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향수 구역 아무도 입찰 안해···사상 첫 유찰코로나19 확산에 임대료 조정 요구···공항공사 외면임대료 감면 조정 대상에 중소·중견기업만 포함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지난 27일 인천공항 T1 대기업(일반기업) 사업권 5곳에 대한 사업제안서를 접수한 결과 화장품·향수 사업권인 DF2에는 입찰한 업체가 하나도 없었다. 인천공항 T1 면세점 입찰에서 유찰이 발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DF2는 면세점 중에서도 매출 규모가 가장 큰 화장품·향수 매장이기 때문에 가장 격전지가 될 것으로 점쳐졌던 구역이다. DF2에 입찰한 대기업이 없다는 사실 자체가 ‘충격’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DF2 외에도 패션·기타 사업권인 DF6에는 현대백화점면세점이 단독으로 입찰, 경쟁 입찰이 성립되지 않아 유찰됐다.
이번 입찰에 롯데, 신라, 신세계 등 ‘빅3’는 물론 후발주자인 현대백화점까지 참여했는데도 2개 구역에서 유찰이 발생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4개사가 모두 입찰에 참여한 구역은 5곳 중 단 한 곳인 DF7(패션·기타) 뿐이었다.
결국 인천공항공사가 높은 최소 임대료를 고수한 것이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면세점 업체 관계자는 “장기적 사업성을 고려했을 때 높은 최소 임대료가 부담이 돼 입찰에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인천공항공사는 면세사업자의 매출과 업황에 상관없이 고정된 금액을 임대료로 내는 ‘최소 보장액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면세사업자가 내는 임대료는 낙찰 당시 적어낸 ‘최소 보장금’을 기준으로 산정한다. 6개월마다 매출에 품목별 영업요율을 곱해 이것이 최소보장금보다 높으면 최소보장금액에 차액을 더해 납부하고, 이 금액이 최소보장금보다 적으면 최소보장금만 납부하는 식이다. 결국 인천공항공사는 공항 면세점의 매출과 상관없이 고정된 금액을 받게 되는 셈이다.
이 때문에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보복 등 시장이 요동칠 때마다 매번 임대료 문제가 거론돼왔다.
이번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 하면서 면세점 매출이 크게 감소했지만, 높은 임대료를 계속 지불해야 하는 상황에 면세업체들로서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관광객이 감소한 데다 단축영업, 임시 휴점 등의 영향으로 올 들어 시내 면세점에서만 매출이 거의 전년 대비 반토막 난 것으로 업계에서는 추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한국면세점협회는 지난 17일 인천공항공사와 기획재정부에 코로나19 확산과 관련해 임대료를 인하해 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공사 측은 면세점 매장 영업시간 조정과 심야시간 축소 운영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면서도 임대료 인하는 상황을 지켜보겠다고 회신해 사실상 ‘거절’ 했다. 면세점협회는 지난 27일 코로나19 사태가 안정화 할 때까지 임대료 책정방식을 바꿔달라는 공문을 보낸 상태다.
일각에서는 인천공항공사가 수익에 지나치게 연연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익의 대부분을 대기업 면세점에 의존하고 있어 임대료 인하 조치에 ‘미온적’이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인천공항은 2018년 전체 수익의 66.3%인 1조4912억원을 임대수익에서 얻고 있고, 이 임대수익의 72.3%는 면세점 임대료(1조781억원)에서 거둬들였다. 대기업 면세점 임대료(9918억원)가 면세점 임대수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91.91%, 전체 임대수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6.5%에 달한다. 지난해에도 면세점 임대료 총 1조761억원 중 대기업이 낸 몫은 9746억으로 90%가 넘는다.
최근 정부가 소상공인 임대료를 지원하겠다고 발표한 내용을 두고서도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전날 발표한 공공기관 내 입점업체 임대료 인하 계획에서, 인천공항공사의 경우 대기업 면세점이 제외됐기 때문이다. 중소·중견기업은 물론 대기업까지 모두 어려운 시기인데도 중소·중견기업에게만 임대료를 감면해준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또 중소·중견기업이 내는 임대료가 인천공항 면세점 임대료 수입의 10%도 되지 않아 사실상 이들의 임대료를 인하해주는 것이 ‘생색내기’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또 다른 면세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 인천공항공사는 정부의 지침을 따르겠다는 입장을 전해 정부에서 보편 타당한 결정을 내려줄 것으로 기대했었다”면서 “코로나19로 인해 모두 어려운 시기에 특정한 곳만을 취사 선택해 포함하고 제외하는 건 형평성에도 어긋나고 역차별이 될 수도 있다”고 하소연 했다.
뉴스웨이 정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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