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 아닌 대표로 불러 달라”···자리매김호칭 변경으로 시작···확 달라진 LG그룹형식타파·고객우선 ‘투 트랙’은 더 확고히
그간 LG가 ‘인화’와 ‘정도경영’을 표방한 터라 다소 보수적인 색채도 있었는데 최근엔 많이 달라졌다는 내부의 체험도 속속 전해지고 있다. 이는 지킬 것과 도전해야 할 것 모두 취하겠다는 구 회장의 활발한 경영으로도 내비치면서 일각에서는 공격적인 LG로 달라졌다는 평가로 연결하고 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LG 임직원들의 정확한 “구 대표” 지칭이다. 대개 자리에 없는 또 다른 이를 언급할 때 듣는 사람을 고려해 맞춰주기 마련인데 “구 대표”라는 단어는 또렷하다. 여전히 대표라는 단어보다는 회장을 자주 붙이는 국내 기업 문화에서 눈에 띄게 달라진 셈이다.
특히 구 회장 취임 이후 얼마간은 ‘회장’과 ‘대표’라는 호칭이 혼재됐던 것에서 최근엔 완전히 대표라는 용어로 통일됐다는 게 LG 사정을 잘 아는 이들의 공통 목소리다.
LG 관계자들은 “회장이 아닌 대표라는 표현이 처음엔 입에 붙지 않았지만 이제는 정말로 그게 더 편해졌다”고 입을 모았다.
사고를 지배하는 단어를 바꾸면서 LG는 지킬 것은 확실히 지킨다는 태도로 탈바꿈했다. 회장 대신 대표라는 호칭을 붙이니 거리감이 줄어들었고 실제로 사업 논의 과정이나 회의에서 의사 결정 과정이 빨라졌다는 게 중론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특허 국제 소송으로 꼽힌다. 이 소송 또한 외부에서 추측하는 것과 달리 순식간에 의사 결정돼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LG화학이 내부 직원 단속에 의중을 두고 강경 노선을 취했다는 관측도 나왔다. 하지만 LG 관계자들 사이에선 그간 이의 제기 하지 않고 넘어갔던 것을 원칙적으로 대응한 것이라는 평가가 높다.
한 재계 관계자는 “예전의 LG 같으면 크게 이슈 되지 않고 넘어갔을 것”이라며 “단순히 소송전을 벌인다는 것을 볼 게 아니라 손해 보고 억울하게 넘어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선언과 같다”고 말했다.
실제 한국지식재산보호원에 따르면 미국에서 국내 기업이 연관된 특허분쟁은 매 분기 30여 건씩 발생하는 등 최근 늘고 있다. 당장 LG전자만 하더라도 지난 7월 파루스홀딩스와 8월 EVS코덱테크놀로지 등 글로벌 특허관리금융회사(NPE)로부터 스마트폰 기술 관련 특히 침해 소송을 당했다.
구 회장 취임 이후 달라진 또 다른 모습은 미래 기술 중심의 현장 경영이다. 기술이 미래라는 뼈대를 세우고 움직이는 분위기다. 구 회장은 지난해 말 취임 후 첫 현장 방문지로 마곡 LG사이언스파크를 택했다.
이후 평택 LG전자 소재·생산기술원과 대전 LG화학 기술연구원 등 연구·개발(R&D) 현장을 방문했다. 최근에는 미국 실리콘밸리에 있는 기업 벤처 캐피탈인 LG테크놀로지 벤처스를 찾아 독려했다. 이곳은 자율주행과 인공지능 등 13개 스타트업에 투자한 LG그룹 미래 사업의 산실이다.
여의도 LG트윈타워와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직원들의 자유로운 복장도 눈에 띄는 변화다. 보통 금요일쯤 돼야 편안한 차림을 볼 수 있었던 기존의 사옥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졌다. ‘완전 자율 복장화’가 정말로 완전히 자리 잡은 셈이다.
여기에 LG 임직원을 위한 공간인 ‘살롱 드 서초’와 ‘다락’ 등의 소통 공간은 수시로 경영진과 직원들이 마주 앉아 토론하는 자리로 탄생했다. 청바지나 반바지 차림의 임원과 직원이 자주 모인다. 지난 14일엔 계열사 직원 1만7000명이 마곡 사이언스파크에 모여 사흘간 직급과 관계없이 소통하는 ‘LG 컬처위크 2019’를 개최하기도 했다.
재계 관계자는 “구광모 회장은 정말로 불필요한 형식을 싫어해 그와 관련된 내부 직원들끼리의 재미있는 일화도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형식타파 못지않게 반대로 고객의 니즈(필요)를 중점에 두고 나머지 것들엔 에너지 낭비를 하지 않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임정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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