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계의 보이지 않는 눈치싸움은 드라마 속 상상이 아니라 현재도 진행 중인 사안이다. 바로 FA(Free Agent, 자유계약선수제도) 이슈다. 개막 시즌이 도래하는 오는 3월 전까지 FA를 신청한 선수는 원 소속팀에 남아 있을 것인가, 아니면 더 큰 대우를 받고 다른 팀으로 떠날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그만큼 ‘실력만큼 보상 받는다’는 공식이 철저히 통하는 시장이다. 잭팟을 터뜨리는 사례도 있고 반면 스스로 FA 권리를 포기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하곤 한다. 때론 선수 본인이 생각하는 ‘몸값’과 시장이 생각하는 ‘몸값’이 달라서 웃지 못할 해프닝이 발생할 때도 있다.
1년을 주기로 돌아가는 경마 스포츠라고 다르지 않다. 기수들의 역할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스포츠인 만큼 연말이 되면 기수들을 자기네 소속조로 모셔가려는 마방들의 경쟁 또한 치열하다. 경마의 ‘스토브리그’가 도래하는 것이다.
‘프리(Free) 기수’로 전향하며 일종의 FA를 선언하는 기수들도 많다. 2007년 이후로 지속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프리 기수 제도는 실제 경주를 전문적으로 기승하는 기수들이 주로 신청하는 제도다. 본인의 능력만큼 기승을 할 수 있기에 수억대의 소득을 꿈꿀 수 있다.
마사회는 올해부터 서울 경마공원 조상범 기수가 새롭게 프리 기수로, 이동하, 김정준 기수는 계약 기수로 전환해 경주에 나선다고 밝힌 바 있다. 올해 서울에서 프리 기수로 활약할 기수는 문세영, 김용근 등 기존 프리 기수에 조상범 기수까지 총 14명이다.
FA를 선언하고 자유 계약 신분이 된 프리 기수는 조교사와 기승계약을 맺지 않으므로 조교료를 받지 않는다. 나름의 리스크가 있다고 볼 수 있지만 대신 경주에 많이 출전할 수 있으므로 본인의 활약여부에 따라 소득은 천차만별이다. 반면 계약 기수는 소득 구조 체계가 프리 기수와 다르다.
경주마 훈련에 따른 조교료가 기본수입이 되고 경주에 출전하여 받는 상금이나 기승료는 부가적인 소득이 된다. 경주에 출전할 수 있는 기회는 상대적으로 적지만 안정적이고 일정한 소득이 주어진다는 점에서 계약 기수로 정착하는 기수들도 많다.
프리 기수로 시장에 뛰어들지, 계약 기수로 남을 지는 기수 개인의 선택이지만 이러한 제도가 경마만의 역동성과 재미를 한껏 배가 시킨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뜨거웠던 ‘스토브리그’가 지나고 새롭게 시작한 2020년 경마의 모습은 어떻게 그려질까. 프로 스포츠가 아름다운 건 승부를 위해 자신의 역량을 맘껏 펼칠 수 있다는 점 때문일지 모른다. 누군가는 새로운 변화를, 누군가는 실력에 대한 보상을 찾아 맞이한 새해인 만큼 모두에게 자신의 역량을 맘껏 펼칠 수 있는 새 시즌이 되기를 응원해본다.
뉴스웨이 안성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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