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 포스코, SK 이사선임 등 사사건건 반대재계 “기업 독립성 훼손하며 불확실성 증폭”“배당은 배당대로···이율배반적 행동 멈춰야”
대한항공의 사례를 시작으로 국민연금이 주요 주주로써 꾸준히 목소리를 높이면서 기업들이 받는 ‘국민연금 스트레스’가 커지고 있다. 올해 5%룰(대량보유 공시의무)이 완화되며 더욱 적극적인 주주활동이 예고되자 지난달 주총을 앞둔 기업들은 ‘과도한 경영 간섭’이라고 비판했다.
실제로 자본시장의 ‘큰 손’인 국민연금은 주총을 앞둔 지난 2월 적극적 주주권 행사를 위해 56개 기업에 대해 투자목적을 ‘단순투자’에서 ‘일반투자’로 변경했다. 국민연금이 투자목적을 ‘일반투자’로 변경한 기업 명단에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네이버, LG화학, 현대차, LG생활건강, SK이노베이션 등 굵직한 대기업도 대거 포함됐다. 국민연금은 이들 기업의 주식을 10% 이상 포함한 2대주주다. 네이버의 경우 11.80%를 보유한 최대주주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기업평가사이트 CEO스코어가 국민연금이 지난해 정기 및 임시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한 577곳 주총 안건을 조사한 결과 반대표를 행사한 것은 전체 16.48%로 나타났다. 이는 2년 전인 2017년 11.85% 대비 4.63%포인트 상승한 수치로 찬성 비율은 같은 기간 87.34%에서 83.11%로 낮아졌다.
올해 국민연금이 반대 또는 기관 의사를 표시한 안건 중 대부분은 사내·사외이사 또는 감사위원·상근감사 선임안이었다.
SK텔레콤이 기타비상무이사 후보로 추천한 조대식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은 ‘주주권익 침해 이력’을 이유로 반대했다. 포스코의 사외이사 후보 장승화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원장은 ‘이해관계로 인한 독립성 훼손 우려’를 반대 이유로 내세웠다.
KT의 표현명 사외이사 후보는 ‘중요한 거래관계에 있는 회사의 5년 이내 상근 임직원’이라는 이유로 반대표를 던졌다. 대한항공이 사외이사로 추천한 조명현 후보에 대해서는 ‘기금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사 보수한도액 승인에도 적극 반대표를 행사했다. 네이버, SK이노베이션, 아모레퍼시픽, LS, 대림산업 등은 국민연금으로부터 보수한도 수준이 보수금액에 비춰 과다하고 보수금액이 경영성과 대비 과다하다고 지적받았다.
대기업 회장의 연임에도 적극적으로 반대표를 던졌다. 올해는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조현상 효성 사장의 사내이사 선임에 모두 반대표를 던졌다.
국민연금은 이들의 사내이사 선임 반대 이유에 대해 “기업가치 훼손 이력, 기업가치 훼손에 대한 감시의무 소홀, 과도한 겸임”이라고 설명했다.
재계에서는 국민연금이 배당은 배당대로 받으면서 대주주 이사선임을 반대하는 것은 이율배반적이라고 지적한다. 실제 국민연금이 지난해 효성으로부터 받은 배당금은 약 101억원이다. 2018년말 지분율 7.05%에서 올해 연말 기준 지분율이 9.65%까지 늘어나며 배당금 규모도 27억원 가량 늘어났다.
재계 한 관계자는 “국민연금은 국민의 노후를 위한 수익확보에 최우선시 해야한다”면서 “배당률이 낮으면 높이라고 압력을 가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기업경영에 ‘배놔라 감놔라’ 식의 참견은 자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외에도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과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의 건에 대해서도 반대 의결권을 행사했다.
지난해에도 국민연금은 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에 거침없이 반대표를 행사했다. 특히 고 조양호 회장은 주주 반대로 총수의 사내이사 연임이 불발된 첫 사례가 됐다.
고 조양호 회장의 사례 외에 아직까지는 국민연금의 주총 안건 ‘반대표’는 성과로 이어지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올해도 국민연금의 반대표 행사에도 효성 등 기업들의 주총 안건은 줄줄이 통과됐다.
하지만 매년 주주활동의 폭을 넓히는 국민연금에 대해 재계에서는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특히 최대주주가 국민연금이거나 지분 10% 이상을 보유한 2대주주일 경우 기업 경영이 흔들릴 수 있는 만큼 정기 주총 때마다 긴장감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결국 기업이 잘 돼서 주가가 올라가야 국민연금도 수익을 얻는 것인데 2대주주인 국민연금이 사내·사외이사 선임에 반대표를 던지는 것은 기업 입장에서는 큰 부담”이라며 “국민연금의 독립성에 대한 의문은 계속되고 있고, 최근 국민연금이 반대 안건을 통해 시장에 주는 메시지도 기업 불확실성을 증폭시키고 있다”고 꼬집었다.
뉴스웨이 김정훈 기자
lennon@newsway.co.kr
뉴스웨이 이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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