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와 미국계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의 등장으로 상황은 역전됐다. 글로벌 증시 폭락으로 소프트뱅크가 직격탄을 맞게 되자 알리바바 주식으로 자금난 타개에 나선 것. 소프트뱅크 지분 3%를 사들인 엘리엇의 주주가치 제고 압박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24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은 “일본 정보기술(IT) 기업인 소프트뱅크가 보유 중인 중국 알리바바 주식 약 140억달러(약 17조원)을 매각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이는 소프트뱅크가 전날 발표한 4조5000억엔(약 52조원) 규모 자산 매각 방안 중 하나다. 자사주 매입에 2조엔, 나머지는 부채 상환 등 재무 안정화에 사용한다는 계획이다. 최대주주인 소프트뱅크는 현재 알리바바 지분 26%를 보유하고 있다.
이날 알리바바 주식 매각 소식에 일본 도쿄증시의 소프트뱅크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18.95% 상승한 3791엔 마감했다. 장중 한때 상승폭은 21%로 1994년 상장 이후 최대 상승 폭을 기록하기도 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지난 19일 주가가 17%나 폭락한 것과 대조된다.
이번 매각은 일찌감치 예견된 수순이었다는 관측이 나온다. 손 회장이 우버, 위워크 등 투자 실패로 손실을 떠안게 되자 작년 말 주가 부양을 위해 알리바바 주식 일부를 처분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소프트뱅크는 지난 2016년 6월 유동성 확보와 부채 감축을 위해 7300만달러(약 871억원) 규모의 알리바바 주식을 매각했다.
알리바바 성장 가능성에 대한 손 회장의 믿음은 여전히 변함이 없지만, 코로나19 여파와 엘리엇의 공격 등 대내외적 환경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손 회장은 지난 12일 오후 일본 도쿄에서 열린 소프트뱅크 실적(작년 10~12월) 발표 회견에서 “알리바바는 여전히 성장하는 회사”라며 “그 주식을 서둘러 팔 생각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손 회장이 알리바바에 투자하기로 결정하는데 걸린 시간은 6분이었다는 건 유명한 일화다. 손 회장은 닷컴버블이 끝나가던 2000년 알리바바의 창업자 마윈을 만났고, 그의 강력한 눈빛과 열정에 이끌려 당장 2000만달러을 투자하기로 결심했다. 이후 2014년 미국에서 기업공개(IPO)로 손 회장은 750억달러에 이르는 평가 이익을 거뒀다. 최근 홍콩 증시 상장으로 3319억엔의 지분 평가 이익이 생긴 덕분에 소프트뱅크그룹 전체 적자를 면하기도 했다.
엘리엇의 주주가치 제고 압박에도 손 회장은 “어떤 방식으로 기업가치를 올릴 지는 경영진인 우리한테 달려있다”고 선을 그었다.
엘리엇이 보유한 소프트뱅크 지분은 3%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약 25억달러(2조9000억원)로, 엘리엇이 단일 기업에 투자한 규모로는 사상 최대다. 지난달 초 투자 소식이 전해지자 엘리엇이 소프트뱅크 경영에 적극 개입해 회사 가치를 끌어올리려 한다고 지배적이었다.
실제 엘리엇은 지분 인수를 조건으로 소프트뱅크에 여러 조건을 내걸었다. 투자를 결정하는 과정을 공개할 것과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처럼 소프트뱅크가 다수를 보유한 일부 포트폴리오 투자지분을 청산해야 한다는 조건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25일 뉴욕 증시에서 알리바바 주식은 전 거래일보다 1.5% 오른 188.5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코로나19 여파로 올 들어 주가는 14.2%나 빠졌지만 회복세에 접어드는 분위기다. 오펜하이머의 애널리스트 제이슨 헬프스테인은 “중국 내 코로나19가 거의 봉쇄된 것으로 추정되면서 이달을 기점으로 사업 여건이 급격히 개선되고 있다”며 “알리바바의 경우 주문량 증가에 힘입어 전자상거래 부문이 빠른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뉴스웨이 천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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