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B하나은행 ‘검사방해 의혹’ 수면위“행장 지시로 만든 자료 검사前 삭제”“채용비리 의혹 때도 자료 지워 난항”금감원, ‘은행 경영진’ 제재 가능성도
이를 계기로 지난 ‘채용비리 검사’ 과정에서 빚었던 조직적 방해 행위가 재조명됐고 ‘하나금융 시절’ 채용비리 의혹에 물러난 최흥식 전 원장까지 거론돼 금감원으로서는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입장이 됐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KEB하나은행이 금감원 검사에 앞서 삭제한 DLF 관련 자료는 불완전판매 실태와 보상 방안을 담은 문서로 파악됐다.
김동성 금감원 은행담당 부원장보의 국감 발언을 종합하면 KEB하나은행은 지성규 행장의 지시로 ‘1·2차’에 걸쳐 DLF 현황 파악(전수조사) 자료를 작성했으나 검사 전에 이를 삭제했다. 이에 금감원은 포렌식 요원을 동원해 복구 작업을 펼쳐 불완전판매 관련 자료의 존재를 확인한 상태다. KEB하나은행이 불완전 판매 등 DLF 관련 실책이 드러나는 것을 은폐하고자 이 같은 조치를 취했고 금감원이 알아채기 전까지 그 사실을 고의로 숨겼다는 게 지금까지의 결론이다.
국감 증인으로 출석한 함영주 부회장은 “모른다”며 선을 그었으나 하나금융의 금감원 검사방해 논란에 사회 전반에선 파장이 일고 있다.
특히 하나금융의 검사방해 행위는 처음이 아니라는 게 정치권의 공통된 지적이다. 2017년 ‘채용비리 의혹’이 불거졌을 당시에도 하나금융이 금감원 검사 직전 채용관련 자료를 지워 국감에서 재차 도마에 올랐다.
이에 금감원은 어느 때보다 단호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윤석헌 원장이 ‘법률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강조한 데서 나아가 담당 부원장보도 관련 정황을 여과 없이 공개하며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따라서 DLF 사태가 해소되기까지 금융감독당국과 하나금융은 불편한 동행을 이어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사실 금감원과 하나금융의 관계는 그리 원만하지 않았다.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과 함영주 전 KEB하나은행장의 연임을 놓고 2년 연속 충돌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2018년 최흥식 전 원장이 취임 6개월 만에 사퇴했을 땐 이들의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렀다. 최 전 원장은 하나금융지주 사장 시절 지인 아들의 하나은행 채용에 영향을 미쳤다는 의혹에 물러났는데 외부에선 알기 힘든 내용이라 하나금융 측이 정보를 흘렸을 것이란 의구심에서다. 이번 국감에서도 그러한 얘기가 나왔고 함 부회장은 “그런 기억이 없다”고 말끝을 흐렸지만 재판을 의식한 탓인지 의혹을 전면 부인하지는 못했다.
이를 지켜본 업계 전반에서는 하나금융이 ‘공들여온 탑’을 무너뜨렸다고 평가하고 있다. 올초 윤석헌 원장과 하나금융 경영진이 연이어 회동하며 관계 회복의 전기를 마련했으나 ‘DLF 사태’에 대한 그릇된 대응으로 이를 다시 악화시켰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일각에선 KEB하나은행 경영진에 불길이 번질 가능성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DLF 사태’로 피해가 속출하는 가운데 검사 방해 논란까지 불거진 만큼 KEB하나은행이 금감원의 칼날을 피해가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에서다.
국감 중 윤석헌 금감원장은 DLF에 대해 “국가 경제에 도움되는 게 없는 일종의 ‘갬블(도박)’같은 상품을 만들어 낸 것”이라며 “금융회사가 보상을 해야 하고 소비자 보호에도 신경써야 한다”고 말했다.
또 제재 수위와 관련한 여야 의원의 질의에 “단정적으로 말할 수는 없지만 금융기관장 제재도 포함해 검토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뉴스웨이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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