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성-김동연 갈등론’에 눈치보기 바빠경제지표도 줄줄이 낙제점, 분위기 위축세종 공무원들 “부총리에 권한준 거 맞나”
최악의 경제지표가 나올 때마다 경제부처의 핵심축인 기재부가 여론의 뭇매를 맞기 일수에다가 경제정책 목표가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도 숱하게 나온다.
하지만 이게 사실 기재부만의 탓은 아니다. 김동연-장하성 갈등설이 끊임없이 불거지며 이래저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두 경제사령관이 핵심정책마다 약간의 이견을 보이고 있어 확실한 경제정책 목표를 잡기도 애매한 실정이다. 고래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꼴이다.
경제상황은 갈수록 나빠지지만, 청와대는 여지 없이 혁신성장 보다는 소득주도성장에 무게추를 두고 있어 뾰족한 경제정책을 내놓는 데도 한계가 있다는 게 기재부 직원들의 속내다.
한 기재부 직원은 “소득주도성장은 장 실장이, 혁신성장은 김 부총리가 전담해 협업하라곤 했지만, 혁신성장은 어딨는지 잘 모르겠다”며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이 같이 가는 것인데 말 한마디에 갈등설이 불거지고 청와대에 대드는 느낌을 갖게 만들어 매우 불쾌하다”고 털어놨다.
또한 김 부총리가 경제컨트롤타워라고는 하지만, 과연 정책 권한을 준 것인지도 헷갈린다는게 직원들의 얘기다. 문재인 정부 초기부터 장하성 실장이 주도하는 모습을 보이며 김동연 패싱이란 말까지 나돌자. 기재부 직원들은 소외된 느낌을 받을 수 밖에 없었다.
특히 이달 초 김동연 부총리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간담회를 두고 ‘삼성에 구걸하지 마라’는 말이 청와대에서 흘러나오자, 기재부 직원들의 자존심엔 금이 갔다. 현장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최대한 노력하고 있던 기재부 직원들의 사기도 떨어졌다. 관료주의에 대한 청와대와 정치권의 불신이 여지없이 드러난 것 아니냐는 불만도 나온다.
이러한 불만들은 기재부 내에서 오래전부터 공공연히 흘러 나왔다. 공직사회 특성상 기재부가 청와대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다보니, 관가 내에서도 기재부의 위상이 예전만 못 하는 얘기도 들린다.
지난 5월 문재인 대통령은 김 부총리에게 “경제부총리를 중심으로 경제팀에서 더욱 혁신성장 부문에 분발해달라”고 주문한 바 있다. 이에 김 부총리는 기재부 직원 워크숍에 참가해 “시장에서 일자리 창출과 혁신성장 분위기를 조성하고 기재부 측에서도 진정성을 가지고 일하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고 직원들을 독려했다.
하지만 김 부총리의 독려에도 기재부 직원들은 힘이 나지 않는다. 청와대의 눈치를 살피느라 의기소침해 있다. 사실무근으로 밝혀졌지만 최근엔 김 부총리의 사퇴설까지 나돌자, 직원들은 더욱 심란하다.
유난히 더웠던 여름이 지나고 기다리던 가을이 온만큼, 이제 기재부 직원들의 마음에도 신바람이 좀 불었으면 한다. 그리고 앞으론 김동연 부총리의 빨갛게 충혈된 눈 대신 힘이 빠짝 들어간 어깨가 보고싶다는 얘기까지 들린다.
한 정부 관계자는 “최근 경제지표가 줄줄이 낙제점을 받은만큼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궤도수정이 있을 것 같다”며 “앞으로 김 부총리의 혁신성장에 힘이 좀 더 실리지 않을까 싶다”고 조심스레 말했다.
뉴스웨이 주혜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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