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연준의 긴급 금리인하 단행에국내 금융시장서도 금리인하 기대감 커져한은, 4일 긴급간부회의 후에도 ‘신중론’ 이어가‘뒷북’ 논란 자초할 수도···금융안정도 고려해야
5일 업계 등에 따르면 이날 조정식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정책조정회의에서 “이주열 한은 총재가 정책 여건의 변화를 적절히 감안할 필요가 있으며 정부 정책과의 조화를 고려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밝힌 것을 주목한다”며 “통화당국의 적절한 판단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은의 고유 영역인 통화정책을 거론한 것을 두고 사실상 금리 인하 압박으로 풀이해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한은은 지난달 열린 금통위에서 금리를 현 수준인 1.25%로 동결하며 코로나19 영향을 좀 더 살펴봐야 한다는 ‘신중론’을 펼쳤다. 오는 2분기부터 진정국면으로 들어선다는 전제를 두고 내린 판단이다. 감염병의 영향을 두고 경기 추세에 큰 영향을 미치기 보다는 일시적인 충격으로 한정했다. 통화정책 보다는 미시적인 정책(선별 지원)이 더 적절하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하지만 분위기는 급반전됐다. 미 연준이 지난 3일(현지시간) 긴급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고 0.5%포인트를 단번에 낮추는 ‘빅샷’을 단행하면서다. 미 연준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연준이 정례회의를 열지 않고 금리를 인하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긴급 금리인하 배경에 대해 “미국 경제 펀더멘털은 여전히 강하지만 코로나19가 경제 활동에 미치는 위험이 점차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은의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과 상반되는 판단이다. 금융시장에서 미 연준이 결단을 두고 한은이 선제적 대응 시기를 놓쳤다는 실기론이 고개를 들었다.
특히 전날(4일) 한은은 이주열 총재가 주재한 긴급 간부회의에서 기존과 비슷한 결론이 나온 것을 두고 또 한번 시기를 놓친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한은의 입장은 ‘신중론’에서 조금 물러난 모습이다. 긴급 간부회의 결과 입장문을 통해 “임시 금통위 개최는 예단하기 어렵다”며 금리 인하에 대한 확대 해석을 경계하면서도 “최근의 정책여건의 변화를 적절히 감안하면서 통화정책을 운영해 나갈 것”이라며 가능성을 열어 뒀다.
때문에 한은의 고민은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코로나19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함이라는 명분을 내세우려면 임시 금통위를 열어야 하는 상황이다. ‘뒷북’이라는 비판을 자초하는 꼴이 된다. 불과 며칠 전까지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가 미 연준의 금리 인하에 따라 움직인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여기에 금리 인하를 했을 경우 부작용도 고려 대상이다. 저금리로 인한 가계부채 증가, 부동산 쏠림 현상 등 금융불안정이 불거지면 그에 따른 부작용도 만만치 않을 것이란 분석에서다. 정부가 강력한 부동산 정책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엇박자를 내게 되는 것도 부담이다.
실제로 지난해 말 기준 가계 빚 총액이 1600조원을 넘어서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는 등 가계부채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특히 4분기 증가세를 보면 둔화되던 부채 증가세가 다시 확대되면서 우려를 키우는 모습이다. 이 기간 주택대출이 12조6000억원 늘었고 기타대출(일반신용대출 등 포함)은 10조4000억원 증가했다. 증가폭이 전 분기 대비 각각 3조1000억원, 6조5000억원 확대했다.
뉴스웨이 한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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