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WTI 24% 폭락···18년만에 최저코로나로 엎친데 덮친격, 사·러·미 악재원유 DLS·DLF는 줄줄이 ‘녹인구간’ 진입2021~2022년 만기, 원금손실 확정 아냐
‘마의 선’이라고 여겨지던 30달러선은 이미 이틀 전에 붕괴됐고, 이제는 20달러 선마저 아찔한 상황이다. 이 원유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파생결합증권(DLS)과 펀드(DLS) 역시 줄줄이 원금 손실 가능구간(녹인·Knock-in)에 들어서자 투자자들은 충격에 빠졌다.
국내 주요 증권사들은 원유를 기초자산으로 한 DLS 상품이 이미 손실구간에 들어갔다고 투자자들에게 알렸다. 19일 금투업계에 따르면 NH투자증권·미래에셋대우·한국투자증권·삼성증권·KB증권 등은 이날 서부텍사스산원유(WTI)와 브렌트유 등을 기초자산으로 한 원유 DLS들에서 원금 손실 조건이 발생했다고 알렸다. 이들이 알린 손실 규모만 해도 약 4700억원에 달한 것으로 전해진다.
원유 DLS는 기초자산으로 삼는 WTI나 브렌트유 가격이 녹인 구간에 진입하지 않으면 연 최대 10%에 달하는 수익률을 얻을 수 있는 상품이다. 원유 DLS는 6개월 단위로 조기 상환을 진행하며 조기 상환 시점 마다 정해진 녹인 구간(최초 기준가의 40~95% 수준)을 유지해야 수익 실현이 가능하다. 반대로 기초자산 가격이 가입 당시의 40∼60% 이하로 내려가면 큰 손실을 입을 수 있다.
증권사들이 원금손실 가능성을 고지한 DLS는 대부분 2018년 초 이후로 발행됐다. 다만 증권사들은 손실 구간에 진입한 원유 DLS 대부분이 만기가 오는 2021~2022년에 돌아오기 때문에 원금손실이 확정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즉 최종만기일까지 기초자산 가격이 일정수준 이상을 회복하지 않을 경우네는 손실이 발생할 수 있지만, 일정 수준 이상으로 다시 상승해 수익확정 요건을 충족하면 약전된 수익을 지급받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때문에 국제유가가 예전 수준으로 회복하는게 최대 관건인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하반기 배럴당 50~60달러 수준을 오가던 유가는 연말 하락 추세에 돌입했다. 다만 원유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아직은 엿보이지 않아 반등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국제유가는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글로벌 경제에 충격을 주면서 원유 수요 감소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감산 합의 실패 이후 가격 인하와 증산 계획을 밝히며 석유 전쟁에 돌입한 것도 유가 하락을 부채질하고 있다.
일단 전문가들은 국제유가가 2분기에 배럴당 25달러정도 갈 것으로 예상하는 분위기다. 박광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가 이달 중 원유 감산에 합의하리라는 기대감이 무산됐다”며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의 2분기 평균 가격 전망치를 종전 배럴당 42달러에서 25달러로 낮췄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당초 이달 중 러시아와 사우디가 일정 수준의 감산에 합의할 것으로 봤으나, 협상 시기로 간주한 18일 OPEC+(석유수출국기구와 주요 10개 산유국 연대체) 공동감산기술위원회 개최가 무산되며 합의 기대감이 사라졌다”고 이같이 밝혔다. 아울러 “이달 들어 미국·유럽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빠르게 퍼지며 세계적 원유 수요 감소세에 가속이 붙고 있다”며 “당초 4~5월 중 확진자 수 증가세가 둔화할 것으로 봤다가 오는 9월까지 코로나19의 영향을 받는 것으로 예상 시나리오를 수정했다”고 밝혔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국제유가는 원유시장 내 과잉공급 우려가 단기간내 해소될 가능성 낮아 배럴당 23~40달러 사이의 저유가 흐름을 이어갈 전망”이라며 “그러나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수요 둔화 불가피한 가운데 주요 산유국이 증산을 시사하고 있어 우려감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악의 경우에는 당분간 유가가 배럴당 20달러 선을 하회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코로나19의 진정세를 확인하기 전까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전문가 가운데는 1990년대식 저유가 시대를 예상하는 사람도 있었다. 과거 1990년대 초중반 국제유가는 배럴당 20달러 선을 오르내렸다. 걸프전 직후인 91년 글로벌 경제가 침체에 빠져 원유 수요가 급감했다. 게다가 미 알래스카산 원유가 국제시장에 쏟아져 나왔다.
무엇보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내분이 심했다. 원유시장 조절자(swing producer)인 사우디아라비아가 다른 회원국의 의도적인 생산 쿼터 위반에 지쳐 시장 조절 기능을 접었다. 한술 더 떠 시장 쟁탈전에 뛰어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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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김소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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