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선 삼성·교보·유안타증권 유력후보로 꼽혀인수 대상 못찾으면 우리종금 통해 직진출 예상지주사 전환 후 내년 본격적으로 인수대상 물색
우리은행은 지난 7월 금융당국에 지주사 전환 신청을 했으며 10월경 인가 여부가 결정되면 주주총회, 주식 교환 등을 거쳐 내년 초 금융지주사로 재출범한다는 계획이다.
우리은행의 금융지주사 전환은 비은행 부문 강화에 목적이 있는 만큼 우리은행은 향후 인수·합병을 통해 몸집을 불릴 것으로 예상된다. 지주사로 전환되면 출자 여력이 늘어나 대규모 인수합병(M&A)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손 행장은 취임 당시 규모가 작은 자산운용사부터 M&A를 진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지만 향후 지주사 전환이 완료되면 인수자금이 든든해지는 만큼 중견 증권사 인수에 좀 더 힘을 쏟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우리은행은 지주사 전환을 발표한 뒤 증권사 매각설 마다 주요 인수 대상자로 빠지지않고 등장했다. 비금융권을 강화해 다른 금융지주사들과 경쟁에 나서겠다는 목표를 세운 만큼 현재 비어있는 증권사 자리를 채워넣기 위해 적극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지주사로 전환하면 자기자본의 130%까지 자회사에 출자가 가능해져 현재 자기자본 약 4조원 가량의 우리은행은 자기자본 변동 없이도 6~7조원가량의 추가 출자 여력이 생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삼성증권, 교보증권, 유안타증권, 한화투자증권 등이 우리은행이 인수에 관심을 가질만한 증권사로 꼽고 있다.
업계에서는 자기자본 4조5961억원의 삼성증권이 가장 이상적인 인수 대상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우리은행이 과거 업계 1위 증권사인 우리투자증권을 품고 있었던 만큼 ‘비슷한 수준’의 증권사 인수를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삼성증권 측은 지속적으로 매각설을 부인해왔지만 시장에서는 정부의 지배구조 개편 압박, 올해 상반기 배당오류 사태 등을 감안하면 여전히 매각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다양한 후보들이 나오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삼성증권이 아니면 우리은행이 크게 관심을 보이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지주사 전환 후에는 인수자금도 넉넉해지는 만큼 우리금융지주에 어울리만한 ‘덩치 큰’ 증권사를 원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단, 삼성증권의 경우 삼성생명 보유 지분 29.39%를 사들일 경우 2조원가량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자금 압박이 있을 수 있고 우리은행의 과점주주로 참여하고 있는 한국투자증권, 키움증권, 한화생명 등 7곳의 금융사를 설득하는 문제도 과제로 남는다.
삼성증권 외에 교보증권과 유안타증권, 한화투자증권 등 중형 증권사도 우리은행이 인수할 만한 곳으로 꼽히고 있다.
교보증권은 자기자본 8522억원으로 업계 14위다. 교보증권의 지분 51.6%를 보유하고 있는 교보생명은 새 국제회계기준 시행을 앞두고 자본확충을 해야 하는 상황인 만큼 자회사 매각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다.
특히 교보생명이 기업공개(IPO)가 가시화되며 교보증권 매각설에 한층 더 힘이 실리고 있다.
실제로 교보증권 측은 공시를 통해 “최대주주인 교보생명으로부터 지분의 지속 보유, 합작회사 추진 또는 지분 매각 등을 통상적 수준에서 검토 중이라는 취지의 답변을 들었다”고 밝힌 바 있다.
4년 전 대만 유안타그룹 품에 안긴 유안타증권도 인수 가능성이 있는 증권사로 이름이 거론된다. 현재 자기자본 1조1628억원으로 업계 11위인 유안타증권은 중기특화증권사라는 점과 범중화권 네트워크가 강점이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유안타그룹의 증권사 매각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유안타증권 최대주주인 유안타그룹 외 3인은 유안타증권 인수 후 장내 매입을 통해 지분율을 꾸준히 늘려오고 있으며 올해도 9차례에 걸쳐 지분 매입에 나섰다. 현재 유안타그룹 외 3인의 지분율은 54.27%다.
연초에는 자기자본 9165억원의 업계 13위인 한화투자증권 또한 우리은행이 인수를 검토 중이라는 이야기가 흘러나온 바 있다.
다양한 증권사를 두고 시나리오가 흘러나오고 있으나 현재 금융투자업계에서는 SK증권, 하이투자증권이 주인을 찾은 뒤 이베스트투자증권, 골든브릿지증권 등 소형 증권사만이 실제 매물로 남은 상황이다.
한편 시장에서는 우리은행이 증권사 인수가 어려울 경우 자회사 우리종합금융(이하 우리종금)을 통해 우선적으로 증권업에 진출한 뒤 전문인력을 영입해 덩치를 키워 향후 인수합병을 노릴 수 있다는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우리종금은 2009년 2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자본시장법상 투자매매업 인가 또는 신고를 하지 않고 외환 장외파생상품 매각 업무를 한 것으로 드러나 최근 금융당국으로부터 기관경고를 받았다.
중징계를 받았다면 우리종금의 증권사 전환이 지연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으나 경징계로 마무리되며 증권사 전환작업에는 변수가 되지 않을 전망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도 종금사의 증권사 전환은 근거 규정이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에 있는 만큼 인가가 어렵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한 우리종금이 증권사로 전환하거나 타 증권사와 합병하더라도 종합금융업 면허는 10년간 유지된다.
종금업 라이선스는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상품 판매로 자금조달이 가능하며 발행어음 업무와 함께 회사채 등 수익증권과 주식을 인수해 중개할 수도 있다는 강점이 있다. 현재 증권사 중 유일한 종금증권인 메리츠종금증권이 이를 활용해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현재는 지주사 전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만큼 증권사 인수 검토는 지주사 전환이 끝나는 내년쯤 본격적으로 스타트 될 것”이라며 “지주전환 이후 증권사 인수를 고민할 때 시장 매물들을 다양하게 평가하고 실익이 가장 좋은 방법으로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이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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