 금감원장 취임 이전부터 갈등의 불씨를 키우고 있었다. 금융행정혁신위원장 시절에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차명계좌에 대한 과세 문제를 두고 각을 세웠고 노동이사제 도입이나 금융감독 기관 재편 문제를 두고도 의견 차이가 컸다.
가장 돋보이는 문제는 금융기관의 근로자 추천 이사제 도입 문제다. 윤 원장은 근로자 추천 이사제를 본격적으로 서두르겠다는 뜻을 밝혔다.
윤 원장은 전날 기자간담회를 통해 “올해 4분기부터 근로자 추천 이사제 도입을 위한 공청회를 열고 근로자 추천 이사제 도입 여부 등을 금융회사 지배구조 연차보고서에 공시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윤 원장은 혁신위원장 시절인 지난해 12월 “금융공공기관에 노동이사제를 우선 도입해 의사결정 과정의 투명성을 높이고 경영자와 근로자가 성과에 공동 책임지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7개월 전에 비하면 어조가 다소 누그러졌지만 추진 의지는 분명하다.
그러나 금융위의 태도는 다르다. 노동이사제나 근로자 추천 이사제 문제에 대해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확고하다. 최종구 위원장은 윤석헌 당시 혁신위원장의 권고안 발표 다음날 “취지는 알지만 사회적 합의부터 해야 한다”며 혁신위의 권고를 사실상 거부했다.
최 위원장과 금융위는 지금도 여전히 “제도 도입도 중요하지만 사회적 의견 수렴과 합의 도출이 가장 먼저 필요하다”는 의견을 고수하고 있다.
물론 윤 원장이 공청회 개최 추진을 언급한 부분에서 의견 차이가 좁혀진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있지만 조금이라도 서두르려는 윤 원장과 변화 추이를 지켜보자는 최 위원장 사이의 간극은 좀처럼 좁혀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고의적 분식회계 논란에 휘말린 삼성바이오로직스 제재 문제도 평행선을 달릴 것으로 보인다. 증선위의 절충안 제안을 금감원이 완강히 거부했기 때문에 증선위의 상위 기관인 금융위 입장에서는 상당히 불쾌할 수밖에 없다.
현재 상황에서는 오는 12일에 임시회의를 진행한 뒤 18일에 열릴 정례회의에서 결론이 모아질 확률이 유력하게 점쳐지고 있다. 18일 이후에는 여름휴가로 인해 한 달 가까이 증선위 회의가 쉬기 때문에 18일에 증선위가 결론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만약 증선위가 최종 결론 과정에서 금감원이 아닌 삼성바이오로직스 측에 유리한 판단을 내린다면 금융위와 금감원 사이의 갈등은 더욱 격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금융당국의 두 수장이 서로의 의견만을 고수한다면 시장의 혼란은 더 커지고 결국 금융 소비자들에게 피해가 전가된다. 의견차 증폭으로 인한 갈등을 해결하려면 최 위원장과 윤 원장이 적극적인 소통에 나서야 하지만 현재로서는 이마저도 쉽지 않다.
지난 5월 윤 원장의 취임 후 공식 석상에서 두 사람이 별도로 만나 소통한 적은 없는 상황이다. 특히 매달 격주로 열리는 금융위 정례회의에 참석하는 것 외에는 두 사람이 따로 소통하는 모습을 보기 어려웠다는 후문이 전해지고 있다.
이 때문에 금융권 안팎에서는 두 사람이 현재 갈등이 격해지는 일부 정책에 대해서는 허심탄회한 소통을 통해 의견의 간극을 좁히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제재 현안이 마무리되면 두 기관 사이의 관계가 좋아지거나 더 나빠지거나 둘 중 하나가 될 것”이라며 “파국을 막기 위해서는 두 수장이 유기적으로 소통해야 하는데 당초 약속처럼 소통이 이뤄지지 않는 모습이 아쉽다”고 지적했다.
뉴스웨이 정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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