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원식 회장 등 최대주주 특수관계인 지분율 절반 넘지만 배당 확대가 대주주 배만 불린다는 주장은 설득력 없어홍 회장, 오너라는 이유로 십수억대 임금 책정 문제 집어야R&D 투자 동종업계 최저···‘사내유보금=투자’ 공식 안 맞아
얼핏 들으면 회사의 주장은 나름대로 일리가 있어 보인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업계에서는 오너이자 등기임원인 홍원식 회장의 연간 보수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홍 회장이 1년에 받는 보수가 전체 배당금보다 높기 때문이다. 실제 홍 회장은 매년 16억원 이상의 임금을 꼬박 꼬박 받고 있다. 등기임원이기는 하지만 회장이라는 것 이외에는 대표이사도 맡고 있지 않은 홍 회장이 전체 등기임원 임금의 절반 이상을 받고 있는 셈이다.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남양유업의 최근 3년간 시가배당률은 0.14%로 지난해 국내 코스닥 상장사의 평균 수치에 못 미쳤다. 지난 2017년 코스피와 코스닥 상장의 평균 시가배당률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0.06%포인트, 0.07% 포인트 증가한 1.86%, 1.58%로 집계됐다.
남양유업의 시가배당률은 경쟁사와 비교해 현저하게 떨어졌다. 매일유업은 지난 2017년 0.65%로 전년 동기(0.66%) 대비 0.01% 감소했지만, 배당금은 각각 31억원 15억원으로 오히려 증가했다. 이 기간 매출과 영업이익은 1조3280억원, 691억원을 기록했다.
롯데푸드는 일 년 새 두 배 이상 시가배당률이 증가했다. 지난 2016년 0.95%에 그친 시가배당률은 이듬해 주당 배당금을 6000원에서 2만2000원으로 무려 네 배 가량 늘리면서 시가배당률은 3.98%까지 끌어올렸다.
이들 기업은 실적이 소폭 상승하는데 그쳤지만 배당을 확대하고 있다. 반면 남양유업은 최대주주인 홍원식 회장과 특수관계 지분이 53.85%에 달해 고배당 정책을 펼칠 수 없다며 국민연금과 맞서고 있다.
하지만 이런 남양유업의 우려를 불식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차등배당이 한 예다. 국내 상장사들 중에서는 대주주 지분율이 높을 경우 배당을 통해 대주주가 가져가는 금액을 낮추기 위해 차등배당을 실시하는 곳들이 많다.
SPC삼립의 경우 최대주주는 파리크라상과 허영인 회장 일가로 각각 40.66%, 32.18%로 총 72.84%를 보유하고 있다.
SPC삼립은 지난해 배당금 지급에서 소액주주보다 낮은 416원 낮은 1주당 540원을 지급했다. 반면 소액주주들에게는 1주당 956원의 차등배당을 실시했다. 대주주 배당금이 소액주주 배당금의 절반 수준(56.5%)에도 못 치는 것이다.
오리온홀딩스도 차등배당을 통해 대주주에 이익이 쏠리는 것을 막고 있다. 오리온홀딩스는 담철곤 회장과 이화경 부회장이 63.8%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 회사는 올해 소액주주에 주당 600원, 대주주에 210원의 현금배당을 실시했다.
남양유업이 짠물 배당을 실시하면서 홍 회장 일가가 챙기는 배당금은 수억원에 불과하다. 지난해 홍 회장은 3억7210만원에 달하는 배당금을 지급받았다. 홍 회장의 배당이 적은 만큼 국민연금이나 기관투자자, 소액주주들이 받는 배당금도 당연히 적을 수밖에 없다. 지난해 국민연금과 일반 투자자가 회사로부터 지급 받은 배당금은 약 5억6230만원을 손에 쥐었다.
무엇보다 국민연금을 비롯한 투자자들이 요구하는 배당 확대 규모가 코스피 평균 시가배당률 정도로 남양유업이 우려할 만큼 거대한 수준이 아니라는 데 주목해야 한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아무리 대주주라 해도 정당한 이익을 가져가는 것은 당연한 시장 논리”라며 “대주주를 위해 과도하게 배당을 확대하는 것은 문제지만 그렇다고 시장이 요구하는 평균에 맞춰 배당하라는 요구를 묵할하는 것은 다른 문제”라고 지적했다.
최대주주의 이익이 넘치는 것을 경계한 남양유업이 정작 홍 회장의 보수로 막대한 금액을 지급하고 있다는 점은 흥미롭다. 홍 회장은 2015년 등기임원 총보수 28억8200만원 중 16억1900만원을 보수로 챙겼다. 이듬해에는 등기임원 총보수 31억4700의 59.8%에 해당하는 금액인 18억8100만원을, 2017년에는 27억8500만원 중 58.1%인 16억1900만원을 보수로 가져갔다.
남양유업이 배당 확대를 거부한 다른 이유는 ‘투자를 위한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남양유업은 사내유보금을 늘리면 기업의 가치가 올라가고 투자를 위한 재원을 확보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사내유보금이 많다고 해서 기업가치가 높아진다는 회사 측의 주장도 그리 정당성을 인정받기 힘들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오히려 투자에 인색하고 돈만 쌓아 두는 기업이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남양유업은 동종업계에서 R&D투자에 가장 인색한 기업으로 꼽힌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남양유업의 최근 2015년부터 2017년까지 3년간 R&D투자 금액은 각각 61억원(매출액 대비 0.53%), 61억원(0.50%) 67억원(0.56%)을 사용하는 데 그쳤다.
이에 반해 매일유업과 롯데푸드는 지난해 91억원(1.04%), 178억원(0.98%) R&D투자로 사용했다. 이들 기업은 매년 실적 하락에도 평균 88억원, 157억원을 사용하고 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남양유업이 경쟁사와 비교해 R&D투자 성향은 매우 낮은 편”이라면서도 “제품 개발 및 생산 시설 확충으로 인해 배당금 확대가 어려울 수 있으나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 매년 8억원 안팎에 배당금 지급은 터무니 없다”고 밝혔다.
뉴스웨이 유명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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