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式 ‘자율 경영’시스템 박차
4일 오전 7시50분 현대자동차 양재동 사옥에서 만난 30대 직원 A씨(남)는 정장을 벗고 캐주얼 차림으로 출근한 데 만족스러워 했다. 본사 2층에 마련된 테이블에서 직원들과 커피를 마시며 아침 식사를 하던 그는 “현대차 상품팀에서 근무한다”며 “많은 직원들이 첫날부터 편하게 입고 출근한 것 같다”고 말했다.
옆에 있던 현대차 상용팀과 기획팀에서 근무한다고 밝힌 동료들 역시 청바지와 점퍼를 입었다. 보수적이던 현대차 본사의 월요일 아침 출근 모습이라고 하기엔 사뭇 다른 풍경이었다.
양재동 본사에서 근무하는 현대차, 기아차, 현대제철, 현대로템 직원들은 오전 8시까지 각 부서로 출근을 마친다. 엘리베이터를 타려고 기다리고 있는 직원들, 카페에서 김밥·샌드위치와 음료를 주문하는 직원들은 청바지 차림이 많이 보였다. 일부 현대차 임원들도 청바지에 흰색 운동화를 신고 출근했다.
현대차가 3월부터 ‘완전 자율복 근무제’ 시행에 들어갔다. 복장 완전 자율화를 추진하는 것은 1967년 창립 이래 처음이다. 그동안 현대차는 매주 금요일에만 ‘캐주얼 데이’를 도입했으나 이같은 자율복 출근제를 평일까지 확대 개편한 것이다. 이로써 일반 사원은 물론 이사급 이상 임원들도 평일에 청바지를 입을 수 있게 됐다.
현대차 관계자는 “자율복 근무 도입에 따라 오늘부터 직원들의 출근 복장이 달라진 것”이라고 말했다.
복장 차림은 비즈니스 캐주얼 수준을 뛰어넘어 직원들 개개인의 개성을 표현할 수 있는 범위까지 확대됐다. 운동화를 신고 출근해도 되고, 사무실에선 양말을 벗고 슬리퍼를 신고 다니는 젊은 직원들도 눈에 띄었다.
현대제철의 한 직원은 “오늘 면바지에 남방을 입고 출근했다. 새로 장만한 정장을 안 입으면 아까우니 일주일에 2번 정도는 정장을 입을 생각”이라면서 너스레를 떨었다.
남양연구소에서 양재동 본사로 출장을 왔다는 한 직원은 청바지에 운동화 차림이었다. 그는 “남양연구소에서는 이전부터 편한 차림으로 근무를 해왔다”며 “대부분 점퍼를 입고 근무하기 때문에 지금 복장이 익숙하다”고 했다.
현대차의 이같은 근무 환경 변화는 평소 창의적이고 유연한 조직문화를 강조해온 정의선 수석부회장의 경영 시스템이 녹아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경직된 문화를 탈피하고 직원들의 근무 만족도를 높이겠다는 정 부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정 부회장은 지난해 9월 현대차그룹 총괄 부회장으로 승진한 뒤 사내 혁신과 변화를 불러오고 있다. 최근엔 연 2회 실시하던 신입사원 공채를 없애고 상시공채로 전환하는 등 사내 유연한 조직 만들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양재동 본사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은 오전 12시부터 1시까지 점심시간이 정해져 있다. 구내식당을 이용하는 직원들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식사를 하려면 대기기간이 길어 불편을 겪고 있다. 이 때문에 직원들의 의견을 접수받아 중식시간도 자율화를 추진하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현대차가 조만간 점심시간도 자율화를 도입해 직원들이 시간에 얽매이지 않고 식사를 할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한다는 얘길 전해 들었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김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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